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단지. 사진=이코노믹 리뷰 DB
서울 아파트 단지. 사진=이코노믹 리뷰 DB

[이코노믹리뷰=최남영 기자] 지방에 이어 서울 아파트 매매가도 하락세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부동산 관련 각종 지표가 내림세를 가르키는 가운데 금리와 보유세 인상 등이 더해지면 아파트값 하락이 본격화 단계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KB부동산 주간KB주택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50.0으로 전주(51.8) 대비 1.8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19년 6월 첫째주(46.9) 이후 2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시장이 활황세를 보였던 당시 매수우위지수는 늘 100을 넘었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이며 지수가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실제 지난 9월 마지막주(102.0) 이후 12주 연속 내림세(96.9→94.5→86.1→79.4→74.0→68.6→64.9→60.2→59.9→57.4→51.8→50.0)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도 얼어붙은 매수심리를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이달 20일(12월 셋째주) 기준 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3.9로 전주(95.2)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11월 셋째주(99.6) 이후 6주 연속 ‘매도 우위’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꽁꽁 언 매수심리는 거래량에서도 잘 나타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이달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299건에 불과하다. 실거래가 신고기한(30일)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지만, 1,000건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매물 잠김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매수세도 점점 꺾이고 있어 사실상 거래 절벽 상태에 직면했다는 게 이 같은 전망의 주요 배경이다.

이 전망대로 12월 한 달간 거래 건수가 1,000건 미만으로 나타난다면 서울시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난 2006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남게 된다. 지금까지 가장 낮은 수치는 금융위기 여파로 한파가 강했던 지난 2008년 11월(1,163건)이다. 

 

매수세 부진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매매가도 상승세 둔화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북지역의 아파트 매매가는 사실상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불거지고 있다. 실제 부동산원이 내놓은 12월 셋째주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은평구 매매가(-0.03%)는 하락 전환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물이 쌓이는 데다, 하락 거래가 발생하면서 은평구 매매가가 지난해 5월 이후 1년7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상 조짐이 두드러지자 매수 대기자들도 서서히 발을 빼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당첨되면 몇 천만원은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최근까지 활황세를 띠었던 생활형 숙박시설ㆍ오피스텔ㆍ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 청약 시장에서는 계약 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10만건 이상의 청약통장이 몰리며 평균 45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생활형 숙박시설 ‘힐스테이트 해운대 센트럴’은 당첨자 발표 이후 최대 6,0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사실상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프리미엄 가치도 서서히 내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힐스테이트 해운대 센트럴에 당첨된 한 투자자는 “웃돈을 기대하고 청약 접수를 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이 뜸해 당첨을 포기할까 한다”라고 귀뜸했다.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는 정당 계약 기간(16일까지)이 일주일가량 지났지만 여전히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당첨자들이 우르르 권리를 포기해서다. 현재 예비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계약 대상을 찾고 있다는 후문이다.

부동산시장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대출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등이 빚어낸 결과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대선이라는 변수와 집값 고점론, 그리고 하락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자 매수자들이 서서히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라며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커지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집값이 바닥이라는 시그널이 나타나기 전까지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짙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똘똘한 한채를 보유하려는 성향을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하락 장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용산구 ‘파르크한남’과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등은 시장 분위기와 달리 신고가 매매를 거듭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처럼 주택 가격보다 보유 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면 ‘똘똘한 한채’에 대한 선호가 더욱 짙어질 것”이라며 “대장주 주택들은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한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