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버스 클로즈베타에 참여한 기자의 아바타. 출처=박창민 기자
독도버스 CBT에 참여한 기자의 아바타. 출처=박창민 기자

“재활용병 찾기 엄청 힘드네요.”

“퀴즈맨 찾았어요!”

“농협은행 퀴즈 정답이 무엇인가요?”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1만명이 가입한 한 네이버 카페와 40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커뮤니티에는 공병과 퀴즈맨을 찾는 수 많은 대화가 오가고 있다. 이들은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 비공개시범서비스(클로즈베타테스트·CBT) 참여자들이다.

참여자들이 공병과 퀴즈맨을 찾는 이유는 공병줍기, 쓰레기 줍기 등 ESG 활동을 통해 플랫폼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자산 ‘도스(Dos)’를 얻기 위해서다. 독도버스 플랫폼 내 랜덤으로 생성되는 쓰레기나 공병 아이템을 수거해 폐기장에 판매하거나 퀴즈맨의 퀴즈 정답을 맞추면 도스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독도버스는 우리나라 독도 지역을 메타버스로 구현한 가상세계 플랫폼이다. 지난 2일 CBT를 오픈한 독도버스는 NH농협은행과 핀테크전문기업 ‘핑거’가 협력해 개발 중이다.

농협은행과 핑거는 이달 CBT를 시작으로 오는 5~6월 공개서비스(오픈베타테스트·OBT)를 거쳐 8월 15일 그랜드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과 지난 1월 독도버스 홈페이지를 통해 두 차례 사전가입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16시간 만에 3만6,500명, 지난 1월에는 2시간 만에 3만명이 참여했다.

CBT는 이들 사전가입자 6만6,500명을 대상으로 선오픈됐다. 농협은행은 5월 OBT 시에는 신규 회원도 독도버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독도버스 정중앙에 자리한 광장 모습. 광장의 광고판에는 농협은행의 마이데이터 관련 광고 영상이 방영되고 있다. 출처=박창민 기자
독도버스 정중앙에 자리한 광장 모습. 광장의 광고판에는 농협은행의 마이데이터 관련 광고 영상이 방영되고 있다. 출처=박창민 기자

두달 간 CBT…공병 주우려 ‘무한 경쟁’

독도버스는 모바일 게임이다. CBT 참여자는 스마트폰으로 독도버스 홈페이지을 방문해 CBT용 APK를 다운로드 받으면 이용이 가능하다. 

독도 지역을 메타버스로 구현한 독도버스에 첫 로그인을 하면 지도 정중앙에 위치한 ‘광장’에서 시작한다. 광장 위쪽에는 커다란 광고판이 있으며, NH농협은행의 마이데이터를 소개하는 홍보 영상이 방영되고 있다.

독도버스 내 NH금융센터. 출처=박창민 기자
독도버스 내 NH금융센터. 출처=박창민 기자

광장을 중심으로 지도 오른편에는 재활용 처리장과 공방, NH금융센터 등이 자리한다. 재활용 처리장과 공방에선 수집한 공병과 작은 돌을 도스로 바꿀 수 있다. NH금융센터는 향후 도스를 예치(스테이킹)해 이자를 받고 농협은행 상품 가입을 할 수 있는 채널로 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도 왼쪽에는 폐기물을 판매할 수 있는 폐기장과 아바타가 거주할 수 있는 공용호텔 등 거주 지역이 자리한다.

NH금융센터 예치시 데일리 이자율. 현재는 서비스 준비 중이나 향후 NH금융센터에서 도스(Dos)를 예치해 스테이킹 이자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박창민 기자
NH금융센터 예치시 데일리 이자율. 현재는 서비스 준비 중이나 향후 NH금융센터에서 도스(Dos)를 예치해 스테이킹 이자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박창민 기자

CBT 참여자들에게 주어지는 일일 퀘스트이자 최대 난제는 공병, 작은 돌, 폐기물을 줍는 ESG 활동이다. 참여자들은 플랫폼 내 랜덤으로 생성되는 이들 아이템을 줍기 위해 지도 곳곳을 찾아 다닌다.

행동력에 제한이 있어 이동할 때마다 행동력이 감소한다. 이동을 멈추면 행동력이 다시 회복되며 행동력이 0까지 감소하면 거주지역(공용호텔)으로 이동(텔레포트)된다. 퀘스트 수행으로 경험치를 얻어 레벨을 높이면 행동력도 늘어난다.

레벨 업을 통해 운동 에너지(행동력)과 스피드가 증가했다. 출처=박창민 기자

행동력 수치를 보여주는 카테고리에 있는 플러스(+) 버튼을 누르면 ‘준비중’이라는 문구가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일정 기간 행동력 제한 없이 이동이 가능한 아이템이 나와 도스로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폐기물 아이템을 줍기 위해 달려오는 아바타들. 이번에는 기자가 먼저 집었다. 출처=박창민 기자 
폐기물 아이템을 줍기 위해 달려오는 아바타들. 이번에는 기자가 먼저 집었다. 출처=박창민 기자 

독도버스 CBT의 진풍경은 ‘줍기 경쟁’이다. 플랫폼을 돌아다니다 공병 등을 발견하면 이용자들의 다수 아바타들이 아이템을 줍기 위해 모두 ‘달려든다’. 누군가 먼저 집으면 아이템은 사라진다. 특정 지역에는 공병 등이 자주 생성되는 ‘핫플레이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몇몇 이용자들은 특정 지역에서 자리를 지키며 아이템이 근처에 생기면 빠르게 집는다. 이들 지역도 역시 경쟁이 치열하다.

퀴즈맨을 찾는 이용자들도 많다. 퀴즈맨은 금융 정보나 농협은행과 관련된 퀴즈를 내거나 농협은행 마이데이터 홍보 영상을 권한다. 퀴즈를 맞추거나 영상을 시청하면 경험치와 도스를 얻을 수 있다. 퀴즈 내용에는 ‘농협은행의 대표앱 올원뱅크에서 가능한 송금서비스는?(일반송금, 음성송금, 연락처송금, 셋 다 가능(v))’ ‘농협은행의 2022년 올해 창립 몇 주년일까요(정답 10주년)’ 등이다. 향후 농사, 낚시 등 도스를 얻기 위한 방법은 다양해질 전망이다.

퀴즈맨이 낸 문제. 정답은 '셋 다 가능'. 출처=박창민 기자
퀴즈맨이 낸 문제. 정답은 '셋 다 가능'. 출처=박창민 기자

이들이 ESG 활동과 퀴즈 맞추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도스를 얻을 수 있어서다. 농협은행과 핑거는 CBT 참여자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도스를 모으면 ‘도민권 NFT(대체불가토큰)’를 구입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도민권은 '독도버스의 도민임을 인증하는 증서'다. 도민권 NFT 보유자는 향후 독도버스 내 토지를 보유하고 건물도 지을 수 있다. 도민권은 위조하거나 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유권이 보장되며 NFT 거래플랫폼에서 재판매도 가능할 전망이다.

“CBT도 완성도 높일 것”…P2E 요소 기대감도

향후 도스의 사용처도 다양해질 전망이다. 플랫폼 내 각종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NH금융센터에 예치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현금으로 전환 가능한 P2E 요소도 가미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농협은행과 핑거는 도스의 현금화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당국이 P2E 게임 활성화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어서다.

당초 농협은행은 고객이 예치한 도스를 농협포인트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또한 캐릭터가 독도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땅에 농사를 짓거나 정원을 가꾸면 현실 세상에서 물고기나 쌀을 집으로 배송해 주는 식으로 범농협 온오프라인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P2E 요소는 메타버스나 NFT 투자자에게 주요 관심사다.

농협은행과 핑거는 P2E에 대한 당국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우회로를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핑거의 자회사인 마이크레딧체인은 다른 사업인 리워드형 SNS ‘굿모닝(Goodmorn)’에서 클레이튼 플랫폼 기반의 ‘MCC 토큰’을 발행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도스-MCC-클레이튼’ 스왑이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MCC는 지난 2일 가상자산 거래소인 엘뱅크(Lbank)에 상장됐다. 도스를 MCC로 스왑할 수만 있다면 현금화를 위한 우회로가 가능해진 것이다.

마이크레딧체인 남윤호 대표는 "가상공간에 구현된 독도에서 데일리 퀘스트와 이벤트 미션을 진행하면서 플랫폼내 전용화폐인 ‘도스(DoS)’를 얻고, 이를 장기적으로는 마이크레딧체인의 토큰 및 현실세계의 자산과 연계시킨다는 광범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CBT 단계인 만큼 시스템적으로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독도버스 이용 도중 네트워크 이상으로 접속 장애가 종종 발생한다. 또한 재접속 시 중복 로그인 오류로 스마트폰을 재시작한 이후에나 다시 독도버스 이용이 가능했다.

다른 참여자가 이미 주워갔지만 빈 아이템이 지도 상에 남아 있어 다른 이용자들이 아이템에 다가가도 해당 아이템을 획득할 수 없는 상태다. 출처=박창민 기자
다른 참여자가 이미 주워갔지만 빈 아이템이 지도 상에 남아 있어 다른 이용자들이 아이템에 다가가도 해당 아이템을 획득할 수 없는 상태다. 출처=박창민 기자

또한 이미 다른 참여자가 공병 등을 주웠는 데도 해당 아이템이 지도 상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어 후발주자인 참여자들이 주워봤자 아이템 획득이 불가능한 공병이나 쓰레기를 향해 다가가 행동력과 동선을 낭비한다. 이 같은 불만과 관련된 참여자들의 ‘버그 리포트’는 독도버스 네이버카페에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남윤호 대표는 지난 1일 유튜브 채널에 게재한 ‘독도버스 CBT 오픈’ 영상에서 “CBT로 보다 생생한 회원 분들의 피드백을 받아 빠른 캐치업으로 8월 15일 그랜드 오픈에 높은 완성도를 이루겠다”라고 말했다.

남 대표는 이어 “독도버스를 한국적인, 한국 만의 특별한 감성을 담을 커뮤니티롤 발전시킬 것”이라면서 “(글로벌 대표 NFT인) 크립토 펑크, BAYC 보유자도 처음에는 본인이 가진 NFT의 가치가 지금 정도가 될지 예상하지 못했다. 메타파이낸스 속에 경제, 메타 ‘파이’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민족은행으로서 독도의 가치를 되새기고,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고자 독도버스를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흥미로운 서비스를 계속 시도해 MZ세대 뿐 아니라 전 연령층과 함께하는 농협은행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