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복권 대신 꽃을 사보세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꽃 두세 송이라도 사서 모처럼 식탁위에 놓아보면, 당첨 확률 백 퍼센트인 며칠간의 잔잔한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 하고 또 다시 한 해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다. 잠깐 멈춰 서서 지나온 길을 바라보고 앞으로 가야할 길도 굽어봐야 하는 시점이다. 2012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고 읽은 책이다. 지난 1월 초판인쇄를 시작했으니 독자들에게 선보인지도 딱 1년이 됐고 인기를 끈 지도 1년째다. 온‧오프라인을 망라하고 출간 직후부터 이 책은 서점가에서 열풍을 일으켰다. 베스트셀러 코너 1위 자리를 내내 지켜왔다. 종교와 인종, 가치관을 뛰어넘어 진정한 인생의 잠언을 들려주며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물론 책이 인기가 있다고 해서 그 안에 뭔가 엄청난 것이 숨어 있을 거라고 무턱대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지만 뭔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면 분명 그럴만한 이유는 하나쯤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책은 그런 마음에서 골랐다. 워낙 힐링과 위로, 위안 등의 이야기들이 대세이다 보니 그런 분위기와 맞아 떨어진 화제작이지 싶었다.

책장을 몇 장 넘겼을 때도 그런 마음이 그다지 변화가 없었다. 당초 기대했던 것 보단 평범한 문장과 메시지에 ‘왜 사람들이 이 책에 그토록 열광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힘들면 한숨 쉬었다 가요’라든가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말자’ 등 언젠가 누구에겐가 한마디 들어봤음직한 담담한 조언들 때문에 심드렁했던 건 사실이다. 마치 조미료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심심한 집밥을 먹는 것 같았다. 약간의 호기를 내세우면 ‘나도 이렇게 말은 하겠다’는 생각이 잠시 스쳐갈 정도였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약간 긴장을 풀며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변화가 생겼다. 문장 하나하나 그러려니 하고 보던 마음이 잠시 후 ‘맞아 그래’하며 맞장구를 치고 있었던 것이다. 고개를 끄덕 거리도 하고, 어떤 문장엔 오래도록 시선을 고정시킨 채 지난 시간들을 회고하기도 했다. 지극히 평범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사실은 지극히 그동안 내 삶에 필요했던 것들이었다. 예컨대 인간관계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중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나를 배신하고 떠난 그 사람, 돈 떼어먹고 도망간 그 사람, 사람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짓을 나에게 했던 그 사람, 나를 위해서, 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서 정말로 철저하게 나를 위해서 그를 용서하세요.” 또 하나 쫓기듯 일상을 살면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던 차에 “힘들면 한숨 쉬었다 가요…그래도 안되면 병가 내고 며칠 훌쩍 여행을 떠나요. 경춘선 타고 춘천으로 가도 좋고 땅끝마을의 아름다운 절 미황사를 가도 좋고 평소에 가고 싶었는데 못가봤던 곳, 그런 곳으로 혼자 떠나요”라는 글귀들이 마음에 들어왔다. 비록 바로 실천할 수 없지만 듣기만 해도 치유가 되고 휴식이 되는 문장들이었다.

1년이 끝나고 새로운 1년이 시작되는 지금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책을 읽는다. 그리고 얻는다. 휴식과 마음의 평온과 세상을 옳게 보는 지혜를. 그리고 선물도 하나 받았다. 복권 대신 꽃을 사서 당첨확률 백 퍼센트의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야 말로 새해 어떤 선물보다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