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의 ‘게임·메타버스 특보단’ 출범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특보단
이재명 후보의 ‘게임·메타버스 특보단’ 출범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특보단

[이코노믹리뷰=민단비 기자] 대선 후보들이 게임업계 화두인 P2E 게임(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에 대한 생각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그들은 모두 사행성을 이유로 규제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해 P2E 게임을 부정하는 것을 ‘쇄국’에 비유했다. P2E 게임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요소를 키워서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된다면 새로운 제도로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P2E 게임은 사행성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게임 전문매체 ‘인벤’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P2E 시장은 현재로서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사행성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인식하면서 앞으로 P2E 게임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지켜보고 사회적 합의를 찾아나가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 후보보다도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다. 윤 후보는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국민 여론에서 사행성 논란이 있다면 건전한 놀이문화가 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가 이해한다면 P2E 게임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에서 최소한의 고려를 해 볼 수 있다”면서도 “환전성이 가능한 게임에 대해서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윤 후보는 P2E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면서도 신기술 진흥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보면 신기술과 신산업이 등장할 때는 늘 ‘리스크’가 있었다”며 “그래도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미래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신기술에 대한 진흥과 지원을 우선하고, 이후 발생할 문제점에 대해서는 사후 보완하는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P2E 게임에서 드러나는 부정적 측면을 지켜봐야 한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안 후보는 이 후보와 같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1년 정도 해외 시장 추이를 살피고 대응해도 늦지 않다”면서 “나쁜 측면이 많은지, 나쁜 측면을 개선하면 좋은 쪽으로 바뀔 수 있을지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출처=김성회의 G식백과 영상 화면캡처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출처=김성회의 G식백과 영상 화면캡처

대선 후보들이 P2E 규제 완화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 가운데 이재명 후보는 ‘게임·메타버스 특보단’을 출범하며 한발 앞서 나갔다. 향후 특보단은 P2E 게임, NFT(대체불가능한토큰), 메타버스 분야에 대한 산업 육성 방향 등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특보단 공동단장에 오른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P2E 게임 도입에 앞서 수익구조를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P2E 게임 구조는 이용자들이 유료 아이템을 사고 캐릭터를 강화하도록 유도되는 등 이용자보다는 게임사에 이익이 편중돼있다고 봤다.

위 단장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청소년 진입 금지 ▲게임 내 경제와 가상화폐의 안정적 유지 ▲게임사와 이용자가 수익을 나누는 구조 등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후보들의 의견이 모두 신중론으로 모아지는  이유는 과거 ‘바다이야기 사태’라는 뼈저린 기억이 있어서다. 바다이야기는 2000년대 초반 전국적으로 유행한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으로, 경품으로 상품권을 지급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에 매달리게 만들었다. 문제는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들어 재산을 탕진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는 점이다.

사회문제로 떠오를 만큼 문제가 심각해지자 검찰은 게임장 단속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게임장은 끊임없이 생겨났다. 심지어 다수 정치인들이 관련 사업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고 정권 유착설까지 제기되면서 사태는 정치권까지 확산됐다. 이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제정하고 게임위 전신인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출범해 사행성 게임을 강력 규제했다.

‘가상자산의 불확실성’도 우려하는 점 중 하나다. 세계적인 인기를 끈 블록체인 게임 ‘엑시 인피니티’를 통해 벌 수 있는 SLP 코인 가격이 10분의 1로 급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들이 플레이를 통해 벌어들인 코인을 다시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사용하지 않고 현금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코인을 파려는 사람들은 많고 게임에 쓰기 위해 사는 사람은 적어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블록체인 게임 열풍을 일으킨 ‘미르4’의 기축통화인 위믹스도 가격 급락을 피할 수 없었다. 위 단장에 따르면, 한 때 2만8,320원까지 올랐던 위믹스 코인 가격은 지난 9일 밤 11시 43분 기준 6,958원까지 떨어졌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P2E 게임의 사행성 우려에 대해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P2E 게임을) 허용하는데, 엄연히 다른 카지노랑 엮어 막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