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올해 CES 2022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다수 기업이 불참했지만 2년 만에 열리는 오프라인 행사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미래차를 중심으로 하는 모빌리티 전략의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상상력의 폭도 훨씬 넓어졌다.

정의선 회장. 출처=현대차
정의선 회장. 출처=현대차

#자동차 지운 현대차, 메타버스와 로보틱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직접 CES 2022 현장으로 날아가 메타버스와 로보틱스의 축제를 열었다. 로보틱스와 메타버스가 결합된 ‘메타모빌리티(Metamobility)’의 개념을 강조했다.

먼저 로보틱스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장에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지능형 로봇을 필두로 다양한 모빌리티 전략이 펼쳐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로보틱스는 더 이상 머나먼 꿈이 아닌 현실”이라며 “현대차는 로보틱스를 통해 위대한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기업이 CES 2022에서 신차 대신 로보틱스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CES 자체가 당장의 비전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기술의 향연이라는 점과 더불어 ‘Mobility of Things(MoT)’ 생태계라는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보틱스 기술을 통해 모든 사물에 이동성이 부여된 것으로 현대차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플러그 앤 드라이브 모듈(Plug &Drive Module), 드라이브 앤 리프트 모듈(Drive & Lift Module)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2020년 CES에서 우버와 함께 도심항공 플랫폼을 중심으로 상상력을 펼친 현대차가 이제는 로보틱스 전략을 바탕으로 하나의 단독 생태계에서 이동의 구간을 2D에서 완전히 3D로 이동시키는 전략이다.

여기에 메타버스가 더해진다. 

현대차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 등의 혁신으로 미래 모빌리티 간 경계가 파괴되고 자동차, UAM 등 다양한 모빌리티가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하는 스마트 디바이스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즉 메타버스로 진입하는 오프라인의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기존 자동차는 물론 현존하는 모빌리티의 수단들이 총집결한다는 개념이다.

내부에는 디지털 트윈과 스마트팩토리 등 실물경제도 포함된다. 메타모빌리티다.

현대차가 꿈꾸는 미래 모빌리티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UAM과 로봇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이동의 스펙트럼이 더해지며 이를 메타버스로 풀어가는 그림이다. 파격적이다. 보기에 따라 최근 각광받는 모든 신개념들을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단순히 펼쳐놓은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이런 비판은 CES 2020 현장에서 현대차가 전체 부스에 SA-1만 전시했을 때도 불거진 바 있다.

다만 메타버스로 향하는 수단을 모빌리티로 대체하고 그 생태계가 자유롭게, 의지를 갖고 움직이는 것이 현대차의 청사진이다. 이동하는 모든 것을 장악하며 메타버스라는 엘도라도를 단숨에 거머쥘 수 있다. 이런 그림을 대중화시킬 수 있다면 미래 모빌리티의 제왕은 현대차의 몫이 된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 출처=퀄컴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 출처=퀄컴

#자동차의 제왕 꿈꾼다, 퀄컴
퀄컴의 행보도 올해 CES 2022를 통해 눈여겨 볼 모빌리티 포인트다.

퀄컴은 4일(현지시간) CES 2022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르노와 혼다 및 볼보 등 3개 완성차 업체와 협업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자동차가 클라우드 연결, 지능화, 자율화, 서비스 및 혁신을 위한 플랫폼이 되고 있다"면서 "자동차 및 IoT 분야로 확장해 향후 10년간 접근하는 가능한 시장을 기존 7배 이상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혼다와 볼보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콕핏을 탑재한다. 시스템 성능은 2배 이상, 그래픽 생성은 최대 10배까지 빨라진다는 설명이다. 일본 자동차 오디오 및 정보통신 장비 주요업체인 알프스 알파인과 협력하며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독일 베를린에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사무소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퀄컴은 모바일AP 시장의 강자로 군림했지만 지난해 11월 투자자의 날을 기점으로 탈애플을 선언하는 한편 차량용 반도체 시장으로의 진격을 선언한 상태다. 그 연장선에서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부품에 스며들어 진정한 승자가 되겠다는 각오다.

물론 퀄컴만 이러한 전략을 가동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도 최근 고성능 차량용 모바일 반도체를 BMW에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그 외 다양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강자들도 건재하다. SK하이닉스 등 다수의 기업들도 비슷한 로드맵이다.

올해 CES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아마존도 알렉사 기반의 AI 전략을 미래차 전략에 덧대는 중이다. 보쉬와 같은 부품 업체도 부품 생태계에서 시작된 '밑에서의 흔들기'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중이다.

다만 퀄컴의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입은 최근 반도체 부족 현상이 심해지는 한편 미래차의 핵심 부품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나아가 모바일AP 전략의 큰 그림을 그리는 중에서 단행된 전략이라 더욱 시선을 끈다. 미래차 시장의 큰 흐름에서 퀄컴과 같은 핵심 부품 기업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출처=소니
출처=소니

#직접 만든다, 소니
일본 소니의 전기차 시장 직접 진출은 CES 2022의 중요한 화두다. 소니 그룹 회장 겸 CEO는 “소니는 모빌리티를 재정의하기 위한 ‘창의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전하며 전기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022년 봄에 ‘소니 모빌리티(Sony Mobility Inc.)’를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컨셉트에 불과한 비전-S가 소니의 직접 시장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비전-S'의 후속 '비전-S' 02로 명명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까지 등장하며 소니의 청사진은 더욱 선명해졌다.

소니는 엔터테인먼트에 강하다. CES 2022에서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함께 창조하다'라는 주제로 전시관을 열어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아델(Adele)과 함께 발매한 신규 앨범 ‘30’ 프로젝트 등 아티스트와의 협업에 적용된 소니의 최신 기술과 이니셔티브를 소개했다.

톰 로스먼(Tom Rothman)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 모션 픽처스 그룹 회장 겸 CEO는 플레이스테이션 IP 기반 영화 및 TV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와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간 협업인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트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엔터테인먼트 경험은 미래카의 핵심인 인포테인먼트 기능과 만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여세를 몰아 전기차 시장 진출을 통해 인포테인먼트(콘텐츠)와 전기차(플랫폼) 시너지를 모두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엿보인다. 추후 전기차 시장의 복합 콘텐츠 및 플랫폼 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지 그 단서를 보여준다.

EQXX. 출처=벤츠
EQXX. 출처=벤츠

#벤츠, 완성차가 테슬라에 대항하는 법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가 공개한 비전 EQXX(VISION EQXX)는 1회 완전충전시 한번에 1,000㎞ 달릴 수 있는 순수전기차다. 디지털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공개됐다.올해 CES 2022에서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EQXX가 던지는 시사점은 상당하다. 

150㎾(약 204마력) 수준의 출력을 내며 에너지의 95%를 바퀴에 전달하는 전력 구동 시스템으로 무장했다. 배터리 용량은 100㎾h로 현재 출시된 대형 전기 세단 더 뉴 EQS와 동일하지만, 배터리 팩의 크기가 절반에 불과하고, 무게는 30% 더 가볍다. 루프에는 태양전지 117개가 장착됐다. 실내에는 경량화하거나 생명공학을 적용한 소재들이 적용됐고 OTA도 가능하다.

올라 칼레니우스(Ola Källenius) 다임러 AG 및 메르세데스-벤츠 AG 이사회 회장은 “비전 EQXX는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의 미래를 상징하는 모델”이라며 “모두가 선망하는 전기차를 선보이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이사회 회장의 말에 벤츠의 전략이 응축되어 있다. 테슬라로 대표되는 전기차 강자에 맞서는 전통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 제작의 노하우를 전기차 시장에도 덧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결과가 이번에 등장한 EQXX(VISION EQXX)로 볼 수 있다.

비슷한 논리로 왜 완성차 업체들이 애플과 애플카 비전을 두고 협력하지 않았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에서 ICT 플랫폼 기반의 기업들에게 밀리지 않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며, 내연기관차의 강점을 프리미엄으로 연결해 새로운 전기차 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일종의 자신감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신감이 전기차 시장에서는 통용될 수 있으나 자율주행차 단계에서는 어렵다는 점에 있다. 전통의 완성차 브랜드들이 전기차 제작에 있어서는 내연기관차 당시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끌어오고, 여기에 프리미엄의 가치를 내세워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지만 자율주행차는 데이터가 기반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우주에 띄운 인공위성 스타링크로 오토파일럿을 제어하는 테슬라와, 모바일 시대의 절대강자인 애플과 비교하면 존재감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도체 수급이나 인포테인먼트는 협력 파트너와의 만남으로 일부 풀어갈 수 있으나 자율주행에 있어서는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은 여전히 크다.

ix 플로우. 출처=BMW
ix 플로우. 출처=BMW

#모빌리티 상상력은 끝이 없다
이동하는 모든 것을 둘러싼 모빌리티 전략은 미래차, 자율주행차의 방식으로만 전개되는 것이 아니다. 그 주변부를 아우르는 다양한 로드맵과 동시에 이해해야 한다.

BMW는 CES 2022 현장에서 전자잉크(E-InK)를 활용해 차량 외장 색상을 원하는대로 변경하는 'iX 플로우'(iX Flow)를 공개했다.

쉽게 말하면 차량의 색상이 카멜레온처럼 변한다. 차량의 윤곽에 맞춰 정밀하게 재단된 래핑에는 특수 안료를 함유한 수백만 개의 마이크로 캡슐이 들어 있다. 사용자가 색상 변경을 선택하면 전기장에 의한 자극이 일어나면서 안료가 캡슐 표면에 모이고, 이에 따라 자동차 외장이 원하는 색으로 변화하는 원리다.

전자잉크 기술은 변경한 색상을 계속 유지하는데 전기가 전혀 소모되지 않고, 색상에 따른 열에너지 흡수율의 차이로 차량의 열효율을 상승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돼 에너지 효율적이다.

텔라 클라크(Stella Clarke) BMW iX 플로우 프로젝트 총괄은 “운전자는 해당 기능을 활용해 자신의 취향과 주변 상황에 따라 조작 즉시 차량의 외관을 원하는 색으로 변경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며, “미래에는 패션처럼 자동차도 일상생활의 다양한 기분과 상황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BMW 시어터 스크린. 출처=BMW
BMW 시어터 스크린. 출처=BMW

뒷좌석 승객에게 영화관과 동일한 수준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하는 ‘BMW 시어터 스크린’도 화제다. BMW 시어터 스크린은 32:9 비율의 31인치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로 구현되었으며, 최대 8K에 이르는 해상도를 지원한다.

바우어 앤 윌킨스(Bowers & Wilkins)의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채택해 보다 생생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끊김 없는 스트리밍을 위한 5G 커넥티비티, 아마존 파이어 TV가 내장된 스마트 TV 기능을 제공해 영화, TV 시리즈, 팟캐스트 등 영화관 혹은 집에서 관람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콘텐츠를 자동차 안에서 즐길 수 있다.

BMW의 기술은 '운전하는 매력이 없어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의 매력이 반감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멋지게 한 방을 날린다. 운전하는 매력이 없어 미래차의 매력도 떨어진다는 구시대적 발상에 대해 BMW는 '운전도 가능하고, 차량 색상도 커스터마이징하며 내부를 영화관으로 만들 수 있는 매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한편 캐딜락은 2인승 럭셔리 자율주행 전기 컨셉트카 ‘이너스페이스(InnerSpace) 콘셉트’도 공개했다.

생체인식과 AI 머신러닝과 같은 첨단 기술이 적용됐으며 승객에게 웰빙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건강을 생각하는 2인승 럭셔리 자율주행차인 셈이다.

캐딜락의 헤일로 컨셉트 포트폴리오. 개인화한 전동화 자율주행 이동수단을 형상화한 컨셉트 모빌리티들이다. 출처= 지엠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캐딜락의 헤일로 컨셉트 포트폴리오. 개인화한 전동화 자율주행 이동수단을 형상화한 컨셉트 모빌리티들이다. 출처= 지엠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브라이언 네스빗(Bryan Nesbitt) GM 글로벌 어드밴스드 디자인 및 글로벌 아키텍쳐 스튜디오 전무(Executive Director)는 “캐딜락 헤일로 콘셉트 포트폴리오는 손쉬운 여행 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됐다”며 “충돌 제로(Zero Crash), 배출 제로(Zero Emissions), 혼잡 제로(Zero Congestion) 등 목표를 가진 지엠의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포괄적 접근 방식을 실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의 공기가 없는 타이어 i플렉스도 인기다. 생물의 세포구조에서 착안했으며 서로 다른 강성을 지닌 육각, 또는 사각형 셀(cell)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주행 중 충격을 흡수한다.

출처=한국타이어
출처=한국타이어

휠 크기는 직경 400mm, 폭 105mm에 10인치며 PnD 모듈은 모터를 내장한 바퀴와 조향(스티어링)·현가(서스펜션)·제동(브레이크) 시스템과 환경 인지 센서를 결합한 일체형 모빌리티다.

브레이크 패달을 접는 기술도 나왔다. 만도가 개발한 최첨단 통합전자브레이크 시스템(IDB2 HAD)가 그 주인공이다. E-브레이크 페달을 사용하면 필요할 때 페달을 접거나 펴는 ‘오토 스토우’(Auto stow)가 가능하다. 듀얼 세이프티(오작동 방지) 기술이 적용돼 운행 중 브레이크 이상이 발생해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CES 2022 혁신상을 받았다.

IDB2 HAD. 출처=만도
IDB2 HAD. 출처=만도

현대중공업은 해양 모빌리티 청사진을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자율운항기술로 무장한 아비커스가 눈길을 끈다. 

임도형 대표가 이끄는 아비커스는 2020년 12월 현대중공업지주가 선박 자율운항 시스템의 고도화와 전문성을 기하기 위해 6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현대중공업의 1호 사내 벤처기업이다. 지난해 6월 아비커스는 국내 최초로 12인승 소형 선박의 자율운항에 성공했으며 올해 세계 최초로 길이 300m의 대형 LNG선의 자율운항 시연을 앞두고 있다.

임 대표는 CES 2022 직전 <이코노믹리뷰>와 만나 “자율운항 선박은 선박 운항의 안전성을 높일 뿐 아니라 육상의 무인 물류체계와 맞물려 최적의 운항 효율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율운항 선박은 해양 물류혁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