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그루밍 코드1. 외모가 경쟁력이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구직자의 절반 이상이 외모가 취업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의 연봉이 평범한 사람에 비해 5~10% 높다고 조사됐다. 불황에 청년 실업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요즘, 청년들의 또 다른 스펙 쌓기에 나섰다. 바로 ‘외모 스펙’이다.

# 취업준비생 A씨(32)는 단지 호감형의 인상이 되고 싶다. 올해로 취업재수 3년차인 그는 2013년 하반기에는 꼭 취업을 해야 한다. 스펙? 남부럽지 않다. 외모? 갑자기 자신이 없어진다. 요즘은 외모도 스펙에 포함된다는 말에 A씨는 고민이 많다. 생각해보면 외모 빼고 내가 왜 계속 불합격의 길을 걸어야 했는지 모르겠다. A씨는 외모도 투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32년 인생 처음으로 화장품 매장에 방문했다. 얼굴 톤을 밝게 하고 깔끔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BB크림을 하나 구입했다. 화장품 매장에서는 눈썹이 너무 짙다며 다듬어 줬다. 훨씬 단정한 모습이다. 여기에 BB크림 하나 발랐더니 얼굴이 훨씬 환해보였고,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 기분 탓일까. 다음에는 넓은 모공을 잡아주는 화장품을 사러가야겠다. 그래! 외모도 경쟁력이란 말이다!

# 장동건의 매력포인트 꽃사슴 눈망울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원빈의 오똑한 콧날을 바란다면 무리수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정우성처럼 날렵한 턱선은 감히 넘보지도 않는다. 최근 고민 끝에 B씨(31)는 수술대 위에 올랐다. 매부리코 성형으로 좀 더 선한 인상을 만들고, 성인 여드름으로 자신감 없었던 피부와 이를 더욱 지저분하게 보였던 점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수술 후 B씨는 면접관으로부터 ‘인상 좋으시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잘생겼다’라는 말 보다 훨씬 듣기 좋았다. B씨는 며칠 뒤면 새로운 회사로 입사한다. 외모 업그레이드 덕분에 합격했다고 할 순 없겠지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용기있는 자, 노력하는 자가 일자리를 얻는다!

청년실업이 계속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2월 발표된 통계청의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대 후반 청년들에게만 고용한파가 유독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11월 전체 취업자는 2494만 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만 3000명 늘어났다. 두 달째 30만 명대 증가세로, 지난해 9월(26만 4000명) 이후 가장 적게 늘었다.

20대 후반의 고용률은 68.0%로 1년 만에 2.3% 포인트 낮아졌다. 20대 초반(44.3%)과 30대(73.5%) 고용률이 각각 0.8% 포인트, 0.7% 포인트 높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다른 연령대 고용률이 소폭 증가한 것과 역행하는 추세다.

20대 청년 취업자는 1년 사이 7만9000명 줄어들었다. 20대 실업자도 26만2000명에서 25만4000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20대 중 실업자에도 끼지 못하는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이 36.6%에서 38.6%로 높아졌다. 이는 구직활동을 포기했거나 취업이 어려워 학교에 오래 머무는 20대가 늘어난 탓이다. 내년 일자리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고 하니 청년들은 더욱 힘이 빠진다.

참 아이러니다. 이러한 현상과 맞물려 오히려 성장세를 타고 있는 산업군이 있다. 바로 ‘남성 뷰티산업’이다. 계속되는 불황과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면서 취업시장에서는 남성들의 외모 또한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로 꼽히면서 결국 화장품, 성형 등 남성들을 타겟으로 한 뷰티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남성화장품 5개 중 1개는 우리나라에서 팔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입사를 위한 취업 전 단계부터 취업 후 승진까지 계속되는 생존경쟁에서 ‘외모 경쟁력’ 또한 요구되는 세태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한국 남성이 화장품 구입에 4억9550만 달러(약 5527억 원)를 지출해 전 세계 남성화장품 매출의 21%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유로모니터는 한국을 “성인 남성 인구는 1900만 명에 불과한데 남성화장품 시장 규모는 세계에서 가장 큰 특이한 국가”로 설명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역시 한국이 남성화장품 중심지로 떠오른 점에 대해 다루며 “한국은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말이 통용될 만큼 치열한 경쟁 사회”라며 직장 생존경쟁과 취업 및 구직난 심화를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와 같은 수요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남성 기초화장품에서 BB크림, 선크림, 아이라이너 등 과거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라인의 ‘옴므’ 제품들이 속속들이 출시되고 있다. 로레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화장품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업계 또한 이에 맞춰 다양한 상품 라인을 구성하고 있다.

성형 시장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의 성형 목적은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이 첫 번째 이유다. 반면 남성들은 취업을 위한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성형을 선택한다. 과거 실제 한 통계에 따르면 남성들의 성형목적 1위는 ‘외모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함’이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과거 미국 예일대에서 남녀 4천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의 연봉이 평범한 사람에 비해 5~10% 높다고 조사됐다.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은 더 자신감 있어 보이고 연봉 협상을 할 때도 당당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이는 당당한 사회인으로 높은 연봉까지 받으려면 외모 또한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외모가 우수하면 그만큼 자신감이 넘쳐 보이고,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외모가 경쟁력의 대부분은 아니지만 분명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국내 성형 시장에서 남성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내년 상반기 취업 준비생 및 수능시험이 끝난 학생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으며, 남성만을 위한 성형 이벤트도 상당수 진행되고 있다.

강남에서 성형외과 상담을 하고 있는 김민지 실장(34·가명)은 “최근에 취업 스트레스로 인한 이른바 ‘취업성형’ 상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취업성형은 인사담당자에게 눈길을 끌기 위한 중요한 이력인 학력, 자격증, 토익, 높은 학점, 봉사활동 외에 개개인의 외모도 이제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스펙이 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을 처음 대면하게 되면 첫인상 또한 중요한데, 비슷한 스펙의 사람이라면 당연히 외모에 호감이 가는 쪽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텍사스대학 노동경제학 교수 다니엘 헤머메시 역시 잘생긴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다니엘 헤머메시는 ‘아름다움은 값을 한다: 매력적인 사람이 더 성공하는 이유’라는 책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다니엘 헤머메시는 1970년대부터 교육, 나이, 인종, 결혼 여부 등 12개 요소가 같은 사람들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 비교 분석한 결과, 외모가 평균보다 못생긴 남자는 잘생긴 남자에 비해 급여가 17% 낮았고, 여성의 경우도 예쁘고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급여가 12%가량 높았다고 전했다. 그는 외모가 뛰어난 사람은 대체적으로 자신감이 높고 그러한 자신감이 업무를 처리하는데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조언했다.

구직자들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셔츠 타이 전문점 STCO는 네이버 취업 커뮤니티 ‘독하게 취업하는 사람들’의 회원 1542명을 대상으로 구직자의 취업 및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절반이 넘는 870명이 면접 때, 외모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도 42.4%에 달해 대부분의 구직자가 외모를 신경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의 구직자 중 6명은 “이력서 사진을 포토샵으로 보정했다”고 답했고 남성 구직자 절반은 면접 전에 메이크업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트로섹슈얼’, ‘글루밍족’ 등 외모에 투자하는 남성 상이 면접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한국은 교육열이 높아 전 국민의 80% 이상이 고등교육을 받는다. 이후 대학 진학률 역시 80%를 넘어 OECD 가입국 중에서 최고다. 대기업에 대한 입사 전략을 위한 스펙 쌓기 역시 치열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젊은 층의 실업률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중·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 졸업 후에도 취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한국 남성들의 뷰티시장 선점은 또 다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요소라는 것이다. 이들이 화장을 하거나 성형을 하는 것은 좀 더 여성적으로 보이거나 섬세해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좀 더 생생해 보이고 말끔해 보이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의 수단인 것이다. 요즘 같은 불황에, 취업에 대한 경쟁이 치열한 한국적 실상에서 이를 통해 남들보다 좀 더 매력적인 외모를 가꿔 더 나은 인상을 주기 위한 방편이라는 설명이다.

<미니인터뷰> 박원진 원진성형외과 대표원장

청년구직자 취업성형에 높은 관심

남성들의 상담 및 시술 증가추세는

성형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형외과 방문은 해마다 늘고 있다. 매년 10~15% 이상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남성들의 경우 취업이나 사회생활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성형수술이 늘고 있고, 그 연령대가 확대되고 있어 이런 증가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20~30대 청년층의 구직을 희망하는 남성들 비율은

내원 남성 환자 중 20~30대 비율이 가장 높다. 또한 성형 이후 취업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어 많은 남성들이 구직을 위한 취업성형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황에도 이처럼 남성 뷰티산업이 뜨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장기간의 경기 불황과 20~30대 젊은 층의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외모를 중요한 경쟁력으로 인식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진행했던 한 연구에 따르면 잘생긴 외모의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5~10%로 높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러한 외모중시적인 정서가 보편화 되면서 성형외과 혹은 성형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과거에 비해 반감됐다. 또한 성형수술을 통한 콤플렉스의 극복과 자신감 상승이 실제 생활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면서 전체적으로 남성뷰티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본다.

기억에 남는 사례자가 있다면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얼짱 사진들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미남미녀들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중에는 실제 얼굴이 아닌 포토샵으로 사진을 수정한 얼짱들도 존재한다. 과거 병원을 방문했던 20대 남성의 경우 자신이 포토샵으로 수정한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며, 실제 얼굴을 포토샵으로 수정한 사진처럼 고치고 싶다는 사례가 있었다. 얼짱으로서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대우 받는 기분이 너무 행복했으며, 실제 얼굴이 알려질까봐 큰 걱정이라고 그 환자는 걱정했다. 실제로 수술 후 경과가 매우 좋아 지금은 방송인, 모델 등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성형을 통해 자신감도 회복하고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룬 경우라 기억에 남는다.

남성들이 성형을 결심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사항은

성형을 결정하기 전에 꼭 무리한 혹은 과도한 욕심을 버리라고 충고하고 싶다. 성형은 마술이 아닌 의술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 없다. 반드시 성형 전 전문가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개선 가능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성형을 너무 과신하거나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절제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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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