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의 주요 투자·협력 기업. 출처=SK네트웍스
SK네트웍스의 주요 투자·협력 기업. 출처=SK네트웍스

올해 SK네트웍스의 미래 유망 영역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더욱 빨라진 산업 변화 속도에 대응하는 동시에 회사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투자와 블록체인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고 신년사에서 밝힌 방향성을 실천해 나가고 있는 것.

이를 통해 ‘사업형 투자회사’로서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직물회사로 시작한 SK네트웍스가 2000년대 유지했던 무역 및 마케팅 중심의 비즈 모델을 ‘SK네트웍스 1.0’으로 본다면, 여기에 생활가전과 렌터카 사업을 접목해 렌탈기업으로 진화하는 ‘SK네트웍스 2.0’ 시대를 연 데 이어 새로운 3.0 모델로의 도약을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SK네트웍스가 밝힌 사업형 투자회사는 향후 성장성 높은 영역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동시에 해당 기술을 활용해 기존 사업 모델을 업그레이드하고, 필요할 경우 주력사업으로 편입하는 등 투자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여 나가는 기업을 뜻한다.

이를 위해 SK네트웍스는 글로벌 기술 및 트렌드를 선도하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급성장하고 있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새로운 도약 기회를 찾고 있다. 재무적 관점의 투자뿐만 아니라 전략적투자자(SI)로서 참여를 병행하며 협력을 추진한다는 방침으로, 올해 들어 2개월 동안 5개 회사에 투자를 집행했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출처=SK네트웍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출처=SK네트웍스

SK네트웍스는 앞서 지난 2018년 이 같은 투자 모델을 구상했다. 이듬해엔 최성환 사업총괄이 전략기획실장으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실행력을 높여왔다. 최 사업총괄은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MBA 과정을 밟은 후 SKC 전략기획팀, SK㈜ Global사업개발실장 등을 거쳤다. SK㈜ 재임 당시 진에딧(GenEdit) 투자를 시행하는 등 SK그룹의 첫 미국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했다.

최 총괄은 SK네트웍스에서 전략적 인사이트와 해외 사업 전문성을 살려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 구축과 내부 역량 확보를 책임져 왔다. 이와 함꼐 국내외 질 높은 투자 사안 유입 및 의사결정을 이끌었다. 또한 SK그룹 내 투자전문가인 이호정 신성장추진본부장(경영지원본부장 겸임)이 지난해 합류하면서 SK네트웍스의 투자 중심 성장 모델 체계가 더욱 견고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SK네트웍스는 미국에 투자법인을 설립하고 실제적인 투자와 현지 거점 확대를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 참여를 비롯해 다양한 블록체인 기업과 협업하며 내실을 다질 수 있었다.

SK네트웍스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집행한 시딩 투자는 10여건에 달한다. 현재 평가금액은 투자 대비 두 배 가량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마켓컬리, 차이 등의 경우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 선례로 자리잡았다.

마켓컬리는 지난 2018년 3월 첫 투자 이후 2020년과 지난해에 걸쳐 누적 200억원대 금액을 투자한 e-커머스 기업이다. 신선식품의 새벽 배송 서비스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현재 준비 중인 마켓컬리의 기업공개(IPO)가 이뤄질 경우 SK네트웍스의 투자수익은 5배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차이는 간편 결제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시초인 티몬과 블록체인 기업 테라(Terra)를 창업했던 신현성 대표가 설립했다. 차이는 현재 게임 요소를 입힌 ‘차이카드’와 기업간(B2B) 결제 플랫폼 ‘차이포트’가 지닌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쌓인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투자 속도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지난 연말 정기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투자관리센터를 ‘Global투자센터’로 재편해 글로벌 시딩 투자에 집중케 하고 있다. 이어 블록체인사업부를 신설한 후 한층 강화된 행보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시딩 투자의 경우 SK네트웍스는 인공지능/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AI/DT), 헬스케어(Healthcare),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등을 중심축으로 삼아 이에 부합하는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 SK그룹의 4대 핵심 사업 중심 투자 전략과 방향성에서 일맥상통한다. 또 SK네트웍스가 보다 잠재성을 보유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초점을 맞췄다는 측면에서 차별성이 존재한다.

SK네트웍스는 지난 1월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친환경 대체가죽 제조 기업 ‘마이코웍스(MycoWorks)’에 투자했다. 이 뿐 아니라 향후 마이코웍스 생산 시설 확대, 판매망 구축, 가죽 외 신소재 개발 등 사업 확장 협업과 관련한 계약까지 체결했다. SK네트웍스는 이를 통해 친환경 소재사업 분야에 대한 사업 발판을 마련했다.

연초 미국에서 열린 CES 직후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엘비스(LVIS)’와 소수 지분 투자 계약을 맺기도 했다. 엘비스는 한국 여성 최초로 스탠퍼드대 교수로 임용된 이진형 대표가 창업한 인공지능(AI) 기반 뇌 질환 진단 및 치료 솔루션제공 업체다. SK네트웍스는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AI, 헬스케어 영역 내 네트워크 확대 및 추가 투자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전기차 완속 충전기 운영업체 ‘에버온’ 투자룰 통해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를 통해 스피드메이트사업부와 부품사업부를 포함해 모빌리티 관련 자회사인 SK렌터카와 카티니(브랜드명 타이어픽) 등과 시너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투자와 연계해 기존 사업 혁신을 이뤄 비즈니스 모델을 한층 강화한다는 전략 실천에 나서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지난달 3일 서울 종로구 삼일빌딩에서 블록체인 펀드사 해시드와 함께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MOU를 체결하는 모습. 출처= SK네트웍스
SK네트웍스가 지난달 3일 서울 종로구 삼일빌딩에서 블록체인 펀드사 해시드와 함께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MOU를 체결하는 모습. 출처= SK네트웍스

SK네트웍스는 지난달 초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블록체인 펀드인 해시드벤처스와 전격적으로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양사는 SK네트웍스 산하의 SK렌터카, SK매직 등의 사업모델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다.

양사는 한편 유망 글로벌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다. 향후 SK그룹 멤버사가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해시드가 주요 협력 파트너 역할을 담당하기로 함에 따라 양사 간 결속은 더욱 굳건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SK네트웍스는 최근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 ‘블록오디세이’에 투자를 집행해 전체 지분의 10% 및 이사회 지명권을 획득했다. 앞으로 전략적 투자자(SI)로서 경영 의사결정에도 동참할 예정이다. 양사는 향후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 트렌드를 공유하는 한편 사업 파트너로서 공동 사업 기회 모색에 나설 방침이다.

SK네트웍스는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사업을 통해 다수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데다 휴대전화 도매·물류 사업도 펼치고 있어 향후 여러 사업 영역에 블록오디세이의 기술을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네트웍스의 CI. 출처=SK네트웍스
SK네트웍스의 CI. 출처=SK네트웍스

이 같은 SK네트웍스의 행보에 대해 투자업계의 긍정적 평가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SK네트웍스가 최성환 사업총괄의 지휘 아래 짧은 시간 동안 투자에 대한 상당한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며 “투자 수익에 더해 기존 사업과의 접합을 통해 가치를 배가시킬 수 있다는 부분이 큰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초 이후 여러 건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SK네트웍스는 사업형 투자회사로의 체질 개선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글로벌 시딩 투자 등을 통해 얻은 수익을 주주에게 환원하고, 새로운 투자에 나서는 등 중장기적인 측면에서의 이해관계자와 함께하는 선순환 투자 체계가 구축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SK네트웍스는 글로벌 및 블록체인 관련 투자 및 사업 개발 속도를 높이고 선순환 투자체계를 구축해 사업형 투자회사로서 파이낸셜 스토리 실천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미래를 내다보고 3~4년 전부터 준비해온 투자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며 “이 시점에 더욱 전문성을 강화해 다양한 파트너십과 추가 투자를 활성화하고 유망 영역과 회사 사업의 연계 효과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회사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규모 있는 사업과 연계시킬 것”이라며 “또 사업형 투자회사로서 경영환경 변화에 유연히 대응하고 높은 경쟁력을 갖춘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성과 창출과 지속성장을 이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