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표절에 관대하다. 교수, 교사들도 표절에 대해 개의치 않거나 심지어 권장하기도 한다. 때문에 표절이 일상화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지난 10월 당국에서 표절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용도 베풀지 않겠다고 엄포, 향후 변화가 기대된다.

사진: 연합

학기말 시험기간이 끝날 무렵, 3~4명의 학생들이 자신들의 과제를 들고 찾아왔다. 일전에 제출한 과제를 채점해서 돌려받았는데 왜 자신들의 과제가 0점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학생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표절이었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나 기업 홈페이지 등에서 전체 페이지를 복사해서 붙여 넣은 과제를 제출한 후 왜 0점을 받았는지 어리둥절해 하는 것이다. 표절을 확인할 수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원본과 학생들의 과제를 비교하며 보여줬지만 해당 원본을 본적도 없고 자신은 절대 표절하지 않았고 모든 것을 직접 썼다고 끝까지 우긴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은 신입생 때 표절이 무엇인지, 어떻게 주석과 참고문헌을 쓰는지 배우지만 대부분의 중국 학생들은 오랫동안 몸에 밴 복사와 붙여넣기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어서 주석을 달면 표절에서 무관하다고 생각, 4페이지짜리 과제를 제출하면서 무려 3페이지를 다른 논문이나 과제에서 복사해놓고 주석을 달아놓는 경우도 있다. 1페이지짜리 과제에서 10줄 이상의 긴 인용문을 달아놓고서 따옴표로 인용이라는 것을 표시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많다.

문제는 단순히 학생들뿐이 아니다. 표절의 뿌리는 상당히 깊어서 적지 않은 숫자의 중국 교수, 교사들도 표절에 대해서 개의치 않거나 혹은 학생들의 표절을 모른 척 하거나 아예 권유하는 최악의 경우도 있다.

한 중국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의 표절 과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중 “중국에서는 일정 수준의 표절은 괜찮다고 생각한다”면서 “문화의 차이라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낫다”는 당혹스러운 조언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중국 대학의 학생은 영어수업시간에 정성들여 쓴 과제를 제출했다가 교수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원어민도 아니면서 무슨 자신감으로 직접 영작을 했느냐면서 인터넷이나 잘 쓰인 책을 보고 받아 적었으면 과제에 있는 것과 같은 엉뚱한 문법이나 표현의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혼을 냈다. 이 학생은 교수의 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대학원에 가기 위해서는 높은 학점이 필수였기 때문에 이후부터는 교수의 말을 따랐다.

짝퉁, 카피의 천국이라 불리는 중국에서 표절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표절 폭로 전문가의 활동 등으로 표절이 많이 알려진 편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표절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

중국의 논문표절 폭로 전문가인 팡저우즈는 지난 7월 베이징대학의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루쥔이 같은 이름을 가진 해외 교수의 경력과 논문 등을 짜깁기해서 자신의 실적으로 올렸다고 폭로했다. 미국 등에서 거주하고 있는 동명이인의 해외 학술지에 실린 논문 등을 자신의 논문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이보다 앞서 2010년 팡저우즈는 화중과기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인 샤오촨궈가 논문을 표절했다고 폭로했다. 표절이 사실로 드러나라 샤오촨궈는 중국과학원 회원의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샤오촨궈는 사람을 사서 팡저우즈를 폭행토록 했다가 5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

모두 표절이 잘못이라는 생각보다는 들키지 않으면 되고 표절을 밝힌 사람이 문제라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은 탓이다.

중국인들의 지나치게 끈끈한 집단주의로 인해서 표절을 알게 되더라도 눈감아 주는 경우가 많다. 또 과정은 관계없이 결과만 중시하는 풍토가 들키지만 않고 표절을 잘하는 것이 마치 똑똑한 것과 유사한 것처럼 평가되는 것이다.

중국의 표절은 학술논문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의 많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이 제목과 출연진만 바뀐 채 버젓이 중국에서 방영되고 한국 노래도 중국어버전으로 표절돼서 불리고 있다. 또 외국의 유명 자기계발서 3~4권을 1권으로 짜깁기해서 만든 책들이 팔리기도 한다.

중국의 표절은 위험수준까지 올라서 2010년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6대 학회에 소속된 학자 6000여명중 3분의 1인 2000여명이 표절이나 데이터 조작에 연루되었으며 한 대학에서 1년 반 동안 발표된 논문 중 3분의 1이 표절로 드러났다.

중국 당국도 표절 문제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 측은 기본적으로 “표절이나 연구 사기 등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관용도 베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과거 사례에 대해서도 찾아내서 처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표절을 직업도덕을 해치는 행위로 간주,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지난 10월 밝힌 바 있다.

(BOX)중국의 대표 브랜드들-성룡이 즐겨 신는 신발, 헝겊으로 만들었다고?

네이리안셍(內聯升) 신발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가장 중국적인 제품 중 하나다. 지난 1853년 설립된 네이리안셍 신발은 중국 최초의 헝겊 신발업체로 유명하다. 본사는 베이징에 자리 잡고 있으며 천으로 만들어진 전통 신발을 주요 품목으로 판매하고 있다.

천연재료만 이용하는 네이리안셍의 제품은 천으로 만들어져 가볍고 편안하면서도 숙련된 장인들의 솜씨로 인해서 품질이 높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헝겊으로 만들어져서 발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천이 여러 겹 쌓여서 폭신하면서도 가벼운 것이 네이리안셍이 내세우는 기술이다. 설립 초기에는 궁에서 일하는 신하들이 신는 궁정 신발을 사기 위해서 들리던 단골 장소가 바로 네이리안셍이었다. 네이리안셍은 각자의 발 사이즈에 맞는 맞춤 제작 신발을 만들어서 신하들에게 공급했다.

네이리안셍의 제품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는데 특히 정부 관료들에게 인기가 높아서 마오쩌둥, 주은라이, 덩샤오핑 등이 이 브랜드를 좋아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 유명인으로는 중국계 영화배우 성룡이 이 브랜드의 단골로 알려져 있다.

네이리안셍에서는 수제 천신발외에 어린이용 천신발, 실내용 슬리퍼 등을 생산하며 최근 유행에 따른 가죽 신발도 일부 생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