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전경. 출처=연합뉴스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전경. 출처=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이달 들어 11개 편입 종목에 대한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 수탁자책임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 9일 국민연금은 LG이노텍(011070)과 에스엠(041510), 파크시스템스(140860), 지씨셀(144510), 덴티움(145720), 하나머티리얼스(166090), 크래프톤(259960), 이녹스첨단소재(272290), 하이브(352820), SK스퀘어(402340), 세방전지(004490) 등 총 11개 회사에 대한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조정했다.

국민연금은 꾸준히 주요 기업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해왔다. 지난 1월 SK케미칼(285130) 등 4개 기업, 2월에는 삼성생명(032830), 4월에 하나금융지주(086790) 등 6개 기업에 대해서도 같은 조처를 했다. 이번 달 11개 종목을 포함하면 올해에만 일반투자대상으로 변경된 기업이 22개에 달한다.

자본시장법상 기관투자자가 기업 지분을 보유하는 목적은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경영 참여 등 3단계로 구분된다. 일반투자는 단순투자에서는 불가능한 임원의 선임과 해임, 정관변경, 보수 산정, 배당 확대, 임원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권 행사 등을 요구할 수 있어 등 경영권에 참여할 수 있는 단계다.

이에 일반투자 대상 기업으로 분류된다면 배당정책 수립 필요, 임원 보수한도 적정성 의심,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 사안 발생, 지속해서 반대 의결권 행사한 사안이 존재, 정기 ESG(환경·사회·기업구조) 평가결과가 하락한 사안 중 하나에 해당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실제 에스엠의 경우 그동안 주가 저평가 요인으로 지목돼오던 이수만 대표 중심의 지배구조 문제로 지난 3월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정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운용이 추천한 곽준호 KCF테크놀로지스(현 SK넥실리스)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감사로 선임되는데 국민연금도 힘을 보탠 바 있다. 

크래프톤도 ESG(환경·사회·기업구조) 평가 결과 하락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지난 2019년 연장근로 제한 및 보상과 관련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두 차례 시정 지시를 받은 것에 이어, 최근에도 주 52시간 근무제 위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에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결국 행정 종결로 마무리되기도 했다.

SK스퀘어의 경우에는 연이은 두 번의 상장실패에 따른 시장의 불신과 가상화폐 거래소 등 신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점검하기 위해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SK스퀘어가 들어간 코스피200을 국내 주식 운용의 벤치마크(기준 수익률)로 삼기 때문에 해당 지수와 연동되기 위해 일정 비중의 주식을 취득해야만 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안정적 수익을 위해 국내 주식 비중으로 줄이고 있는 가운데 향후 지분 보유 기업에 대해선 ESG 평가를 중심으로 수탁자책임 활동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올해 평균 16.3%에서 2027년까지 14.0%로 줄여가기로 했다. 다만 투자 비중 감소에 비해 기금 규모 증가세가 큰 것을 고려하면 당장 대규모의 매도 물량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12월 당시 경영권 승계가 수면위로 올라왔던 CJ, 한화, 금호석유를, 올해 4월에는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하나금융지주를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사례가 있다”며 “향후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줄이는 한편 주주가치 보호 및 가치 제고를 위해 수탁자책임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