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새로운 정부가 추진할 충전요금 동결 정책은 양날의 검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각종 인상요인을 무릅쓰고 요금을 고정시킬 경우 소비자들에게 차량 유지비 절감 측면에서의 편익이 주어진다.

반면 다음에 들어설 정부가 새롭게 마련할 충전요금 정책에 대해 큰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현재 완성차 업체들이 공급망 이슈로 전기차 판매가를 인상하도록 압박받고 있기 때문에 다음 정부도 충전요금을 동결·인하하는 쪽으로 정책을 수립할 가능성이 커진다.

오히려 업계 일각에선 전기차 충전 요금에 석유연료와 같은 세금을 매겨야만 내연기관차와 형평성을 맞출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세금을 지금보다 더 매길 경우 충전요금은 자연스럽게 인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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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전기차 보급목표를 달성할 경우 전기차 충전요금에 부과되지 않는 유류세에 대한 세수손실액 규모의 추이. 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전기차 충전요금엔 소비세 미부과, 이미 ‘혜택 과잉’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무총리 산하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2018년 발간한 연구보고서 ‘자동차의 전력화(electrification) 확산에 대비한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방향 연구’를 배포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법상 전기차 충전요금에는 휘발유와 경유 같은 석유연료와 달리 교통세와 에너지세, 환경세 등 세금 3종이 부과되지 않는다. 이는 전기차 충전기 뿐 아니라 모든 용도의 전기 에너지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부분이다.

해당 세금들이 고속도로와 같은 도로 인프라를 이용하는데 따른 부담금의 명목으로 거둬들여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내연기관차가 차별받는 상황이다. 정부가 장거리를 운행하는 전기차 고객을 지원하기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 등 교통 거점을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소를 우선 구축하고 있으면서도 전기차 보유자에게 도로 이용부담금을 부과하지 않는 건 세수 명분에 어긋난다.

세수손실 규모도 매우 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18~2030년 기간 유류세에 관한 현행 규정을 유지할 경우 2030년까지 유류세 손실규모가 누적 5,81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승용 전기차 고객을 위한 국고 구매보조금 예산 9,870억원의 58.9%에 달한다. 전기차 대당 보조금 최고액수인 700만원을 일괄 지급할 경우 8만3,000대분의 혜택이 증발하는 셈이다.

이밖에 해외에서도 충전요금을 인하하기보다 차량 보조금을 더욱 지급하는 방향으로 소비자 편익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할 때 한국의 전기차 충전요금제도는 매우 소비자 우호적인 양상으로 적용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초급속 충전소 이-피트가 운영되는 모습.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의 초급속 충전소 이-피트가 운영되는 모습. 출처= 현대자동차

개소세 등 구매부담 관련 세금을 손보자

새로운 정부가 충전요금 대신, 갈수록 비싸질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의 구매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예산을 투입하길 제안한다.

이 일환으로 현재 문재인 정부가 인하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개별소비세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개별소비세(개소세)는 사치성 품목, 소비억제 품목 등에 매겨지는 세금이다.

정부가 궁극적으로 자동차 대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점에선 개소세가 당연히 매겨져야 한다. 하지만 대중교통만으로 국민들의 이동 수요를 충분히 채워줄 수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필수품목인 자동차의 일종인 전기차에 개소세를 과세하는 건 이율배반적인 조처다.

전기차를 구매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세금을 매겨 차량 구매를 억제하려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개소세 외 전기차 구매보조금도 공차중량이나 성능 등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현행 제도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

수십년간 이어온 세금 제도를 20대 정부가 급진적으로 수정하긴 어렵다. 이 뿐 아니라 제도를 손볼 경우 반드시 일각에서 발생할 부작용을 고려해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표심을 얻으려는 수준이 아닌, 실제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