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본사. 출처= 대한항공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본사. 출처= 대한항공

국내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국내선 점유율이 해를 거듭할 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수익원인 국제선에 주력해오던 중 코로나19 팬데믹에 직면하면서, 저비용항공사LCC와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제주 등 국내 지역을 오가는 여객 수는 최근 수년간 꾸준히 줄어들었다. 11일 제주항공이 인용한 한국공항공사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두 대형항공사의 국내선 점유율은 2017년 43.2%에서 지난해 15.2%P 감소한 28.0%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 진에어 등 LCC의 국내선 점유율은 56.8%에서 72.0%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국내선을 이용한 고객 10명 중 7명 이상이 LCC를 이용한 셈이다.

출처= 제주항공 2021 사업보고서, 한국공항공사
출처= 제주항공 2021 사업보고서, 한국공항공사

대형항공사가 LCC에 국내선 수요를 빼앗긴 건 비교적 높은 운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여객 1명당 국내선 평균 운임(수수료 제외)은 대한항공 5만6549원, 제주항공 3만7714원 등에 달한다. 제주항공이 대한항공보다 3분의1(33.3%) 가량 저렴하다. 여객들은 실제 김포-제주 편도 기준 1시간 남짓한 비행시간을 보내는 동안 대형항공사 기내 서비스보다 저렴한 운임을 선호한 경향 탓으로 분석된다.

이휘영 교수 “국내선 사업, ESG 관점에서 임해야”

국내선 사업은 대형항공사에게 있어 버릴 수 없는 ‘계륵’ 같은 존재다. 국내선 사업을 통해 여전히 수천억원 규모의 매출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기록한 국내선 매출액은 각각 8918억원(국내선 및 내수 순매출 기준), 4259(여객기준)억원 등에 달한다. 이뿐 아니라 국내선 사업이 최근 재계 트렌드로 떠오른 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ESG) 경영을 실천할 수단으로 새롭게 조명 받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항공사들이 국내선을 운영할 경우 노선 상 지역에 위치한 공항을 비롯한 관광업계에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점은 지자체 희망사항으로 꼽힌다. 실제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대형항공사 거점공항으로 지정하길 원하는 목소리가 지역과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해당 공항 운영 타당성 여부를 떠나, 국내선 시장 속 대형항공사 역할을 기대하는 사회적 요구다.

이희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대형항공사는 코로나19 사태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국제선 운영 비중을 지금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늘렸을 것”이라며 “다만 대형항공사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같이 사회환원, 공익 등을 달성하는 관점에서 국내선 사업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A350 항공기. 출처=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의 A350 항공기. 출처= 아시아나항공

국내선 사업으로 국제선 고객유치 효과도

한편 대형항공사가 주요 수익원인 국제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선 사업으로 누릴 수 있는 항공사 홍보효과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 국내선 등 단거리를 LCC로 이동해본 소비자들이 해외여행의 이동수단으로도 LCC를 적극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모니터가 항공 소비자들을 설문한 결과 ‘해외여행을 갈 때 반드시 국적기(대형항공사 여객기)를 타고 가야한다’는 응답 비율이 2014년 50.5%에서 2018년 35.9%로 줄었다.

트렌드모니터는 “대부분 응답자들이 단거리를 이동할 때 LCC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고 괜찮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며 “응답자들 가운데 국적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해야한다는  응답의 비율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한 점을 미뤄볼 때 LCC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여행 시장에서 LCC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는 점은 고객 경험을 개선하도록 대형항공사를 더욱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형항공사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선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각종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 김포공항에서 국내선 고객을 대상으로 손바닥 정맥을 인식시킨 후 탑승구를 통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바이오 셀프 보딩 서비스를 도입했다. 앞서 마일리지로 국제선 뿐 아니라 국내선의 운임 일부를 마일리지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인 캐시 앤 마일즈를 출시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10월 18년만에 국내선 비즈니스석을 부활시켜 고객에게 고급 서비스를 새롭게 제공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