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운영자금 조달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두 LCC는 모두 아시아나항공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지만, 재무건전성 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자금조달 방식을 선택한 상황이다.

에어부산 항공기. 출처= 에어부산
에어부산 항공기. 출처= 에어부산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오는 11일 부산 본사 사옥에서 제16기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자본금 감소 안건을 결의할 예정이다.

액면가액 1000원의 기명식 보통주 3주를 1주의 비율(66.67%)로 병합하는 무상감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1억2928만주를 대상으로 감자를 진행함에 따라 에어부산의 자본금은 1939억2000만원에서 3분의 1 수준인 646억4000만원으로 감소한다.

에어부산이 주주로부터 동의를 얻어 오는 25일로 예정된 무상감자를 실시할 경우 결손금을 낮추고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할 수 있다.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의 일부 금액인 1292억8000만원으로 4020억5000만원(지난 1분기 말 기준)에 달하는 결손금을 2727억7000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 3381억5000만원에 비해 낮은 액수다.

이 뿐 아니라 같은 기간 자본금이 자본총계(666억4000만원)에 비해 낮아짐에 따라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본잠식은 자본금보다 자본총계가 더 낮은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다. 자본총계는 자본금에 이익잉여금 또는 결손금 등을 더한 액수다.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낮을 경우 경영활동을 통해 손실(결손금)을 일으켰음을 의미한다. 에어부산이 경영난에 빠졌다는 뜻이다.

에어부산은 최근 1년간 주식을 발행하거나 합병시키는 등 방식으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해왔다. 앞서 지난달 2일 아시아나항공을 대상으로 2001억원 규모의 주식을 발행(유상증자)했고 지난해에는 2271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일반 공모했다.

두 방안에는 주식가치를 낮추거나 주주 손실을 활용해 재무 지표를 개선하는 점에서 주주들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는 등 위험요인이 담겼다. 에어부산은 다만 어려운 업황에 대응하기 위한 발판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확보하기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반면 에어서울은 같은 기간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에어서울은 지난 3월말 기준 현재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600억원 규모로 대여한 상황이다. 300억원 규모로 두 차례에 걸쳐 차입한 액수다. 에어서울은 해당 기간 주식을 발행하거나 통합시키는 방안을 일절 실시하지 않고 있다.

에어서울 항공기. 출처= 에어서울
에어서울 항공기. 출처= 에어서울

에어서울, 완전자본잠식 상태라 증자·감자 모두 어려워

두 기업이 서로 다른 재무건전성 확보 방안을 실시하고 있는 이유를 자본잠식률과 수익창출능력 등 지표별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기준 항공사별 자본잠식률은 에어부산 148.6%(부분잠식), 에어서울 음수(완전잠식) 등으로 파악됐다. 이 중 에어서울은 지난해 경영활동을 벌인 결과 너무 큰 결손금을 기록함에 따라 자본금을 모두 쏟아부어도 모두 충당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였다.

에어서울은 지난해 초에 이전 회계연도(2020년)로부터 이월 반영된 결손금(기초금액) 1232억원에 더해 연간 경영활동을 벌인 결과 당기순손실 1017억원을 기록했다.

에어부산도 기초금액 –727억원에 더해 당기순손실 2660억원, 신종자본증권(채권) 배당 639억원 등 3382억원에 달하는 결손금을 기록했다. 다만 유상증자와 무상감자 등을 통해 자본금 뿐 아니라 액면가액 초과금, 감자차익 등 자본잉여금을 늘리는데 성공함에 따라 결손금 액수를 상쇄해 자본총계를 자본금(1939억원)보다 낮췄다.

출처=각 사
출처=각 사

두 항공사의 재무건전성 지표 차이는 사업 경쟁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에어부산(2007년)이 에어서울(2015년)에 비해 8년 먼저 설립돼 경영활동을 이어오며 이윤을 창출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어서울도 에어부산과 같은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려 시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업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도 현행법상 유상증자나 무상감자 등을 실시하는 데 제한받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사들일 투자자를 찾기는 어렵다. 이 뿐 아니라 턱없이 적은 자본금을 보유한 한편 결손금이 커 무상감자를 시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 LCC는 최근 영업실적을 개선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정부가 유행병 풍토화 추세(엔데믹)에 발맞춰 국제선 노선에 대한 운항 허가를 활발히 실시하는 동시에 고용유지지원금을 3개월(180일) 더 지급하는 등 지원하고 있는 점을 십분 활용하는 중이다. 국제선 노선을 활발히 취항하고 이용객을 모으기 위해 프로모션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어부산은 “입국 규제 완화 등 외부 변화에 적합하고 민첩하게 대응해 실적을 극대화 시킬 방침”이라며 “실적을 개선해 재무건전성을 조기 확보하고 회사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