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한동안 주춤하던 경매시장이 경기회복 기미와 더불어 다시 평범한 직장인들의 인생역전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경매투자에 나서 주택 5채를 장만한 테마파크 직원, 450만원을 종잣돈으로 경매시장에 뛰어들어 30억원을 번 전직 과외교사를 만나 그들의 투자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1. 퇴직금으로 주택 5채 마련한 테마파크 직원

김기성(가명·35) 씨는 서울의 한 테마파크에 근무하는 8년차 직장인이다. 그는 중견그룹이 운영하는 이 놀이시설의 누적적자로 감원설이 나돌자 경매 분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퇴근 후 한동안 경매 관련서 공부에만 매달렸어요. 읽은 책들을 세어보니 한 15권 정도를 독파했더군요.”

자신감이 붙은 그는 주말에는 법원 경매 물건들을 보러 다녔다. 이론 공부는 빨리 마무리하고 실전경험을 쌓으라는 조언을 받아들인 결과다. 내친김에 경매 정보를 현장 사진과 더불어 알기쉽게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도 연회비 50만원을 주고 가입했다. 첫 투자대상은 수도권에 있는 빌라나 다세대주택.

아파트에도 관심은 많았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던 그는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마련한 3000만원을 장만했다. 그리고 휘경동, 청파동, 옥인동 등에 위치한 빌라, 다세대주택 등을 차례로 낙찰받는 데 성공한다.

“부족한 자금은 초기에 매입한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하나둘씩 구입한 빌라나 다세대주택이 5채를 돌파했습니다”.

김 씨는 은행에서 대출한 원금의 이자는 전월세 세입자를 받아 꼬박꼬박 상환하고 있다. 집값이 좀 더 상승하면 한두 채를 정리해 대출금도 모두 상환할 예정이다. 그는 경매 초기에는 한 가지만 염두에 뒀다. 개발호재는 따지지 않았다. 발품을 팔아 확인한 ‘시세’보다 저평가된 수도권 주택을 겨냥했다.

“충청도 출신인 친구가 수원 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두 사람이 지금은 다 서울에 살거든요. 이 두 사람만 봐도 앞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어요.”

일상생활 속에서 투자 유망 종목을 고르는 피터린치식 투자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는 경매로 제법 돈도 벌고 자신감도 얻자 ‘업다운’투자에 눈을 돌린다. 개발호재를 분석하고 수혜 예상자의 경매 물건에 입찰했다.

그는 기자가 거주하는 봉천동도 서울시내에서 집값이 많이 상승한 지역이지만 재개발 계획을 비롯해 개발호재가 있는 동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옥석 가리기’를 당부한다. 요즘도 인터넷 경매 동호회 사이트에 접속해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동영상 강의도 듣고 주말이면 매물 답사에도 나선다는 그는 경매로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경매도사로 인기가 높다. 그가 경매시장에 뛰어들게 된 이면에는 가장 노릇을 해야 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애환이 있다.

“공무원들을 빼놓고 요즘 직장이 불안정하지 않은 이들이 누가 있겠습니까. 대기업 중에서도 안정성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곳에 다니고는 있지만 큰 차이는 없다고 봐요.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가 멘토로 삼았던 이가 바로 이승호 다음카페 경매스쿨 운영자이다. 군 전역 당시 수중에 쥔 돈이라고는 단돈 300만원에 불과하던 이 씨는 부동산 경매로 ‘인생역전’에 성공하며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경매 열풍에 불을 붙인 주인공이기도 하다.

2. 450만원으로 30억원 번 전직 과외교사

“학생들을 상대로 공부를 가르치며 한 달을 꼬박 일하고 120만원 정도를 손에 쥐었어요. 하루는 은행에 다니는 동서 부부의 월 소득액이 600만원에 달한다는 말을 듣고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과외수업으로는 평생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깊어졌다.

그는 지인을 통해 경매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경매 관련서를 닥치는 대로 독파했다. 그러고도 풀리지 않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대전대 평생교육원 경매 강좌에도 등록했다. 속전속결이었다. 경매 공부를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충남 논산시 두마면 엄사리에 있는 24평 아파트 입찰에 참여했다.

“감정가가 5000만원, 시세가 6000만원에 달하는 매물이었어요. 당시 카드 돌려막기로 근근이 버티던 저로서는 보증금 450만원을 구하는 일도 어려운 상황이었죠.” 이 아파트를 낙찰받은 그는 자신감이 붙자 상가나 토지를 비롯해 수익률이 비교적 높은 물건으로 관심을 돌렸다.

시장 참가자들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수익률이 하락세를 보이자 그는 권리 분석이 복잡해 일반 투자자들이 꺼리는 법정 지상권 물건에 주목한다. 경주 감포해수욕장 근처에 위치한 대지 1000평, 임야 3000평의 토지가 투자대상이었다.

이 토지의 입찰가는 4억1000여만원이었고, 이 씨는 1000만원의 차이로 경쟁자를 물리치고 낙찰을 받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 토지에 위치한 모텔의 건물주에게 이 땅을 팔아 1억여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둔다.

“20억원 이상 되는 모텔을 지어놓고 대출을 받지 않은 채 영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았어요. 대출을 받으려면 이 땅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는 제 계산이 그대로 먹혀들었던 겁니다.”

이 씨는 이후 상가 투자, 토지 지분공략으로 투자범위를 확대하며 초기 수익 2억원의 종잣돈을 무려 30억원으로 늘리는 데 성공한다. 그는 경매스쿨 운영자로 활동하며, 관련 회사도 창업했다.

방문 과외교사로 근근이 생활하던 그는 경매를 통해 부를 얻고 회사도 창업하며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그런 그가 공개하는 첫 번째 경매원칙은 바로 ‘경기 예측에 따라 움직이지 말라는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부동산투자 관련서들의 맹점은 바로 미래 예측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누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겠습니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여윳돈으로 굴릴 수 있는 부자들에게나 먹힐 수 있는 조언들이죠.” 그는 부동산 경기와 상관없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경매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수십 건을 경매로 낙찰받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낙찰받은 후 바로 팔아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입찰가를 제출했으며, 이런 방식으로 고수익을 낸 사례가 바로 경주 감포해수욕장 근처의 토지였다.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경매로 큰돈을 번 두 사람의 투자 조언은 대체로 비슷하다. 발품을 팔아 정보를 직접 확인하라는 것. 그리고 미래 예측에 기반해 투자에 나서지 말라는 내용도 경청할 만하다. 경매로 돈을 벌었다고 해서 전업투자가로 나서는 일도 가급적 삼가라는 조언도 눈길을 끈다.

공부는 단기간에 끝내고 실전에 나서 현장 경험을 하루빨리 쌓아야 하며, 고수는 이론이 아니라 실전의 담금질을 통해 만들어지는 만큼 하루라도 더 빨리 입찰에 참여해 시행착오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도 입을 모았다.

경매고수가 공개하는 경매투자법

∨ 법정 지상권 물건을 노려라
∨ 지분 투자에도 눈을 떠라
∨ 잘 건진 상가 하나, 열 효자 안 부럽다
∨ 현재 가치가 있는 물건에 입찰하라
∨ 발품을 팔아 직접 확인하라
∨ 경매공부는 단기간에 끝내라
∨ 지료만 챙겨도 고수익이 가능하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