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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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은행들이 가계대출 억제 차원에서 도입한 각종 대출 규제가 내달부터 사실상 모두 사라질 전망이다. 특히 신용대출 확대를 옥죈 ‘연봉 이내’ 한도 제한 규제 조치도 이달 30일 종료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약 10개월간 연 소득에 묶인 신용대출 한도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전세 계약갱신청구권을 이미 사용해 오는 8월 이후 전세보증금을 크게 올려줘야 하는 세입자를 포함, 대출 실수요자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은행권의 연이은 규제 완화 행보에 따라 가계대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유일하게 남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내달부터 3단계로 강화돼 가계대출 증가 여부에 대한 업계 내부의 관측은 엇갈리고 있다.

10개월간 묶인 신용대출 한도 풀린다…“연봉 2~3배 복원될 것”

14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현행 신용대출의 ‘연봉 이내’ 한도 규제가 오는 7월에 풀릴 것을 가정하고 관련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실행 준비에 들어갔다.

해당 조치는 지난해 8월 금융당국의 요청을 은행권이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당시 당국은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과의 회의에서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수준으로 줄여달라”고 말했고, 이에 은행들은 그해 8∼9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구두 지침을 이행했다.

이후 12월, 금융위원회는 이를 금융행정지도로 명시하고 효력 기한을 올해 ‘6월 30일’로 뒀다. 당국이 해당 조치를 연장하지 않는 한 이는 6월 말로 일몰된다는 의미다.

업계는 해당 규정이 오는 6월 말 이후 연장 적용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당국도 “현행 ‘연봉 이내 한도 규제’가 경직적이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폐지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7월부터 은행권 신용대출 한도는 신용등급과 직장 정보 등에 따라 최대 연 소득의 3배에 이르던 규제 이전의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 잔액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은행들도 영업 측면에서 ‘연봉 이상 신용대출’ 허용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지난 5월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01조615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조9914억원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6월 말로 일몰되는 해당 규제에 대해 아직까지 금융당국에서 연장하라는 얘기가 나온 것은 없다”며 “7월부터 조치가 풀릴 것을 예상하고 예전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연봉 이내’ 신용대출 규제가 사라지면 ‘전세 관련 대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는 8월로 시행 3년차에 접어드는 새 임대차법의 영향으로, 이미 전세자금 대출을 최대한도 5억원까지 채운 세입자는 오른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대한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2금융권으로 향했던 ‘풍선효과’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금융업권별 대출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이 5%인 반면 저축은행과 대부업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각각 16%, 1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2금융서 대출을 실행한 이들을 제외하고, 대출한도 부족으로 2금융을 택했던 차주들에게는 이번 신용대출 한도 복원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더기 규제 다 푼다…‘DSR 3단계’ 가계대출 억제 효과 관건

‘연봉 이내 신용대출 한도 규제’의 폐지는 지난해 당국이 도입한 엄격한 가계대출 규제 하에 은행들이 시행한 여러 대출 규제가 모두 풀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연봉 이내 신용대출 한도 규제까지 사라지면 은행권 대출 환경은 지난해 초 수준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앞서 은행권은 가계대출 급증을 위해 올렸던 대출금리를 일제히 내리고, ▲마이너스 통장 최대 5천만원 한도 ▲임차보증금 증액분만 잔금일 이전 전세 대출 허용 ▲비대면 대출 취급 축소 등 규제를 대부분 없앤 바 있다.

다만 은행권 대출규제 완화를 두고 ‘가계대출 증가’ 우려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어렵게 잡힌 가계대출의 불꽃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용대출은 전세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과 달리 대출을 위해 선행돼야 할 전제조건이 없어 접근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 하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 A씨는 “전세대출과 주담대는 대출을 받기 위해 전세계약이나 매매계약이 선행돼야 하지만 신용대출은 마음만 먹으면 내일 당장이라도 받을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때문에 해당 규제가 풀리면 가계대출이 생각보다 많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7월부터 DSR 3단계로 강화되기 때문에 가계대출 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내달부터 총 대출액이 1억원만 넘어도 차주별 ‘DSR 40%’ 규제가 적용될 뿐만 아니라 금리인상기를 맞아 대출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는 “DSR 3단계에선 한도가 1억원이기 때문에 신용대출 한도를 푼다고 해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금리가 계속 오르는 추세이고 주식이나 부동산, 가상화폐 등 자산시장도 부진한 상황이라 대출의 폭발적인 증가를 예상하긴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