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로 알려져 있다. 메소포타미아의 점성술과 이집트의 공예기술, 고대 그리스의 철학, 신비주의 사상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그 학문적 기반이 구축됐으며 8세기 아랍에서 발전한 후 11세기 십자군 원정과 함께 중세 유럽에 전해졌다.

연금술은 일종의 자연학에 속하지만 주술적 성격을 강하게 머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연금술의 궁극적 목적지이자 연금술사들이 애타게 찾았던 현자의 돌이다. 

현자의 돌은 무엇일까. 연금술사들은 철, 동, 납, 주석, 수은, 은 등 열등한 기저금속이 오랫동안 땅속에 묻혀있으면 완전한 금속인 금으로 변한다고 봤다. 실제로 중세의 한 연금술사는 "금속은 종종 물을 먹고 녹이나 녹청을 배설하는 성장과정을 거쳐 금으로 성숙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기저금속이 땅속에서 금이 되는 시간은 대략 100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100년도 살기 어려운 인간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현자의 돌이 등판하는 순간이다. 제5원소 에테르, 기본 원소에서 언소적 형질을 모두 제거한 일차질료, 영적인 힘인 프네우마 등 후보들은 분분하지만 대체적으로 기저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물질이 바로 현자의 돌이라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수 많은 연금술사들이 현자의 돌을 찾아 나섰고, 좁은 실험실 안에서 충혈된 눈으로 밤 새 플라스크를 노려봤다.

수 많은 연금술사들이 찾아나섰던 환상의 물질인 현자의 돌. 그러나 현대의 우리는 알고있다. 현자의 돌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평범한 기저금속을 금으로 단숨에 바꿔주는 현자의 돌이라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오로지 현자의 돌에 투영되어 왜곡되고 비틀어진 인간의 욕망만 덩그러니 남을 뿐이다.

최근 수 많은 투자자들을 불면의 밤으로 초대한 테라-루나 사태는 현대판 연금술의 향연이다. 권도형 테라폼랩스는 뛰어난 연금술사가 아니었을까. 그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을 정교하게 설계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앵커 프로토콜 로드맵을 약속했고, 투자자들은 그가 내밀어 보인 현자의 돌에 두 눈이 멀고 말았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나. 폭락하는 테라와 루나의 경계에는 무수히 많은 투자자들의 비명이 요란하고, 그 파도는 비트코인 등 전체 암호화폐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권도형 대표가 루나 생태계 부활을 다짐하기도 했으나 이미 투자자들의 마음은 떠난지 오래다. 권도형 대표의 표현대로 테라-루나는 실패했다. 아울러, 테라와 루나라는 현자의 돌에 투영된 왜곡되고 비틀어진 인간의 욕망만 덩그러니 남을 뿐이다. 우리가 무겁게 새겨야 하는 교훈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말하자면, 그 교훈의 끝과 다음 시대의 시작에는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연금술의 끝에는 "모든 물질은 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오직 용량만이 그 물질의 독성을 결정한다"고 말했던 희대의 이단아 파라켈수스가 탄생했다. 그는 주술의 자연학에 머물렀던 연금술의 시대와, 히포크라테스가 지배하던 전통 의학의 시대 모두 거부했던 파격의 인물이었다. 인류 최초로 독의 양으로 독약과 명약을 구분했던, 연금술의 끝에서 건진 인류의 성과다.

테라-루나도 마찬가지다. 끝은 또다른 시작이며, 우리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음 세상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그 가능성만큼은 지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