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격언이 있다. 부모의 자식사랑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이다. 사전적 의미는 혈육에 국한한 표현이지만 이를 국가에 확대 적용하면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하지 않은 국민이 없다는 표현으로 써도 좋을 듯하다.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계를 방문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먼저 방문하고 전경련을 방문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는 기업의 성장이 국가와 국민의 지원으로 가능했으니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대표기업이 되달라고 부탁을 하며 구조조정 등 정리해고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2,3세 경영인들의 골목상권 진출 자제도 첨언했다.

선거초기 그대로의 뜻을 다시 한번 밝힌 것이다. 당선인으로서는 당연한 행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한자리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모두 불러 만났다면 어떤 그림이 펼쳐졌을까.  왜 두 그룹을 따로 만나야만 되는 것일까. 중소기업도 대기업도 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고용효과의 과다를 떠나서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대통령은 대기업의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것일까. 대기업의 대통령은 중소기업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되는 걸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되시겠다는 뜻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기업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 주실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아쉬움이 남는다. 그분의 생각은 이런 의미는 아닐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방문을 받은 대기업 총수들과 중소기업 대표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분들도 오해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박 당선인은 경제정책의 중심을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전선에서 싸우는 대기업들은 이제 성장할만큼 성장해서 이제는 지원을 안 해줘도 잘할 수 있을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을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다른 측면의 지원을 고려해봐야 하는 시기는 아닐까.

상생이라는 의미는 상대적이다. 양 파트너가 있어야 가능하다. 대기업 없는 중소기업은 성장할 수 없다. 중소기업 없는 대기업도 성장할 수 없다. 핵심기술일수록 더욱 그렇다. 혹여 경제정책 방향이 대기업 빼고 중소기업만 지원하는 정책이 돼서는 또 다른 부작용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한국 글로벌 중소기업이 한국 대기업과는 거래도하지 않는 중소기업 정책이 된다면 더더욱 부작용이 많아 질거다.

이쪽에 괸 돌을 빼서 이쪽에 갖다 놓은 식이 아니라 모두의 괸 돌이 더 튼튼해지도록 양쪽을 부추겨 주는 정책은 없을까. 공정과 나눔으로 해결해서는 반드시 어느 쪽이 불이익을 당하고, 그 반대쪽은 그 불이익만큼 이익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도만 그려질까. 모두가 이익이 되는 해법을 찾아봐야 한다.

우선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기업의 근원적인 생리적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모두가 이익을 취하는 것이 최대 목적인 기업생리상, 이익구조를 어떻게 가져가고 분배구조를 어떻게 가져가는지에 대해 이번 기회에 해법을 찾아야 한다. 마치 잘못을 꾸짖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매도하기보다는 한 쪽의 의견을 들어보고 또 다른 쪽의 의견을 들어본 다음 절충점을 찾지 못한다면 삼자대면을 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스웨덴의 에를란데르 총리가 45세의 나이에 총리가 되어 제일 먼저 만든 것이 매주 목요일 개최되는 노사정협의회였다. 지난 2002년에 만들어져 5년동안 유지됐던 한국의 노사정협의회와는 조금은 다른듯하다. 노조,기업, 정부대표만이 참석하는 하는 게 아니라 전경련 회장단과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단, 벤처협회 회장단, 이노비즈협회 회장단, 정보기술협회 회장단, 금융기관장, 금융기관 대표 등, 노조대표들, 그리고 청와대와 정부 관료들이 참석해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소통하는 자리다. 노사문제만이 아니라 경제현안과 제도개선 등 자유로운 의제 설정을 할 수 있으니 자발적인 자리라고 해야 더 맞을것 같다. 어차피 새해에는 경제전쟁으로 글로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으니 이런 자리를 빌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자리를 빌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갈등이 해소되고 대정부의 관계가 종속적인 관계보다는 지원과 협조의 관계로 재정립될 거라 믿는다. 새 대통령께서 제안하는 형식으로,  거창한 조직을 만들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소통의 자리를 만드는 것은 어떨지 제안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부모님의 마음으로 기업들을 한데 뭉칠 수 있도록 소통의 자리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