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이원덕 행장 내정자가 다음달 우리은행장 자리에 오른다. 그룹을 대표하는 전략통인 손태승 회장과 이원덕 내정자가 설계할 민영화 이후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청사진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내정자는 리딩뱅크로의 위상 회복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역동적인 인사 이동으로 직원들의 업무 전문성을 높이고, 능동적인 영업 문화 확산,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전략통에서 차기 행장 내정자로

이원덕 우리은행장 내정자. 출처=우리은행
이원덕 우리은행장 내정자. 출처=우리은행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7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우리은행장 후보에 이원덕 우리금융 부사장을 단독 추천했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선임 안건이 최종 의결되면 내달 권광석 행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게 된다.

이 내정자는 1990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행해 32년간 우리금융에 몸 담은 정통 뱅커다. 이 내정자는 전략, 재무, 인수‧합병(M&A)과 디지털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2011년까지 우리은행에서 전략기획팀 수석부부장, 검사실 수석검사역, 자금부장을 거친 후 2012년에는 지주 글로벌전략부장을 맡았다.

특히 이 내정자는 손 회장과 함께 우리금융을 대표하는 전략통이다. 손 회장과 이 내정자는 과거 우리은행 전략기획팀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후 전략, 글로벌 등 여러 분야에서 굵직한 현안을 함께 다루며 호흡을 맞췄다.

이 내정자는 2013년부터 지주와 은행을 오가며 그룹 내 전략통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그는 2013년 지주 전략기획부장을 맡았고 2014년부터는 우리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2019년까지 전략사업부장(본부장), 미래전략부장(본부장), 미래전략단 상무, 경영기획그룹 상무, 경영기획그룹 집행부행장 역할을 수행했다. 2020년부터는 지주 전략부문 부사장(사내이사)을 역임 중이다.

이 내정자는 전략·기획 부문에서 활약하며 2016년 ‘실질적 민영화’ 작업과 2018년 지주체제 전환, 2019년 푸본생명 블록딜을 이끌었다. 특히 이 내정자는 지난해 예금보험공사 잔여지분 매각을 적극 지원하며 완전 민영화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추위는 “이 후보는 그룹 내 주요 핵심업무를 담당하면서 그룹 전반에 폭넓은 이해를 하고 있다”며 “이 내정자는 대내·외적으로 평판이 좋으며 도덕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아 완전 민영화 이후 조직의 분위기 쇄신과 경영 안정성 제고를 동시에 이루기 위한 최고의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라고 추천 배경을 밝혔다.

지주 완전 민영화 ‘성장 탄력’…리딩뱅크 도약 시동

이 내정자는 ▲리딩뱅크 도약을 위한 능동적인 영업 문화 정착 ▲팀장급 및 부서장급 전문가 양성을 위한 역동적인 인사이동 ▲지원(전략·인사·재무)조직 슬림화와 실행 중심 운영 ▲‘자율, 자존, 열정’ 3대 조직 혁신 키워드로 주도적인 기업문화 정착 등 영업, 인사, 전략·재무, 기업문화에 대한 세부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현재 전사적으로 실시 중인 VG(같이그룹, value group) 제도를 일부 개선할 방침이다. VG 제도는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인근 영업점 몇 개를 그룹화해 협업 체계를 구축한 영업 채널을 말한다. 이 내정자는 VG 제도를 단순한 지점 간 협업 제도가 아닌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영업 현장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보완할 계획이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 진출도 가속화한다는 각오다. 현재 우리은행은 23개국 449개 네트워크를 보유 중이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추가 진출이 어려운 상태다. 이 내정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 때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준비, 500개 해외 네트워크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우리금융이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달성하면서 이 내정자는 지주 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은 경쟁 금융지주 대비 낮은 비은행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인수합병(M&A) 등 인오가닉 성장 전략을 예고하고 있다. 이 내정자는 지난 2019년 우리금융이 금융지주로 재출범한 이후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저축은행, 우리자산신탁, 우리글로벌자산운용 등을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지주 전략부문을 담당한 바 있다.

금융권 디지털 전통강자인 우리은행의 위상을 다시금 높이기 위해 플랫폼 경쟁력 제고에도 힘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마이데이터 플랫폼인 ‘우리 마이데이터’와 MZ세대를 겨낭한 메타버스 콘텐츠에 중점을 둔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내정자는 지주의 디지털혁신 소위원회 의장을 맡은 이후 지난해 매주 위원회를 개최하며 마이데이터, 디지털 지급결제 등 디지털 전략을 논의해 왔다. 디지털 전략 강화를 위해 최고디지털임원(CDO) 외부 영입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디지털 기술 개발에서 경쟁사 대비 한 발 앞서는 행보를 보여왔다. 2001년에는 국내 최초로 인터넷 외환거래시스템을 개발하고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인터넷뱅킹 보안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2010년에는 국내 금융기관 중 처음으로 매킨토시와 리눅스 환경에서 인터넷뱅킹 이용이 가능한 ‘우리오픈뱅킹’ 서비스를 실시한 바 있다.

2016년에도 금융권 최초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위비톡’을 출시했으며, 같은 해 은행권 최초로 핀테크 기술을 적용해 ‘무서류 스마트대출 서비스’를 시행했다. 지난해에는 은행권 최초로 ‘인터넷 무역금융 실행 서비스’와 ‘보인인증 기반 디지털 우편발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자추위 관계자는 “(이 내정자 추천에) 최근 금융권의 주요 화두가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 강화’임을 고려해 그룹 디지털혁신소위원회 의장으로서 우리금융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어온 경험이 높이 평가됐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