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가 최근 5,000억여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가를 높이는데 힘쓰고 있다. 불확실성 큰 완성차 업계에서 수익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주가를 적극 관리하는 등 행보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취지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수소 등 현재 수익성이 입증되지 않은 선행 사업에 공들이는 현대차 입장에선 필요한 제스처이기도 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22 CES 현장에서 로보틱스 사업을 발표하는 모습.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22 CES 현장에서 로보틱스 사업을 발표하는 모습.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23일 현대차 주가는 전날 18만1,500원 대비 0.6% 감소한 18만500원으로 장 마감했다.

현대차 주가는 최근 수년간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달 초 미국에서 안티브레이크시스템(ABS) 결함으로 인한 화재 우려가 확인된 완성차를 48만5,000대 가량 리콜하기로 결정된 점이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11일엔 코로나19 사태의 기저효과로 지난해 양호한 판매실적을 거둔 것이 확인됨에 따라 고점인 26만7,500원을 기록한 것과 대조되는 액수다.

지난해의 경우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0년엔 본격 창궐한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국내외 소비자들의 보상 구매심리가 작용해 연초 이후 반등했다. 2019년 전세계 완성차 시장의 성장세가 정체됨에 따라 현대차 주가가 11만원 후반부터 12만원 초반 사이 범위 안에서 보합세를 보이다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오히려 반등했다.

정의선 회장이 올해 신년사 영상에 등장해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올해 신년사 영상에 등장해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성향 강화…가치제고 의지 피력

현대차는 주가 기복을 보여오는 동안 각종 주주가치 강화 방안을 시행함에 따라 감소폭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지난 18일까지 3개월 가량 기간에 걸쳐 4,987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보통주 213만여주, 우선주 63만여주 등으로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전체 발행 주식 수 2,769만여주의 1.0% 비중에 달하는 규모다. 앞서 지난해 1~3분기 기간엔 자사주를 209만주 가량 소각했다.

법인이 이익잉여금으로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매입한 뒤 해당 주식을 소각할 경우, 순이익이 동일한데 비해 발행 주식 총수만 줄어든다. 이에 따라 주주가치 지표 중 순이익을 주식 총수로 나눈 수치인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진다. EPS가 높을 경우 주주당 배당규모나 법인의 배당여력이 비교적 큰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실제 지난해 기준 중간 1,000원, 결산 4,000원 등 주당 5,000원 규모의 연간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공시함에 따라 강화한 주주환원 기조를 드러냈다. 2020년 3,000원, 2019년 4,000원 등에 비해 강화한 배당성향을 보였다. 이밖에 정의선 회장도 지난 2020년 3월 사흘에 걸쳐 336억원 상당의 현대차 주식을 매입해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내 주가 상승세에 일조했다.

현대차의 수소사업 주요 성과 중 하나인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차의 수소사업 주요 성과 중 하나인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출처= 현대자동차

선행사업 불확실성 여전, 주주 달래며 모험 성공해야

다만 현대차의 이 같은 행보가 주가를 높이는데 지속적으로 효과를 나타낼진 미지수다. 현대차가 현재 주력 전개하고 있는 선행사업들이 여전히 불확실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 급변하는 산업 국면에 대응하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로 각종 신사업을 전개할 것이라 밝혔다.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사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모빌리티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 공급사로 쇄신할 것이란 포부다.

이를 위해 2020~2025년 기간에 걸쳐 60조1,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 중 신차개발, 연비규제 대응, 완성차 관련 시설 확장 등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36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이와 함께 전동화(10조8,000억원), 수소사업(4조1,000억원), 자율주행(1조6,000억원), 모빌리티 서비스·플랫폼(1조2,000억원), 커넥티비티(1조원), UAM·로보틱스·인공지능(4조8,000억원) 등 신사업에 23조5,000억원 투입할 계획이다.

신사업 분야 중 전동화와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세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는 업계 일각에서 성장 가능성에 의심을 품는 등 불확실성을 일부 갖춘 선행 사업으로 분류된다. 수소사업은 미래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에너지 순환 과정 측면에서 타당성을 입증해나가야 하는 분야다. 또 모빌리티 서비스·플랫폼은 스타트업이나 관련 전문업체와의 협업과 상생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분야고, UAM이나 로봇은 여전히 사업 개발·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대차가 그간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서 다져온 입지를 극복하기 위해 신사업 비전을 선제적으로 제시한 건 모험적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현대차를 비롯한 전세계 기업 중 해당 신사업의 수익성을 검증한 곳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내부에서도 “10년 뒤에 무조건 지금보다 주가가 오를 것”이라거나 “현대차의 미래 기업가치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등 상반된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라인업 이미지.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라인업 이미지.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그간 신사업에 대해 드러내 보인 자신감과 증권사의 장밋빛 전망에 대한 실체를 시장에 내놓는 것을 과제로 안은 상황이다.

최근 아내 몰래 현대차 주식을 5억원치 산 뒤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남성의 에피소드가 개인투자자(개미)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지난 2020년 3월 현대차 주가가 6만7,000원 가량 하락함에 따라 3억3,000만원 가량 손실을 기록해 이혼 위기까지 처했다가 같은해 9월 17만원에 전량 매도해 4억원 가량 수익을 냈다는 ‘전설적인’ 사연이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진 않지만 개연성을 충분히 갖춘 이야기다.

현대차는 오리무중의 모빌리티 업계를 헤치고 나가 개미들을 열광시킬 수 있을까. ‘존버(투자 후 참고 버티는 것)가 답’이라는 개미들의 투자철학을 지켜보는 정의선 회장과 임직원들에게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유지시켜줄 획기적 모멘텀(계기)이 필요해보인다.

현대차의 연간 순이익 및 영업활동현금흐름 추이. 완성차 결함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대규모 리콜 결단이 이뤄졌던 2020년을 제외할 경우 매년 조단위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고, 영업활동으로 창출하고 있는 현금흐름도 변화무쌍한 완성차 업계에서 지속 흑자 기조를 보여왔다. 출처= 금융감독원 자료 재가공
현대차의 연간 순이익 및 영업활동현금흐름 추이. 완성차 결함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대규모 리콜 결단이 이뤄졌던 2020년을 제외할 경우 매년 조단위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고, 영업활동으로 창출하고 있는 현금흐름도 변화무쌍한 완성차 업계에서 지속 흑자 기조를 보여왔다. 출처= 금융감독원 자료 재가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