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프리덤! 이태원 상권이 맛집 등 즐길 거리가 많은 곳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클럽 또한 활성화 됐다. 과거 외국인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국내외 젊이들의 거리가 된 이곳. 요즘 가장 ‘핫’하다는 라운지 클럽 ‘글램(Glam)’을 직접 가봤다. 입장료는 없고, 보드카·맥주·럼·칵테일 등 다양한 주류와 하우스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요즘 이태원 핫플레스는 어디야?”

클럽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 물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캐주얼하면서도 럭셔리한 느낌의 ‘글램라운지’라는 곳이 인기란다. 해밀톤 호텔 뒤쪽이라니 찾기는 쉽겠다. 지난 12일 오후 9시, 글램 탐방을 위해 이태원 역에 도착했다. 이례적인 한파에 거리는 한산했다.

주말이면 북적대는 사람들로 넘쳐나는데 오늘은 추운 날씨에 수요일이라 그런가. 그래도 클럽은 사람들이 많이 없으면 흥이 안나는 법. 날을 잘못 잡았나 싶어 자꾸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아무리 둘러봐도 간간히 지나가는 사람들뿐이다. 아! 오늘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럭셔리 언니·오빠들 여기 다 모였네!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KFC를 지나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섰다. 금요일 9시만 넘어도 비원 앞에는 늘 길게 줄은 선 클러버들이 보였는데 지금은 조용할 뿐이다. 골목길을 따라 쭉 올라가 보면 오른편에 글램 건물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여기가 글램이였어? 가끔 이태원을 지나가면서 봤던 건물이다. 심지어 건물 1층에 위치한 펍 프로스트(Prost)에서는 맥주도 마셨던 적이 있다. 외관은 꽤 멋스럽다. 레스토랑 정도 되는 줄 알고 무심히 지나쳤던 곳이었는데 클럽이라니 내부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샘솟게 한다. 계단을 따라 이층으로 올라가봤다.

입장료는 없다. 내부는 고급스러운 유럽풍 느낌이다. 놀라운 것은 이태원 거리에서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이 여기 다 모였나 싶을 정도로 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술과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약 20여명 이상이 앉을 수 있는 라운드 형태의 오픈 바 자리는 이미 만석이다.

어쩔 수 없이 스탠팅 테이블에 가방을 올려놓고 글램에 처음 입성한 티를 내면서 주변을 샅샅히 둘러봤다.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고 웅장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유럽의 고급 레스토랑이나 바에 온 느낌이었고, 오픈된 바에는 젊은 바텐더들이 정신없이 주문을 받고 칵테일을 만들고 있었다.

바에 앉고 싶었지만, 도저히 자리가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소파가 마련된 테이블에는 이미 사람이 있거나 예약 표시가 돼 있었다. 보통 테이블 예약 가격은 18만원부터다. 바 근처로 가서 메뉴판을 봤다. 진·럼·맥주·칵테일·데낄라·보드카·와인까지 다양한 주류가 9000원~1만2000원 정도다.

바텐더에게 이 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술 두 종류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샹그리아(1만2000원)와 모히또(1만2000원)를 만들어줬다. 그는 “평일에는 7시부터 붐빈다”며 “주말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바에 앉아보고 싶은 마음에 이쪽에 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눈치껏 지켜보고 있다가 먼저 맡을 수 밖에 없다는 답변에 그냥 포기하고 스탠딩 테이블로 돌아왔다.

하우스 음악에 몸을 맡기면 들썩이는 사람들이 꽤 눈에 띈다. 대부분이 30대 직장인들로 보였으며, 여성 비율이 많은 편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깔끔한 느낌, 예쁘게 나오는 칵테일이 경제활동을 하는 전문직 여성들이 기분 전환 겸 머물다 가기에 제격인 듯싶다. 대부분 캐주얼 보다는 세미정장 차림이 많고, 외국인들도 꽤 눈에 띄는 편이었다.

출출한 배를 채울 수 있는 간단한 치킨 혹은 스시 요리를 주문해서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보통 1만원 대 후반에서 그 이상의 가격이다. 이 곳의 인기 메뉴는 ‘치킨 카라아케’(1만9000원)라는데 오늘은 클럽을 즐기기 위해 이미 든든하게 저녁 식사를 한 터라 다음을 기약했다. 원래 부비부비나 남녀가 서로를 염탐하기에 바쁜 곳이 클럽이라는 데 글램은 각자의 일행들과 이야기를 하며 술을 즐기는 분위기가 더 강했다.

그러나 밤 12시가 넘어가니 더 많은 사람들이 글램으로 모여들었고, 남자들은 마음에 드는 여자들을 테이블로 초대하거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이 목격됐다. 바나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일어나서 각자의 일행들과 함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흥겨움을 발산하면서 분위가 고조됐다. 이날 가끔 글램에 친구들과 온다는 30대 중반의 직장인 A씨는 한창 신나는 분위기는 보통 3시까지 이어진다고 귀띔해 줬다.

3시? 내일이 마감 날인 기자는 수요일 날도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3040세대에게 깊은 존경과 부러움을 표시하고 자리를 빠져 나왔다.

출출한 새벽, 길거리 패스트푸드와 24시 커피숍 성황

이태원은 국내경기가 좋지 않아도 외국인들의 수요가 많은 편이라 비교적 경기를 타지 않는 지역이다. 또 개성이 강한 지역인 만큼 다른 지역에 없는 업종들이 눈에 띤다. 한국 식당보다는 유럽, 아시아, 중동 음식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전 세계 요리들을 맛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늦게까지 활동하는 클러버들을 위해 새벽 2~3시까지 영업을 하는 음식점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 외에도 10시가 넘으면 길거리에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 케밥, 떡볶이 등의 이동형 가게가 많이 눈에 띄었다. 보통 5000원~6000원 선이다. 여름에는 길거리에서 케밥을 먹는 젊은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간간히 보이는 정도였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24시간 운영하는 네스카페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글램을 비롯해 비원·헬리오스·써커스·러브 등 ‘핫’ 클럽이 이태원역에서 10분 거리 이내에 모두 위치한 만큼 역세권 주변의 커피숍, 편의점 등이 늦은 시간까지 성황을 이뤘다. 편의점에서는 주로 담배, 음료수 등이 가장 많이 팔린다고 한다. 또한 양치도 못하고 밤새 노는 클러버들은 껌을 찾는 경우가 많고, 여성들의 경우 스타킹을 찾는 손님도 꽤 있는 편이라고 한다.

글램에게 물어봐|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세터의 공간’

글램의 콘셉트는

유럽의 고성을 연상케하는 고급스럽고 유니크한 인테리어와 적당히 분위기를 돋우는 라운지 음악,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친구가 될 수 있는 공간이 주 콘셉트다. 음식도 일식 위주로 편성, 일반 바나 클럽과는 차별화된 세련되고 자유로운 장소를 지향했다.

주 고객 타겟은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30~40대 남녀로 특히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세터들이다. 전문직, 패션계, 금융계 종사자가 많고, 외국인 고객들도 주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많이 방문한다.

주로 어떤 음악이 나오는지

음악은 글램의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에 어울리는 하우스 음악 혹은 무거우며 웅장한 느낌의 하우스 음악이 주를 이루며, 디제이가 두 시간마다 직접 조율하고 있다.

평일/공휴일 방문객 수는

평일에는 약 400명 정도다. 주말 및 휴일에는 800명 내외다.

연말/연시 구상중인 이벤트가 있다면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내부 인테리어의 변화를 통해 크리스마스 이미지 연출 예정이다.  12월 31일에는 ‘DISTRICT ON NEW YEARS EVE. DISTRICT ON’이라는 정기적인 이벤트가 새해전야에 진행된다. 이는 디스트릭 소속인 글램, 뮤트, 프로스트 세 공간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이벤트이다. 또한 글램 자체적으로는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예정으로 프로젝트를 이용해 일년 동안의 글램 히스토리 영상 상영 후 새해 카운트다운으로 연동할 계획이다.

이태원 클럽의 최근 트렌드 및 변화가 있다면

예전에는 나이트클럽 형태나 외국인(주로 주한미군)상대의 클럽이 많았는데, 이제는 패션과 문화,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트렌디한 내국인이 대거 유입되면서 라운지 형태의 클럽들이 주를 잇고 있다.

홍대와 강남이 20대 위주의 젊은 클럽이라고 하면, 이태원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커버한다. 클럽 특유의 커다란 음악 소리와 시끌벅적한 분위기보다는 라운지 음악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를 대신하고, 내국인들은 물론 다양한 외국인까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국제적인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