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인플루언서 토픽, 카카오뷰 등을 통해 크리에이터를 전면에 내 걸었습니다. 의미있는 시도입니다. 여기서 두 기업의 접근이 미묘하게 다른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변화를 통해 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도 천천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이 다른가

네이버는 오는 27일부터 인플루언서 토픽을 포털 메인에 올립니다. 메인 MY구독 추천 영역을 통해 우선 노출되며, 향후 주제판과 연계해 노출 영역을 순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인플루언서 토픽은 인플루언서 홈에서 연출하고자 하는 세부 주제를 선택한 후 관련된 기존 콘텐츠를 2개 이상 추가 연동하는 방식입니다.

네이버 아폴로 CIC 한준 책임리더는 “인플루언서 토픽은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가 검색 결과 외에도 네이버 메인을 통해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혀 창작 활동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카카오도 비슷한 전략을 가동합니다. 콘텐츠 큐레이션인 카카오뷰를 26일부터 다음 모바일 첫 화면에 걸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카카오톡 세번째 탭에 첫 선을 보인 카카오 뷰는 뷰 에디터가 다양한 주제로 편집한 콘텐츠 보드를 이용자가 직접 자신의 취향과 관점에 맞게 발견하고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는 다음 모바일 첫 화면에 ‘발견 탭’과 ‘My뷰 탭’을 신설하며 카카오뷰를 전면에 걸었습니다.

네이버 인플루언서 토픽과 카카오뷰는 콘텐츠를 다루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고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고요.

다른 점은 있습니다. 네이버 인플루언서 토픽은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집중했습니다. 인플루언서, 즉 크리에이터가 직접 만든 콘텐츠만 취급할 수 있지요. 그러나 카카오뷰는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큐레이션에 집중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콘텐츠도 가져와 큐레이션, 즉 유통만 해도 무방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네이버와 달리 저작권 이슈 등이 뇌관입니다.

여기서 한 발 나아가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의 서비스를 간판에 걸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네이버처럼 크리에이터에 집중하든, 카카오처럼 큐레이션에 집중하든 이제 전문 콘텐츠 집단이 아닌 우리 모두가 콘텐츠를 만들거나 유통시키며 이를 국내 양대 포털 간판로 선 보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인플루언서 토픽. 출처=네이버
인플루언서 토픽. 출처=네이버

무엇을 노리는가
네이버와 카카오의 새로운 콘텐츠 전략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국지적으로 설명하자면 구독경제라는 트렌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두 기업은 해당 서비스를 통해 구독경제 모델을 공격적으로 타진할 전망입니다. 아직은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를 메인에 올렸을 뿐이지만 이를 계기로 또 하나의 새로운 구독경제 모델이 등장할 여지는 충분해졌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검색 고도화 전략도 눈길을 끕니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인플루언서 토픽을 메인에 걸며 AI기반 콘텐츠 추천 기술인 ‘AiRS(에어스)’를 통한 개인화 추천이 더해진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메인에서 전문성을 가진 인플루언서와 해당 분야에 취향이 유사한 사용자가 매칭될 확률이 높아지며 네이버의 검색 고도화 전략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다음 모바일 메인 개편. 출처=카카오
다음 모바일 메인 개편. 출처=카카오

대 콘텐츠 시대
네이버 인플루언서 토픽과 카카오뷰의 메인 노출을 통해 두 회사 모두 콘텐츠의 대중화 시대를 이끄는 장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이 탄생한 이래 UCC 및 커뮤니티, SNS, 블로그, 유튜브 등의 역사를 관통하며 다양한 콘텐츠 스펙트럼이 생겼지요. 이제 전문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일반 크리에이터는 동일한 무대에서 일전을 겨뤄도 무방할 정도로 대 콘텐츠 시대가 열렸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모두가 만드는 콘텐츠'를 전면에 걸어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왔다는 뜻이며, 당연히 두 기업은 그 트렌드에 올라탄 겁니다.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전문 콘텐츠 제작자로 불리는 언론사와 포털의 기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일반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를 말 그대로 최상단에 올렸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메인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언론사의 콘텐츠는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삼프로TV가 지상파 정치 콘텐츠를 삼켜버리는 지금, 이제 우리는 말 그대로 대 콘텐츠 시대의 초입에 들어선 셈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언론 리스크도 줄일 수 있겠네요.

그 끝에는 생태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전문 콘텐츠와 일반 콘텐츠의 경계가 명확하던 시절은 끝나고 통합의 대 콘텐츠 시대가 열린다면 당연히 방대한 생태계가 생깁니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입장에서는 잃을 것이 없습니다. 생태계. 이제 네이버와 카카오는 콘텐츠 전략에 있어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두터운 콘텐츠 생태계를 확보할 전망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카카오의 다음만 봐도 2019년 10월 카카오톡 #탭에서 실시간 이슈 검색어 노출 중단, 연예뉴스 댓글 잠정 폐지, 2020년 8월 스포츠뉴스 댓글 잠정 폐지, 2021년 3월 다음 뉴스에 언론사 선택 기능 제공 등 공격적인 로드맵을 가동했기 때문입니다. 그 끝에는 하늘 위 구름에서 놀던 언론과 같은 전문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추락과, 이제는 충분히 저력을 키운 일반 인플루언서가 경쟁하며 만들어 갈 새로운 대 콘텐츠 시대가 열릴 전망입니다.

*IT여담은 취재 도중 알게되는 소소한 내용을 편안하게 공유하는 곳입니다. 당장의 기사성보다 주변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지점에서 독자와 함께 고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