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휴대폰을 위해 들어뒀던 보험을 둘러싸고 소비자의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막상 보상을 받으려니 생각보다 많은 ‘자기부담금’을 요청한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를 소관부처가 이원화돼 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보고 ‘단종보험대리점’이라는 카드를 제시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 회사원 A씨는 몇 달 전 구입한 스마트폰을 분실했다. 가입해둔 보험이 있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혜택을 받기 위해 이통사에 문의한 A씨는 “같은 기종으로 보상해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공짜’는 아니었다. 현재 출고가 99만원인 이 휴대폰을 보상받으려면 최대보상지원금인 80만원의 30%(24만원)와 보상지원금의 차액인 초과부담금 19만9000원을 내야 한다는 것. 40만원 이상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사실에 A씨는 “차라리 온라인에서 40만원대 새로운 기종을 구입하는 게 낫겠다”며 “휴대폰 가입 시에는 ‘자기부담금’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도 없다”며 황당해 했다.

스마트폰을 분실해 본 사람이라면 겪어본 일일 수도 있겠다. 실제로 A씨와 같은 경험에 불만을 호소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휴대폰 보험 관련 민원 접수 건은 2009년 39건에서 올해 상반기 1296건으로 대폭 늘었다. 약 33배 증가한 수치다. 민원 제기자들은 대부분 “자기부담금이 생각보다 많다” 내지는 “자기부담금에 대해 고지 받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같은 혼란의 근원을 일부 전문가들은 “소관 부처가 이원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행 휴대폰 보험은 통신사 관련 보험으로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감독기관이 분산돼 있다. 이통사-보험사간 계약문제는 방통위가 관할하며 보험상품 문제는 금융위가 감독하고 있다. 즉 귀책사유 발생 시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보니 자연히 혼란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값비싼 휴대폰이 증가하면서 점차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판매 과정에서 주요한 내용을 고지하지 않는 등 불완전 판매가 발생하면서 이통사, 보험사,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 이통사 대리점서 보험 가입?

한국소비자원은 “계약은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하고, 책임은 보험사가 지는 상황이 보험사와 보험 가입자의 갈등을 조장한다”면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휴대폰 분실보험을 취급하면 이러한 문제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르면 내년부터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보험상품을 가입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 대리점들이 휴대폰 보험을 직접 취급, 판매토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말 많던 휴대폰 보험의 소관 부처를 명확히 하자는 움직임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휴대폰 보험은 지금까지 통신상품 서비스로 취급돼 왔다”며 “하지만 보상처리 과정에서 귀책대상을 두고 이통사와의 분쟁 및 민원 급증 등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일환으로‘ 단종보험대리점’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종보험대리점이란 한 가지의 보험상품만을 취급하는 대리점으로, 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서도 도입하고 있는 제도다.

지난 12월 20일 보험연구원 측에서 또한 “휴대전화 단말기 보험은 이통사서 직접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 같은 방안에 힘을 실었다. 황진태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종보험대리점 도입방안’ 정책세미나를 통해 “최근 상거래 현장에서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 후 관련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상품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판매채널 책임성 확보를 위해 단종보험대리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종보험대리점, 도입 가능성은?

휴대폰 보험상품의 경우 현재 제품이나 서비스의 제조회사 또는 유통업자가 보험계약자가 되고, 해당고객들이 피보험자가 되는 단체 보험의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의 보험계약은 실질적인 보험판매가 보험계약자인 제조회사 또는 유통업자에 의해 이뤄짐에 따라 보험판매에 대한 명확한 책임 소재 규명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보험회사의 손해율 관리 및 소비자 보호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단종보험대리점 제도는 해당 제조회사 또는 판매업자를 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하도록 해 현행 무허가 성격의 보험판매 행위를 기존의 모집질서에 맞게 양성화하자는 취지다.

그동안 이통사는 보험상품을 ‘판매’한 게 아니라 ‘서비스’로 제공했다고 보면 된다. 보험사와 계약을 맺은 이통사가 부가서비스로 휴대폰보험을 판매한 것이다. 이통사는 보험가입자에게 부가서비스 이용료를 받고 이중 일부를 보험료로 냈다. 이에 따라 법의 규제가 없었다.

황 연구위원은 “이러한 단종보험대리점 제도 도입 시 판매 책임성 강화 외에도 기존 전업보험대리점보다 저렴한 보험상품 제공, 가계성 일반보험 활성화, 보험시장영역 재정립 등이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단종보험대리점 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는 본업과 연계된 보험대리점 등록 시 해당 등록요건과 시험 및 교육이수 등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영업행위규제는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해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의 도입이 말처럼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간 시각차 때문이다. 이통사 및 일부 손보사 측에서는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입을 위해서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김명한 보험대리점협회 연구위원은 “보험료 부담 등의 문제가 있지만 단종보험 역시 전문설계사를 통해 가입돼야 한다”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단종보험대리점을 도입하는 것은 중복일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령 현대해상 일반보험기획업무부장은 “단종보험대리점 도입으로 생성되는 시장 규모는 약 40억원에 불과하다”며 “이처럼 일반 보험 시장 성장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환영할 일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동현 KT CR영업기획팀장 역시, “이통사 측에서는 가입여부 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자기부담금 민원이 가장 많기 때문에 이를 안내하는데 집중하는 상황인 만큼 현행제도 유지 및 보완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