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자카르타호’가 부산항 신항 HPNT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다. 사진=HMM
7,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자카르타호’가 부산항 신항 HPNT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다. 사진=HMM

[이코노믹리뷰=도다솔 기자] 올해부터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HMM(011200) 공동관리가 종료되면서 HMM에 대한 관리 주체가 해진공 단독체제로 바뀌었다.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올해 HMM 매각이 재추진될지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HMM은 공시를 통해 HMM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해진공과 맺었던 특별관계를 해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이 그간 특별관계자인 해진공 지분을 포함해 공시했던 HMM의 지분율도 종전 40.65%에서 20.69%로 감소했다.

다만 특별관계 해지 이후에도 산업은행은 여전히 HMM의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하며 산업은행의 뒤를 이어 해진공이 2대주주에 자리한다.

HMM 관리단에도 변동이 생겼다. 그동안 HMM 관리단은 산업은행 인사 3명, 해진공 인사 3명 등 총 6명으로 꾸려왔지만 앞으로는 관리단장을 포함해 해진공 인사 4명이 전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0월부터 시작된 산업은행과 해진공의 공동관리는 당초 2020년 12월 말 산업은행이 경영관리에서 손을 뗄 예정이었으나 1년을 더 연장했고 지난해 HMM의 경영실적이 대폭 개선되면서 공동관리를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HMM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해운운임이 급등한 영향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4조6,790억원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2조1,94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간 영업이익 7조원에 근접하게 된다.

신용도 회복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달 HMM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BBB-’로 상향했다. 이는 1년 만의 신용도 상향 조정으로, 회사 신용도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투기 등급을 벗어나 투자적격 기업으로 올라섰다.

해운운임 상승세에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3조원 규모의 부채도 자본으로 전환돼 재무지표도 개선됐다. 지난해 3분기 부채비율은 455.1%에서 99.8%로 대폭 하락했다.

실적은 파란불, 매각은 ‘노란불’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과 업황 개선에 힘입어 HMM의 기업가치도 빠르게 회복하면서 매각 추진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해운업계 안팎에서는 HMM의 매각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채권단 역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배재훈(왼쪽) HMM 대표이사와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 사진=HMM
배재훈(왼쪽) HMM 대표이사와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 사진=HMM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해 말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현재 HMM의 신용등급은 ‘BBB-’로 아직 완전히 독립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나아지고 있지만 조금 더 반석을 다진 후 시장에서 구매자가 있을 때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해 HMM 매각할 시점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HMM은 실적 개선 등 영향으로 최근 시가총액이 13조1,552억원을 넘어서며 덩치가 커진데다 해진공의 무보증 사모 CB 전환권 행사로 산은과 해진공의 HMM 지분율은 71.68%에 달한다. 이 때문에 마땅한 인수자를 찾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해 11월 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매각이 쉽게 되도록 지배주주 지분만을 내놓고는 단계적으로 시장에 매각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혀 HMM 매각 추진 의사를 우회적으로 언급했으나 산은과 해진공의 보유 지분이 커 이를 모두 운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