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거두기 어려운 고난도 장세가 지속되면서 결국엔 공모주로 다시 시선을 옮기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증시 전체가 얼어붙으면서 공모주 투자도 다소 위축되고 있지만, 여전히 수익률은 코스피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올해 상장한 23개 기업 중 16개(69.5%) 기업의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를 상회했다. 이 중 8개 기업은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높았고, 동시에 종가가 시초가보다 높았다. 상장일 하루 종일 상승한 기업이 전체의 35% 수준인 셈이다. 공모가 대비 상장일 종가의 상승률을 보면 상장 첫 날 23개 기업의 평균 수익률이 48.7%에 이른다. 물론 상장일 종가가 공모가보다 낮았던 종목(8개)도 있었다.

잘 고른 공모주, 열 테마주 안부러워

잘 선별한 공모주가 여전히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다는 얘기다. 보통 청약 전 공모주를 고를 때 고수익을 예상해볼 수 있는 지표가 몇 가지 거론된다. 기관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얼마나 높았는지, 공모가가 희망 범위 어디에서 확정됐는지, 상장직후 유통가능물량과 의무보유확약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등이다.

올해 상장한 기업들 중 첫날 수익률이 100% 이상인 6개 기업(오토앤‧케이옥션‧퓨런티어‧유일로보틱스‧지투파워‧포바이포)의 공통적인 특성을 살펴보니 공모가가 희망 범위 상단 혹은 상단을 초과해서 확정됐고, 상장직후 유통가능물량(31.31%), 의무보유확약비율(16.04%) 항목 중 1개 항목 이상에서 평균치를 하회 또는 상회했다. 반면 공모가가 희망 범위 하단을 하회한 기업 8곳은 첫날 수익률이 0~-21%로 크게 낮았다.

또 상장 후 1개월 수익률 비교가 가능한 21개 기업 중 오직 3곳(오토앤‧스톤브릿지벤처스‧공구우먼)만이 상장 1개월 후 종가가 상장일 종가보다 높았다. 나머지 18개 종목은 대부분 두 자릿수 하락했다. 장기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면 초기에 이익실현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맞는 셈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답이 있다

청약 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들은 대부분 기관 수요예측과정에서 결정된다. 수요예측은 보통 일반청약이 시작되는 날로부터 5~7일 전에 진행된다. 수요예측이 흥행한 경우 공모가는 희망 범위 상단 혹은 상단을 초과해서 확정된다. 투자매력도가 높은 기업에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수요가 몰리고, 이들이 주식을 많이 배정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높은 공모가를 써내기 때문이다.

상장직후 유통가능물량과 의무보유확약비율은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해당 기업의 투자설명서를 열어보면 확인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가뿐만 아니라 일정 기간 팔지 않겠다는 약속인 의무보유확약 기간을 얼마나 길게 둘 것인지 그 기간을 적어낸다. 보통 15일, 1개월, 3개월, 6개월 단위로 적는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 중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이들의 비율이 의무보유확약비율이다. 의무보유확약비율이 높으면 자연히 상장직후 유통가능물량은 적다. 시장에서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동일하다면 물량이 적을수록 가격이 오를 확률이 높아진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주 중에서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기업은 우선 상장 당시 시장 상황이 큰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기업의 특징은 세 가지 수준으로 보인다”며 “우선 기업이 가진 전방사업이 매력적인지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부담이 없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통물량에 대한 수급 여건 등이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높은 수익률을 보였던 오토앤, 유일로보틱스, 세아메카닉스, 케이옥션, 스코넥 등의 경우 전방사업이 자율주행차, 로봇, 알루미늄 부품, 경매 시장, XR(확장현실) 컨텐츠 산업 등으로 시장의 관심이 높은 산업이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이어 “일부 기업은 유사 기업 대비 시가총액이 저평가되었다고 판단되기도 했고, 궁극적으로 시장 유통물량이 20~30% 이내의 종목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메타버스급 ‘테마’는 고르고, ‘高밸류’는 걸러라

이 외에도 전문가들은 상장하려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테마와 동행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조언했다. 너무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시장의 눈초리를 받을 종목들에 대해선 완곡히 반대했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그 종목이 시장을 주도하는 테마에 속해 있는지 살피는 게 우선”이라며 “그 기업이 가장 유사한 업태를 갖고 있는 상장기업 대비 어느 정도의 밸류에이션에 공모를 진행하는지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상장하려는 기업이 지난해 메타버스처럼 시장의 관심이 큰 분야와 관련이 있는지, 비교기업 대비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되진 않았는지 살피라는 설명이다.

실적을 확인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선별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면서도 “다만 참고해볼만한 부분을 찾자면, 우선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이 속해 있는 전방 산업 동향 파악이 중요하고, 그리고 기업의 실적이 성장하는지가 중요하지만 실적의 단순 성장이 아니라 실적 성장 기울기가 향후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은지를 중요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