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전기차 충전 정보 앱 ‘EV 인프라’가 국내 전기차 이용자들 사이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결제 등 절차를 지원하는 것으로는 국내 유일한 앱으로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 소프트베리는 EV 인프라 앱을 출시한지 5년여만인 지난해 11월 다운로드 건수 30만건을 기록했다. 같은달 말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승용 순수전기차 등록대수 17만9,651대의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전기차를 보유한 고객들 사이에서 EV 인프라 앱의 인지도가 높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실제 국내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국내 전기차 소비자들의 충전 행태를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과반 인원이 차량 충전 정보를 탐색하는 채널로 ‘EV 인프라’를 꼽기도 했다.

박용희 소프트베리 대표  사진=소프트베리
박용희 소프트베리 대표 사진=소프트베리

소프트베리를 이끄는 박용희 대표는 EV 인프라 앱을 전기차 충전업계의 ‘카카오톡’으로 만들려는 포부를 품고 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소프트베리 연구소에서 박용희 대표를 만나 소프트베리 사업 현황과 국내 전기차 소비자들의 충전 행태, 충전업계 동향 등에 대해 들었다.

“충전소 정보 오류, 고객들 직접 공유·수정”

박 대표는 기아 소형 전기 SUV 모델인 니로 EV의 2019년식 모델을 타고 다닌다. 앞서 2014년 기아의 또 다른 소형 전기 SUV인 쏘울 EV로 전기차 오너 생활을 시작한 뒤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박 대표는 전기차 고객으로서 과거 타 이용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충전 행태를 목격했다.

고객들은 과거 짧은 주행거리를 지닌 전기차를 운행하는 동안 수시로 불특정 지역의 충전소를 방문해 충전해야 했다. 반면 발전된 기술 덕분에 주행거리가 크게 늘어난 전기차가 보급된 뒤론, 목적지에 다녀온 뒤 같은 충전소에서 차량 배터리를 주로 충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용자들은 서로 같은 충전소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해당 충전소의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등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이들이 커뮤니티를 이루는 데엔 충전소의 고질적인 정보 오류 문제가 한몫했다. 이용자들은 충전기의 위치나 작동여부 등에 대해 정부 데이터에서 확인한 것과 다른 실정을 직접 경험한 뒤 해당 정보를 나눔으로써 불편함이 확산되는 것을 해소했다. 박 대표는 이 같은 전기차 이용자 간 상호작용에 착안해 EV 인프라 앱을 구상했다.

“올해 매출 70억원 목표, 지난해 3배 이상”

소프트베리는 EV 인프라 앱에 환경부의 공공데이터 뿐 아니라 고객의 제보 등을 통해 확보한 충전기 정보를 데이터로 가공한 뒤 제공하고 있다. 독점적으로 공급되는 실시간 충전기 상태 정보는 EV 인프라 앱의 독보적 가치를 이루는 부분이다. EV 인프라 앱은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여 또 다시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선순환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박 대표는 “환경부가 충전 사업자로부터 습득한 정보를 가공해 다시 전국으로 배포하는 공공데이터는 세부사항을 담기 어려운 측면을 갖고 있다”며 “EV 인프라 앱은 코로나19 여파로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충전소 등 디테일한 정보를 고객 의견으로 확보해 공유하는 점에서 타 서비스에 앞선다”고 말했다.

박용희 소프트베리 대표  사진=소프트베리
박용희 소프트베리 대표 사진=소프트베리

EV 인프라의 독보적인 경쟁력 덕에 소프트베리의 매출도 늘어났다. 지난해말 기준 임직원 15명으로 구성된 소프트베리는 지난해 기록한 연간 매출액이 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해 초 예상했던 8억원을 2배 넘게 상회했다. 2020년에 2억7,000만원 가량 벌었던 점에 비하면 7배 넘는 증가폭을 나타냈다.

소프트베리는 올해 매출액을 70억원으로 전망하고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성장세를 이어가 2년 뒤인 2024년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앞서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본 모 대기업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별도 기업체로서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성장해나가는 길을 택했다.

박 대표는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소프트베리의 실적도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향후 수년 간은 (독립된 기업으로서) 내실 있게 성장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시간 맘편히 이용할 집중형 충전소 늘려야”

박 대표는 최상의 전기차 충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스마트폰처럼 언제든 충전할 수 있는 장면을 상상한다. 차를 운행하지 않는 동안 충전대기 고객을 위해 주차 위치를 옮겨야할 부담없이 언제 어디서든 편히 ‘완속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을 예시로 들었다. 박 대표는 이에 따라 다수 전기차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집중형 충전소’가 전국에 활발히 구축돼야 할 것으로 봤다.

충전소를 직접 운영하지 않는 플랫폼 업체인 소프트베리는 이 같은 충전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충전소 정보를 더욱 신속·정확하게 제공하는데 주력해나갈 방침이다. 이 일환으로 앱 이용자 수와 민·관 제휴 사례를 꾸준히 늘리고 서비스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EV 인프라 앱의 편의와 ‘범용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EV 인프라 앱은 지금도 일부 이용자들이 공공 서비스로 보고, 고장 신고했는데 왜 충전기를 고치지 않느냐고 민원을 제기할 정도”라며 “소프트베리는 누구나 EV 인프라 앱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허들을 낮춤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