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9월 24일 국회를 통과한 후 전격 시행되고 있지만 벌써부터 힘이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글 및 애플 등 글로벌 거인들의 꼼수와 시간끌기가 횡행하는 가운데 한국이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출처=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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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반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지난해 7월 발의된 후 무려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서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업계의 기대는 컸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앱 마켓의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 “이번 법안 통과로 창작자와 개발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이용자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정한 앱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혁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디지털 콘텐츠 개발사 스타트업과 창작자 모두 이 법을 통해 앞으로의 건강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면서 “향후 앱마켓 사업자들은 본 법을 준수하며 디지털 콘텐츠 스타트업과 상생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각오가 남달랐다. 한상혁 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법 집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 공정하고 건전한 앱마켓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나아가 "한국이 최초로 앱 마켓 사업자의 의무를 법률로 규정해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면서 “세계적으로 플랫폼 규제정책 입법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구글도 움직였다. 인앱결제 강제를 추진하다 역풍을 맞은 구글은 자사의 정책이 오히려 개발자 생태계에 큰 도움을 준다는 전가의 보도를 다시 꺼내들었다.

당장 구글 코리아는 “구글플레이는 단순한 결제 처리 이상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구글 플레이 서비스 수수료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계속 무료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개발자가 여러 툴과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전세계 수십억명의 소비자에게 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사용된다”면서 “이는 소비자가 기기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용하고 플랫폼과 개발자 모두가 재정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코리아는 이어 “개발자가 앱을 개발할 때 개발비가 소요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글도 운영체제와 앱 마켓을 구축, 유지하는 데 비용이 발생된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출처=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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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

기대와 반발이 엇갈렸지만 큰 틀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국내 ICT 생태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다.

지금은 어떨까. 법안 통과 100일을 넘기는 현재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최초로 글로벌 거대 앱마켓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인앱결제 방지법이 벌써부터 무력화 수순을 밟고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의 균열을 기민하게 파고들었다. 18일 구글 결제시스템 안에 구글플레이 결제와 제3자결제 병행 의무 내용을 담은 새 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외부결제 허용의 가면을 쓴 상태에서 사실상의 인앱결제 강제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구글은 정책을 변경하며 인앱결제와 외부결제 허용을 모두 열었으나 외부결제 허용 수수료율을 6%에서 26%로 잡았다.

10%에서 30%로 수수료율을 잡은 인앱결제와 비교하면 다소 낮아졌지만 실상은 다르다. 두 시스템이 최대 수수료 기준 4%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다 신용카드 수수료 및 상황에 따른 휴대폰 통신비 결제 수수료를 고려할 경우 오히려 외부결제 수수료가 인앱결제 수수료보다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영역은 사정이 다르다고 하지만 이 역시 수익 배분을 따져보면 외부결제 적용의 강점이 거의 없다.

쉽게 말해 매장에서 마시는 커피 가격을 1만원으로 책정한 카페가 고객들로부터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논란이 커지자 카페는 매장에서 마시는 1만원 커피를 종전대로 판매하면서 만약 테이크아웃을 할 경우 가격을 낮춘 7,000원 커피도 팔겠다고 공지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테이크아웃을 할 경우 봉사비 3,000원을 별도로 받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구글의 꼼수다.

심지어 구글의 새 정책을 준수하려면 앱 개발사는 ▲구글플레이 결제를 강제로 탑재해야 하고 ▲제3자 결제 이용시에도 구글이 정하는 스펙에 맞춰 구글에 의무적으로 매출 일부와 결제 데이터 납부해야 한다. 이 역시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에 힘을 싣는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환영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본 법을 우회해 또 다른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지 않고 본 법이 목적한 바 대로 공정한 앱 생태계가 잘 정착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