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기아가 올해 반도체 수급 현황과 전세계 완성차 수요 등을 고려해 공격적인 완성차 판매목표를 제시했다. 공급망 문제 등 위기를 기회 삼아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고 실적을 올해 재차 경신할 것이란 포부다.

기아의 인기 차종인 미니밴 카니발. 출처= 기아
기아의 인기 차종인 미니밴 카니발. 출처= 기아

기아는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 등 악재 속에서도 업력상 최고 수준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실제로 26일 기아는 2021년 4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열고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69조8,624억원, 영업이익 5조657억원 등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 18.1%, 영업이익 145.1%씩 증가했다. 기아는 지난해 매출액 60조원, 영업이익 5조원 등 기록을 업력 상 최초로 넘어섰다. 기아는 지난해 SUV, 미니밴(카니발) 등 레저용차량(RV) 라인업과 신차를 적극 판매해 수익성을 강화했다. RV와 신차 모두 프로모션 규모를 비교적 줄일 수 있는 고부가 제품으로, 기아 매출을 늘리는데 일조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 2020년 3분기 세타Ⅱ엔진 리콜 비용으로 1조2,6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이 반영됨에 따라 올해 기저효과를 유발했다. 이밖에 반도체 공급난으로 공급 대비 수요가 높았던 점도 기아의 프로모션 규모를 줄여 수익성을 강화하는데 일조한 현상이다. 기아는 이 같은 시장 추세와 신차의 양호한 제품 경쟁력으로 실적에 대한 시너지를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이혜인 IR팀장은 “올해 완성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감소하고 원가가 상승하는 등 요인이 작용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센티브를 축소시킨 동시에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믹스 개선, 우호적 환율 등 요인이 부정적인 효과들을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기아의 첫 전용전기차 EV6. 출처= 기아
기아의 첫 전용전기차 EV6. 출처= 기아

기아 “올해 시장별 판매실적 일제히 신장” 자신감

기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신차 대기수요가 이어지는 한편, 3분기 이후 반도체 수급난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긍정적 전망을 바탕으로 올해 매출액 83조1,000억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 전세계 판매대수(도매 기준) 315만대 등 수준의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실적과 비교할 때 매출액 18.9%, 영업이익 28.3%, 판매대수 22.8%씩 증가한 수치다.

기아가 올해 수립한 시장별 판매목표는 내수 56만2,000대(5.0%), 북미 89만2,000대(16.9%), 유럽 54만4,000대(5.8%), 인도 24만3,000대(33.8%), 중국 18만5,000대(45.7%) 등에 달한다. 진출국 전체에 걸쳐 전년 대비 판매량 증가폭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

기아가 내비친 자신감의 근거 중 하나는 올해 반도체 수급난을 점차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기아는 이날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인해 납품받는데 차질을 빚었던 품목의 가짓수가 기존 15기종에서 최근 8기종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품목별 공급 적체 물량도 과거에 비해 감소하는 등 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아는 올해 판매목표에 수반하는 생산 목표로 330만대를 설정했다. 이 경우 공장별 가동률은 국내 106%, 해외 90% 등 수준에 달한다. 가동률 목표가 100%를 상회하는 국내 공장에서는 매월 특근을 실시해 월 27만대 수준의 생산량을 달성할 방침이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의 비메모리 부문에 대한 (반도체 제조사들의)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며 “리드타임(물품 발주 후 납품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반도체 공급 상황은 전보다 개선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기아가 내년 출시할 대형 전기 SUV 모델인 EV9. 출처= 기아
기아가 내년 출시할 대형 전기 SUV 모델인 EV9. 출처= 기아

올해도 제값받기 기조 유지할 계획

기아는 이와 함께 올해 신차에 대한 대기수요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기아에 따르면, 반도체 수급난으로 공장 생산능력 대비 신차 출고량이 확보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신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 수요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 할인 등 판매촉진 전략을 전개하지 않아도 수요가 유지되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 기조가 조성될 수 있다. 기아는 이 같은 기조를 활용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차 ‘제값받기’ 방침을 유지해나갈 방침이다.

주우정 부사장은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공급물량에 손실을 입고 있는 것은 아쉽다”라면서도 “기아의 수익성과 브랜드 파워를 모두 개선하는데 현재 나타나고 있는 공급자 우위 시장기조를 활용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기아는 오는 3월3일 개최하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신차 라인업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개하기 앞서 이날 향후 출시 라인업에 대한 언급을 삼갔다. 시장 기대치를 높여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내년 신규 전기차 ‘EV9’을 출시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EV9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되는 기아 대형 전기 SUV다. 기아는 이날 처음으로 EV9의 출시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정성국 기아 IR 담당(상무)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가격 추이 전망에 대한 증권사 질문에 “기아는 연도별로 전기차의 원가를 매년 2%씩 절감시키고 있다”며 “지난해 EV6를 출시한데 이어 내년 EV9을 출시해 믹스를 개선할 경우 탑라인(매출액)이 증가해 비용부담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기아 본사. 출처= 기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기아 본사. 출처= 기아

주당 3,000원 배당 추진, 3월 주총서 결정

기아는 이와 함께 주주가치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올해 배당성향을 25.3%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이 일환으로 지난 회계연도 기준 기말 배당금을 전년(주당 1,000원) 대비 3배 인상한 3,000원으로 설정할 방침이다. 기아는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열고 배당금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주우정 부사장은 “기아는 그간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상황에 걸맞게 배당 상향할 것을 약속해왔다”며 “올해 여러 어려운 상황 이어지겠지만 실적개선 전략을 지속하고 구조화해 배당에 대한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