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보상배율 1미만 한진 등 6개
부채비율 400% 넘는 대기업도 8개

지난 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경제학회·금융연구원이 ‘위기국면의 판단과 향후 구조조정 방향’을 주제로 주최한 세미나에서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 발표한 ‘기업·금융기관 구조조정 방향’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중에서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으로 나타난 기업이 모두 6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채비율이 400%가 넘는 대기업도 8개나 됐다.

두 교수가 자산 5조원 이상 재벌 중에서 공기업을 제외한 38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현재 연결합산 재무제표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400%를 넘거나,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로 나눈 수치)이 1배에 미달해 구조조정이 필요한 곳이 13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결합산 기준은 계열사간 출자 등 내부거래를 제외하고 계산해서, 단순 재무제표 기준에 비해 부채비율은 높게, 이자보상배율은 낮게 나온다.

연결합산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곳은 한진·하이닉스·동부·대한전선·동양·삼성테스코 등 6개이고, 부채비율이 400%를 넘는 곳은 금호아시아나·현대중공업·두산·에스티엑스·대우조선해양·지엠대우·코오롱·삼성테스코 등 8개이다. 이들 중 정부·채권단에 의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곳은 금호·대한전선·동부·동양·하이닉스·지엠대우 등 6개다. 나머지 한진·두산·에스티엑스·대우조선·코오롱·현대중공업·삼성테스코 등 7곳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두 교수는 외국계인 삼성테스코와 조선업종의 특수성이 반영된 현대중·에스티엑스·대우조선 등 4곳을 제외한 나머지 한진·두산·코오롱 등 3곳은 약정 체결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가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오롱의 경우 연결합산 기준 부채비율이 400%를 넘고, 이자보상배율이 1~2배로 부실위험이 적지 않은데도 대상에서 제외된 배경에는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와 채권단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한다고 밝혔으나 애초 약정 체결 대상으로 분류됐던 한진과 웅진도 뚜렷한 이유없이 막판에 제외됐다”며 “구조조정 대상 선정이 정부·채권단과 부실그룹 간의 물밑협상에 좌우되면서 구조조정의 투명성이 훼손될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형구 기자 lhg054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