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X오리온 친환경 포쟁재 PB스낵 (사진 좌), 무림X한국콜마 친환경 패키지 용지 ‘네오CCP R30’. 출처=각사.
CUX오리온 친환경 포쟁재 PB스낵 (사진 좌), 무림X한국콜마 친환경 패키지 용지 ‘네오CCP R30’.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유통업계가 ESG 경영 보폭을 늘리면서 각 회사별 맞춤형 전략으로 ESG경영에 한창이다. 업태 특성상 '환경'에 촛점 맞춘 행보가 주를 이루지만, 이를 위한 이종업계간 협업도 마다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비재무적 기업 평가 항목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소비행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적극 나서는 것으로 관측된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ESG도 협업 바람이 불고 있다. CU(BGF리테일 282330)는 오리온(271560)과 손잡고 PB(Private Brand) 스낵을 친환경 패키지로 변경키로 했다. CU는 지난 8월 녹색인증마크가 적용된 10여종의 친환경 패키지 상품들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도입된 친환경 패키지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해성분을 줄인 에탄올 잉크로 만들어졌다.

이번에 오리온과 진행하는 친환경 패키지 리뉴얼은 잉크 사용량 자체를 줄이기 위해 기획됐다. 포장재는 필름 소재에 잉크를 입혀 만들어지는데 선명한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 잉크가 환경에 부담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CU는 오리온의 플렉소 인쇄방식으로 만든 친환경 패키지 PB 스낵 10여 종을 추가로 도입한다.

친환경 패키지는 이달부터 HEYROO 초코칩쿠키, 마늘맛콘스낵, 계란과자 등 CU의 스테디셀러 PB 스낵뿐만 아니라 카라멜러스크, 버터스틱쿠키 등 새롭게 선보이는 신상품에도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오리온의 플렉소 인쇄기술이 유통사의 PB 상품 제조에 활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U는 연간 3,000만개 이상 판매되는 PB 스낵이 이번 리뉴얼을 통해 친환경 패키지로 변경된다면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펄프∙제지∙신소재 종합기업 무림은 글로벌 화장품 R&D 전문 기업 한국콜마(161890)와 손잡고 친환경 패키지 용지 ‘네오CCP R30’을 개발, 화장품 포장재에 적용하기로 했다. 양사가 공동 개발한 네오CCP R30은 무림의 고급 패키지 용지 ‘네오CCP’에 재활용 원료를 접목, 친환경성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버려지는 종이를 활용한 재생펄프를 혼합해 만들어 생산과정에 있어 자원의 재활용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했다. 

무림과 한국콜마는 지난 7월 6일 ‘친환경 화장품 포장재 소재 및 원료 개발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으며, MOU 체결 이후 약 4개월 만에 실제 적용 가능한 포장재를 선보였다. 이번 포장재 출시는 제지업계와 뷰티업계가 만나 구체화한 첫 결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값진 의미를 갖고 있다. 양사는 이번 친환경 종이 패키지 개발을 필두로 화장품 제조 원료에 있어서도 무림이 생산한 펄프에서 나오는 천연 소재, ‘나노셀룰로오스’를 적용하는 연구개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ESG평가 성적표 'A' 이상, 4곳 중 1곳 유통사 

유통업계의 ESG 경영행보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소비자와 밀접한 업태 특성상 기업 성적뿐 아니라 친환경 움직임에서도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ESG 경영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왔다. 따라서 친(親)환경을 넘어 필(必)환경이란 단어를 공격적으로 사용하며 트렌드를 주도하기도 했다. 덕분에 지난 10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선정한 ESG 평가 'A' 이상 총 194개사 기업 명단에는 50여 유통기업들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과거와 달라진 점은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 등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기업 경영에서부터 핵심 요소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종업계간 협업과 유통 과정도 환경을 고려한 ESG 경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유통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했다. 롯데슈퍼의 경우 원주, G은평점 등 10개 매장과 신갈물류센터 옥상에 총 5,119㎡면적 규모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했다. 롯데슈퍼는 현재 전국의 점포와 물류센터를 운영하는데 연간 12만9,327MWh 전기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번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로 연간 1,360MWh의 친환경 전력을 생산, 12월부터는 전체 전기 사용량의 10%를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하게 됐다. 

롯데슈퍼 남원점 태양광 설비. 출처=롯데쇼핑.
롯데슈퍼 남원점 태양광 설비. 출처=롯데쇼핑.

롯데슈퍼는 이를 통해 전기 요금 절감은 물론, 연간 628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는 소나무 4,500여 그루를 심는 효과와 같다. 롯데슈퍼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기여하고 ESG경영에 앞장서기 위해 향후 지속적으로 태양광 발전 설비를 늘려갈 예정이다. 롯데슈퍼는 수도권 일부 점포에서 친환경 전기 자동차 75대를 배송용 차량으로 선택해 운영하고 도 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00만리터 휘발유를 줄여 태양광 발전 설비와 함께 환경 보호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다.

풀무원 올가홀푸드 역시 저탄소인증 햇과일과 채소 7종을 출시했다. 저탄소 인증은 친환경 농산물을 대상으로 생산 단계에서 필요한 난방과 농기계 에너지, 용수 등 농자재 투입량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한 제품에 부여된다. 이번에 출시된 올가의 저탄소 아리수 사과(1.8㎏) 한 봉지를 소비할 경우 0.37㎏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있다. 18봉지를 소비하면 30년생 소나무 1그루를 심는 효과와 동일하다. 30년생 소나무 1그루는 연간 6.6㎏의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동아오츠카와 제주삼다수는 각각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바이오 페트 제품과 화학적 재활용 페트를 적용한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한 사례다. 동아오츠카는 사탕수수 추출 원료를 30% 적용해 기존 플라스틱 페트 대비 제조부터 소각까지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20% 가까이 감축했고, 제주삼다수는 플라스틱을 분해해 순수 원료 상태로 되돌려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해중합 기술을 활용해 개발된 패키지 사용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유통기업들은 ESG에 신경쓴다기 보단 친환경 일환으로 환경 문제에 대응해 왔다"면서도 "최근 ESG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미닝아웃(소비 행위 등을 통해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표출하는 것)' 트렌드도 확산, 더이상 일회성 캠페인이 아닌 기업경영의 주된 활동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