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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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올해 자산운용사들이 테마형 ETF(Exchange Traded Funds, 상장지수펀드)를 줄줄이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메타버스 관련 ETF가 상장 되자마자 양호한 수익을 거두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테마형 ET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라면서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11월 두달간 국내 증시에 상장한 ETF 19종 중 14종이 테마형 ETF로 집계됐다. 11월 말 기준 국내 테마형 ETF의 순자산 총액은 지난 2019년 대비 2.5배 이상 증가했으며, 국내 전체 ETF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에서 지난달 말 17.8%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TF로 번진 메타버스 열풍

테마형 ETF는 우량주, 방어주, 배당주와 같이 특정 유형에 속한 다양한 업종의 종목을 하나로 묶거나 투자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전기차, 메타버스, 기후변화 등 장기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 및 트렌드에 관계된 지수‧종목에 투자한다.

테마형 ETF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진 것은 작년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엄청난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테슬라를 구성 종목으로 담았던 아크인베스트먼트의 ETF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다.

최근에는 국내증시의 조정이 길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ETF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모양새다. 특히 테마형 ETF는 새로운 산업과 이슈를 발 빠르게 따를 수 있어 성장 산업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하반기 들어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메타버스’ 관련 ETF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KB·미래에셋·삼성·NH아문디자산운용 등 네 곳의 자산운용사는 메타버스 관련 지수를 기반으로 한 ETF 4종을 상장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Fn메타버스’는 상장 이후 지난 12월1일 까지 33.1% 상승하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ODEX K-메타버스액티브(29.6%) KBSTAR iSelect메타버스(23.7%), HANARO Fn K-메타버스MZ(19.1%) 등도 두 자릿수의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TIGER Fn메타버스는 메타버스 관련주 20종목을 압축해 구성했으며 위지윅스튜디오, LG이노텍 등 하드웨어 관련 비중이 타 자산운용사 ETF 보다 많은 것이 특징이다”며 “패시브 펀드로 설계됐지만 메타버스 시장이 초창기인만큼 산업 트렌드 변화 시, 1년 2회 정기변경 외에도 2회의 수시변경 등을 통해 신규 종목 편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ETF 4종 중 유일한 액티브ETF인 KODEX K-메타버스액티브도 향후 성장이 기대된다. 액티브 ETF란 비교지수를 70%가량 추종하면서 나머지 30% 범위에서 펀드매니저의 재량으로 추가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순자산총액 규모로 살펴보면 1일 기준 KODEX K-메타버스액티브가 4,214억5,000만원으로,  TIGER Fn메타버스의 순자산규모 4,344억7200만원과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그린 뉴딜 바람을 타고 상장한 기후변화 ETF 4종도 수익률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9월 30일 거래를 시작한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은 수익률이 21.4%로 20%를 넘었으며,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20.9%),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17.1%),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17.5%)도 모두 10% 이상 올랐다.

내년에도 블록체인·메타버스 등 주목 

이와 더불어 이색 테마형 ETF들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7월 NH아문디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각각 K-POP이나 드라마 제작사 등에 투자하는 ETF인 ‘HANARO FnK-POP&미디어’, 웹툰과 드라마에 투자하는 ‘KODEX Fn웹툰&드라마’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골프 관련 ETF가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등장하면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 골프테마 ETF’는 에프엔가이드의(FnGuide) 골프 테마 지수를 추종한다. 지수 구성 종목으로는 카카오게임즈(17%), 코오롱인더(11%), 골프존(9%), 이마트(8%) 등이 있다.

이외에도 메리츠자산운용의 ‘MASTER 스마트커머스’, ‘MASTER 테크미디어텔레콤’ 등도 상장했다. 각각 이커머스와 반도체·통신사 등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액티브 ETF의 비교지수 상관계수에 대한 규제 완화 가능성도 언급하면서 대형사 뿐만 아니라 중소형운용사의 테마형 ETF 출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본부장보는  “액티브 ETF의 상관계수를 0.7 밑으로 내리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더 나아가 3개월 연속 상관계수를 유지하지 못했을 때 상장 폐지되는 규정도 6개월까지 넓히는 것을 생각하는 중”이라고 말한바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자산운용사의 테마 ETF가 출시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가운데 블록체인, 메타버스, 리츠 등을 주목할 테마로 꼽았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메타버스 액티브 ETF’,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메타버스 액티브 ETF’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상품은 현재 거래소 상장 심사를 받고 있으며 이달 중에 상장할 계획이다.

박지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네 가지 테마 모두 높은 기대감을 바탕으로 주가 모멘텀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다만 더 이상 기대감만으로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다. 본격적으로 취사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