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경제의 핫 이슈는 과연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가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경제에 대한 청신호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과연 회복되고 있는가라는 이슈에 대해서는 전문가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이는 시장을 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금융시장만을 보느냐, 아니면 실물을 포함한 경기 전반을 보느냐에 따라서 그 진단과 처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현재 미국 경제에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청신호는 어떠한 것들인가. 우선 경기 반전의 최우선 선행지수라고 할 수 있는 주식시장이 2개월 연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주택시장의 재고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것과 3월부터 3개월 연속 소비자신뢰지수가 상승세를 타면서 금융위기 시작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것 등이다. 미국 GDP의 약 70%를 소비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눈여겨볼 만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진단에 반박하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최근 이러한 현상들은 최악의 경제 상황이던 작년 하반기에 비해 일시적으로 나아진 ‘기저 효과(Base Effe-ct)’에 불과, 기술적 반등에 따른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고 평가절하하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상반된 양쪽의 논리이지만 공히 논리적 근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 주체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금융 부문의 위기가 실물 부문에 이미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심각한 현상임에 분명하며, 회복 속도에 있어 실물경제가 훨씬 더 장기간이 소요되는 것은 더욱 확실하다. 따라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제반 현상들은 경기선행적 지표들이 모여 있는 금융 부문에서 일부 좋은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일부 희소식에도 불구하고 미국 실물경제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실업률은 25년 이래 최고치인 9%에 달하며, 내년에는 10%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미국 벤처 창업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의 돈줄은 여전히 막혀 있고, 소비회복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판매도 여전히 부진하다. 주정부의 재정적자는 골칫거리이며, 경기부양책은 아직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

미국 경제의 또 다른 뇌관은 상업용 모기지의 부실이다. 혹자는 1차 금융위기가 주택모기지 부실에서 비롯되었다면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2차 금융위기는 상업용 모기지에서 출발하며, 그 파급 효과는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상업용 모기지의 만기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 현지의 긴장감이 역력하다.

그렇다고 극단적인 비관은 경계해야 한다. 미국 경제가 바닥을 벗어나고 있으나 V자형이 아닌 U자형 회복을 보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물경제를 지탱해 주는 실탄인 돈줄이 미국뿐만 아니고 전 세계에 공히 풀리면서 그나마 경제의 수직적 하강을 멈춰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이 GDP의 약 70%에 달할 정도로 대외지향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해외 시장의 실물 부문이 회복되어야만 국내 수출이 더 탄력을 받는다. 아직은 국내 경제 주체들이 안심할 시기가 아니다.

6월1일 파산보호신청을 낸 GM은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막대한 구제금융과 캐나다 연방정부, 온테리오주 정부로부터 105억 캐나다 달러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미국 경제의 가변성은 물론이고 유가를 비롯한 국제 상품시장, 환율 등 어느 하나도 만만한 것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우리의 포지션을 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적어도 올 하반기까지는 현재 쥐고 있는 끈을 결코 놓아서 안 될 것이다.

김상철 로스앤젤레스 KBC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