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지역 첫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앞둔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일산, 평촌, 산본을 비롯한 1기 신도시의 아파트 준공 연도가 30년을 넘어서면서 재건축이 어려운 이들 단지에 리모델링은 현실적인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열기가 확대되며, 건설업계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곳곳서 "우리가 첫 번째"···안전진단까지 달린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진행하는 수도권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당초 성남 분당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리모델링은 평촌과 산본을 넘어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는 중이다. 1기 신도시인 일산에서는 조합이 설립된 사례가 없었지만, 지난해 3월 진행된 경기도의 공동주택 리모델링 지원 사업이 차차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일산에서는 '강선마을 12·14단지'와 '문촌마을16단지'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세 단지가 모여 있는 일대는 지하철3호선 주엽역과 초등학교, 호수공원 등이 인접해 있다. GTX-A노선이 개통되는 역세권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생활권도 형성되는 중이다. 현재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문촌마을16단지로,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은 지 약 30일 만에 동의율 67%를 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추진위원회(추진위)측은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다"라는 설명이지만,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조합 설립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강선마을14단지는 이르면 오는 2월 조합 설립 총회를 연다. 김유정 리모델링 추진위장은 "고양시에서 아무래도 이때까지 조합이 설립된 단지가 없다가 14단지와 16단지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사업이) 추진되면서 주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오는 2월 명절이 지나면, 바로 조합 창립 총회를 열고자 준비하고 있다"라며 "3월 시에서 조합 설립 인가를 내주면, 바로 시공사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현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현 기자

두 아파트는 모두 1994년 준공된 아파트로, 용적률은 180% 내외다. 사업은 속도가 빠른 수평 별동 증축으로 진행하고 있다. 문촌16단지는 지하 1층~지상 최고 20층, 956가구 규모로, 향후 1,099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강선14단지는 지하 1층~지상 최고 25층, 792가구 규모다. 여기에 118가구를 추가로 짓고, 전체 가구의 15%를 일반분양한다.

부천 상동지구 또한 첫 리모델링 조합의 설립이 임박했다. 현재는 '한아름현대아파트'가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형훈 리모델링 추진위장은 "목표는 부천시 1호 리모델링 조합이 되는 것"이라면서 "올해 3월 안에는 이를 마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현재 동의율은 조합설립 요건(66.7%)보다 소폭 적은 64%다. 단지는 지하 1층~ 지상 최고 25층, 1,236가구 규모로, 향후 1,421가구로 증축해 15%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사업은 전용면적과 세대 수를 모두 늘리는 수평 별동 증축으로 진행된다. 

단지는 한때 재건축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최근 리모델링으로 선회한 상태다. 통상 아파트의 용적률이 180~200%이면 사업 방식을 두고 분석하지만, 단지는 이보다 높은 220% 수준이다. 이 위원장은 "10년쯤 여기도 '붐'이 일었지만, 무산됐다"라면서 "1:1 방식으로 분담금 자체가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무산된 계획을 이야기하는 주민들이 있지만, 단지의 형편상 맞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 막힌 신도시, 리모델링 '노크'

1기 신도시의 리모델링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1990년대 건설된 이들 아파트는 대부분 용적률이 180%를 넘어서는 반면, 건폐율은 20% 수준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은 사업성이 높지 않아,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경우가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리모델링 시장은 뚜렷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주택과 오피스 등을 포함한 전체 리모델링 착공면적은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아파트 리모델링은 57.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의 연평균 성장률은 2010~2015년 35.5% 수준이었지만, 2015~2019년 90.7%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1기 신도시를 포함해 현재 준공된 지 30년 된 아파트는 130만호 가량인데, 향후 5년 안에 이는 약 290만호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건산연은 "모든 아파트를 재건축할 수는 없는바 상당수가 리모델링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