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 군인들이 2009년 6월3일 베이징 시내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20주년 하루 앞두고 지난 3일 톈안먼 광장을 다녀왔다. 사방이 자금성과 국가박물관, 마오쩌둥(毛澤東) 기념당, 인민대회당으로 둘러싸여 있어 그야말로 살아 숨쉬는 역사의 현장이다.

광장은 평소처럼 관광객들로 붐볐고 점심 때라 그런지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강한 햇볕이 작렬했다.

너무 한가하고 평온한 오후 분위기라 ‘여기가 톈안먼 사태가 일어났던 곳이 정말 맞나’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하지만 광장을 걸으며 주변을 살펴보면 정중동(靜中動)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광장 주변에 사복경찰들이 어슬렁거렸고 제복 차림의 군인 및 공안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톈안먼 광장으로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면 반드시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위험 인물’을 사전에 색출하기 위해서다.

한 공안에게 “원래 이런 검색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자 지나가던 한 행인이 “평상시보다 검색과 보안이 심해진 것 같다”고 귀띔해준다. 더 자세히 묻지는 않았지만 이유는 뻔하다.

톈안먼 20주년을 맞아 각종 사태에 대비코자 함이다.
이렇게 베이징에서는 큰 소요 없이 톈안먼 사태 20주년이 지나갔다. 겉으로는 평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그야말로 필사적이다.

중국 당국은 반체제 인사들을 가택연금하고 이들에 대한 도청·미행을 서슴지 않는다. 행여 반체제 인사들의 모임이 있을까 하고 공안들은 대학가를 돌아다니며 단속하기에 바쁘다.

현재 중국에서는 어디서도 톈안먼 사태에 관한 소식을 접할 수가 없다. 어느 누구도 얘기하지 않고 금기시한다. 20세가 안 된 젊은이들은 아예 역사적 사실을 알지 못한다. 대학생들은 공부하기 바쁘다며 톈안먼 사태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가장 황당한 것은 인터넷 사이트조차 막아버린다는 것. 인터넷에서 ‘톈안먼 사건’을 검색하면 금지단어로 뜬다. 포털뿐 아니라 게시판도 6000여군데가 폐쇄됐다고 한다. 베이징·상하이 주요 도시에서 외신 등이 톈안먼 사태에 대한 보도를 하면 TV화면 송출이 중단된다.

반면 홍콩에서는 텐안먼 사태의 재평가를 요구하며 희생자 추모 행사 등이 벌어지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대학생 13명이 6월4일을 기리기 위해 지난 1일 오후부터 64시간 동안 단식농성에 했고 빅토리아공원에서는 4일밤 10만명이 참가하는 톈안먼 기념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는 등 관련 행사와 시위가 잇따라 열렸다.

중국 반체제 인사들은 “톈안먼 사태는 민주화 운동이었으며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수많은 희생자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역사적 재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얼마 전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총서기의 회고록이 홍콩에서 출판돼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으나 정작 중국에서는 아무도 이를 모르고 있다. 그만큼 톈안먼 사태는 중국 공산당의 최고 아킬레스건이며 끝까지 가슴에 품고 가야 할 극비사항인 것이다.

아시아경제신문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