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물산 스마트 오피스. 출처=롯데.
롯데물산 스마트 오피스. 출처=롯데.

[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유통업계 수평 기업문화 정착이 활발해지는 추세입니다. 이미 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번져왔던 변화가 국내 기업에도 적극 도입되는 것인데요. 투명성, 직원들의 소통 강화 등이 장점으로 꼽히는 이 같은 변화를 통해 빠른 의사 결정과 부서간 시너지를 높이는 모습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상(001680)은 창립 65주년을 맞아 48년만에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서 종로구 인의동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임원실을 과감히 없앴습니다. 현재 영업본부를 제외한 본사 7개 층을 사용하는 대상 임원들은 한층 전체가 오픈형 구조로 만들어진 한 공간에서 실무진과 업무를 공유하고 있죠. 

책상 사이 칸막이도 낮췄는데요. 이들 공간이 직원들의 것과 다른 것은 책상 크기 뿐입니다. 여러 곳에 흩어진 부서를 통합해 결속력을 강화하고 업무 효율성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수평적 문화를 정착시킴으로써 불필요한 절차와 경직된 체계를 없애 업무에 속도를 높이겠단 의지의 일환인 셈이죠.

앞서 신세계푸드(031440) 역시 송현석 대표가 취임하면서 대표실을 포함한 임원실을 폐쇄한 바 있습니다. 대신 개방형 임원실인 워룸(War Room, 상황실)을 만들어 임원들이 마주보며 일함으로써 사업부간 원활한 의사소통과 긴밀한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직적 조직문화 상징 '임원실 문턱을 낮춰라'

수직적 조직문화의 상징과 같았던 임원실 '장벽'을 허물어 동일한 조건으로 밀접한 소통에 나선 것인데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등 업무 환경에 대한 변화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요구되고 있어서입니다.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직원들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죠.

물론 국내 유통기업들에겐 최근의 변화지만, 실제 이 같은 분위기는 외국계 유통기업에서는 이미 시작된 바 있습니다. 오비맥주는 지난 2007년 4월부터 개방형 사무실을 만들어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현재까지도 한공간에서 매일 얼굴을 맞대며 근무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장까지 나서 '실'을 없애고 함께 근무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곳은 오비맥주가 처음이었죠. 페르노리카코리아와 디아지오코리아의 경우 각각 2017년 2018년 서울 중구와 여의도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지정된 좌석에서 업무중입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마치 임원들만으로 조성된 한개의 부서처럼 조성돼 임원들끼리 의견교환이 쉽고 빠른 의사결정 및 시너지가 크다"며 "특히 내부적으로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D&I(Diversity&Inclusion) 교육에 적극적인데 벤 베르하르트(배하준) 사장이 앞서 D&I 회의를 우선 챙기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아직은 어려운 임원...내 옆자리보단 '외딴섬 존(Zone)'으로"

하지만 아쉽게도 일각에서는 '문턱을 낮추려는 변화'가 정착되기까지에는 시간과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젊은 층, 특히 MZ세대로 꼽히는 2030와 수평적 문화를 갖기 위해 조직이 먼저 변화를 시도하려는 노력은 이해되지만, 이는 지극히 '윗세대'의 시각일뿐 진정 MZ세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인데요.

실제 2030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임원들까지 자율좌석제를 실시하는 유통기업 직원 A씨는 "회사의 공간을 유연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바꾸려는 것은 이해되지만 임원이 나보다 출근이 늦어 옆자리에 하루종일 앉아 있는다 생각만해도 퇴사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며 "평직원들 중에선 동의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토로하더군요. 

직원들의 사생활 보호가 잘 안된다는 '옥의 티'도 있었습니다. 유통업계 또 다른 직원 B씨는 "화장실 갈때도 눈치보인다"며 "팀장들이 임원에게 혼나는 모습과 소리를 직접 보고 들어야 할 때면 불편할 때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고 직원과 임원간 소통의 장벽을 허무는 기업의 노력이 '엉뚱한(?) 발상'이란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국내 문화 특성상 사장과 임원들은 '불편한 존재'로 여겨질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들을 해외에서와 같이 '톰'과 '메리'로 부르지 않는 이상 아직은 '외딴 섬 존(Zone, 구역)'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요.

상황을 이렇지만, 장벽을 허무려는 시작이 충분히 긍정적입니다. 획일적이던 근무 일상에서부터 환경의 변화를 이끄는 국내 기업들이 노력이 반갑기만 합니다. 앞으로 시간과 비례해 조직별 특성이 충분히 반영된 보완되겠지요. 무의식적으로 추진하는 의미 없는 메아리가 아닌 진정한 탑다운(Top-down)이 완성되는 국내 조직문화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