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도다솔 기자] 최근 글로벌 선사마다 공급망 지배력을 높이려는 다양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세계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발생한 해운 물류난으로 곳간을 넉넉히 채운 머스크, MSC 등 1·2위 선사들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운업을 넘어 육상물류, 항공운송까지 종합물류기업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고운임 시황이 올해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공급망 혁신을 통해 성장의 기회로 삼겠다는 이들 선사들의 전략은 해운 생태계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덴마크 국적의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는 지난해부터 이커머스, 풀필먼트, IT 플랫폼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해운과 물류를 양대 축으로 하는 M&A를 집중 추진하고 있다.

풀필먼트는 상품 보관·포장·출하·배송을 일괄 처리하는 서비스로, 육상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머스크는 최근 홍콩계 물류업체 LF 로지스틱스를 36억 달러에 인수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LF 로지스틱스의 글로벌 포워딩 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부문(이커머스·소비재 유통·계약물류 등)이 인수 대상에 포함된다.

1999년에 설립된 LF로지스틱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옴니채널과 이커머스에 경쟁력을 갖춘 업체다. 머스크는 확장성과 수익성을 갖춘 LF 로지스틱스의 사업 플랫폼을 유럽 등 타 지역에 적용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과 함께 성장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LF로지스틱스를 인수한 뒤 머스크의 창고저장 설비는 549개로 증가, 총면적은 950만㎥에 달한다. 

소렌 스코우 머스크 CEO. 사진=머스크
소렌 스코우 머스크 CEO. 사진=머스크

소렌 스코우 머스크 CEO(최고경영자)는 “LF 로지스틱스의 탁월한 IT 플랫폼과 충성 고객층은 공급망 통합자로 거듭나기 위한 핵심 자산”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앞서 머스크는 2020년 9월 물류 자회사 Damco를 물류사업부문으로 흡수통합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미국 종합 물류센터 업체 비저블SCM을, 같은해 9월엔 포르투갈 풀필먼트 업체인 HUUB를 잇따라 인수했다.

머스크는 항공 화물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머스크는 항공 화물 자회사 스타에어(화물기 15대 운용)를 운영 중인데, 지난해 11월 독일 항공 화물 업체인 세나토 인터내셔널(화물기 6대 운용) 인수 계획을 발표하며 항공 물류 사업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머스크가 적극적인 M&A를 통한 사세 확장과 사업 재편으로 지금의 위치에 오른 만큼 향후 머스크의 인수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통합물류에 빨라지는 발걸음

올해 머스크를 제치고 컨테이너선 선복량 1위에 오른 스위스 선사 MSC는 최근 프랑스를 거점으로 하는 아프리카 물류시장 1위 업체 볼로레 로지스틱스의 아프리카 사업부문 BAL 인수를 위해 64억 달러 상당의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MSC는 오는 3월31일까지 독점권을 갖고 실사와 계약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볼로레 로지스틱스는 아프리카 8개국(코트디부아르·가나·나이지리아·카메룬·가봉·콩고·토고·기니)에서 16개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 중이며 이 외에도 85개의 해운대리점과 3개의 철도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 이번 인수로 MSC의 육상 물류 네트워크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SC는 창립 이래 50년간 선대확장을 통한 해운 위주의 성장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최근 해운업계의 종합물류서비스 제공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경영전략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소렌 토프트 MSC CEO. 사진=MSC
소렌 토프트 MSC CEO. 사진=MSC

특히 이 과정에서 전 머스크 COO(최고운영책임자)이자 현재 MSC의 컨테이너·물류 부문 CEO인 소렌 토프트의 의중과 입김이 크게 반영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렌 토프트는 가족 경영으로 유명한 MSC가 외부에서 CEO로 영입한 첫 인물이기도 하다.

앞서 소렌 토프트는 2020년 취임 당시 25년간 머스크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MSC를 도약시키겠다면서 MSC는 주주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대신 멀리 내다보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 CGM도 지난해 2월 항공 화물 자회사인 CMA CGM 에어카고를 설립했다. CMA CGM는 60톤급 화물기 4대를 운영하며 북미·중동 지역의 항공 화물 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 회사는 같은해 9월 미국 보잉사에 102톤까지 적재 가능한 화물기 2대를 발주했으며 지난해 연말에는 에어버스에 100톤급 이상의 화물기 4대를 추가 주문했다. 아울러 지난해 7월에는 스페인 철도 운영사인 컨티넨탈 레일도 인수하며 철도 운송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한편 모든 선사들이 이들 선사처럼 통합물류 전략에 호응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 하팍로이드와 이스라엘의 ZIM이 대표적이다.

롤프 하벤 얀센 하팍로이드 CEO는 “컨테이너 해운이 우리의 핵심사업이며 경쟁사들처럼 타 물류 등에 투자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통합물류 행보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신 그는 “터미널 등 해상운송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기능에는 투자할 것”이라며 향후 항만이나 터미널 관련 투자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ZIM도 기존의 컨테이너 해운 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엘리 글릭맨 CEO는 “머스크나 CMA CGM처럼 통합물류 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면서 “터미널 지분 투자에도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그는 “디지털 역량 강화와 관련 플랫폼 확보에 투자를 집중 할 예정”이라고 말해 물류 플랫폼 확장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