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은 홍대, 이태원, 강남 세 구역별로 다른 특색을 보인다. 세 지역의 일반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을 짚어봤다. 홍대는 자유분방한 분위기라면 강남은 대형화와 고급화된 모습이 일반적이다. 이태원의 경우 이 둘의 매력을 모두 가지고 있다.

홍대, 다양함과 개방성으로 자유분방함

홍대는 국내 클럽문화의 발원지다.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만큼, 그들의 문화적 감수성이 배경이 됐다. 시초는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이다. 개성과 실험정신을 갖춘 작업 공간은 여럿이 즐길 수 있는 ‘바(Bar)’로 변모했고, 이런 바들이 댄스클럽의 형태로 진화했다. 1992년, 작업실-바-댄스클럽의 단계를 거치며 문을 연 클럽 ‘발전소’가 전형적인 모델이다.

홍대가 지금의 클럽지형도를 갖추게 된 것은 ‘록카페’의 등장부터다. 듣는 음악이 춤추는 음악이 된 것이다. 1992년 오픈한 ‘에스케이원(SK1)’과 1994년 오픈한 ‘오엘(OL)’이 이러한 록카페 형 클럽이다.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홍대의 분위기는 테크노와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흡수하며 발전해갔다. 1995년 ‘상수도’, ‘엠아이(m.i)’, 제이알(JR) 등을 필두로 1997년 ‘마트마타(MATMATA)’, 1999년 ‘101(현재 GG)’ ‘108’ 등 정통 댄스클럽들이 홍대를 대표하는 클럽문화를 만들었다. 2001년 ‘클럽데이’의 등장은 이 지역 클럽문화에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홍대 지역 클럽은 기존의 클럽거리와 피카소 거리를 중심으로 집중돼있으며100m²~300m²의 소규모부터 300m²~700m²이상의 대형클럽까지 다양하다. 다양함을 강조하는 문화답게 찾는 사람들도 가지각색이다. 초보클러버들이 가장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이며, 한국만의 독특한 클럽문화를 찾는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댄스, 록, 힙합, 일렉트로닉, 인디 음악 등 취향에 따라 선택폭도 넓다.

 

이태원, 자유분방함과 고급스러움의 조합

이태원은 미군부대와 외국인 밀집지역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가진 곳이다. 1950년대 후반부터 이 지역에서 클럽을 볼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외국인 대상의 쇼핑지구가 생겨나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유흥가로 자리 잡았지만 이후 신촌, 홍대, 강남 지역으로 유흥지역이 확대되면서 이태원은 일대 변화를 맞았다. 가장 큰 변화가 이태원 게이클럽의 형성이다. 1989년에 4~5개 불과하던 게이클럽은 2000년 들어 30여 곳으로 늘어났다. 1990년대 이후, 이태원은 기존 게이클럽과 고급클럽으로 분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하얏트-이태원동-한남동을 잇는 지역에 외국인과 상류내국인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라운지클럽이 등장한 것이다. 라운지 클럽은 일반 클럽과 ‘바’의 면모를 동시에 갖춘 형태. 기존의 클럽이 주류 외에 음식을 팔지 않는 것에 비해 라운지 클럽은 바의 장점을 살려 각종 음식과 다양한 주류를 판매한다. 2003년 ‘씨에스(CS)’, 2007년 ‘브이떠블유(BW)’, 2008년 ‘브이엘(VL)’ 등이 이때 등장한 라운지 클럽이다. 이 추세는 2009년 ‘엠비(MB)’, 2010년 ‘(에이티)AT’ 등으로 가속화된다. 이 지역에 외식업과 병행되어 운영되는 형태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라운지클럽의 등장은 품격 있는 파티로 고급화를 지향하는 클럽문화를 만들어냈다. 공적·사적 파티의 규모에 알맞은 분위기와 공간을 제공하며,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여 이색적인 경험도 가능하다. 이태원은 독특하고 개방적이라는 측면에서는 홍대와, 화려하고 고급스럽다는 측면에서는 강남 지역과 닮았다. 하지만 세련된 것을 중시하여 홍대 지역보다 이용 층의 연령대가 높고, 강남지역보다 실속 있는 소비유형을 보인다는 점은 이태원만의 특징이다.

강남, 소비력 바탕으로 배타적인 문화 향유

강남에 클럽이 처음 등장한 것은 강남이 ‘부자동네’로 인식되기 시작하던 2000년대 중반부터다. 가장 늦게 도입된 만큼 경험과 자본을 갖춘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참여한 기업화가 가장 두드러졌다. 1997년 홍대에 최초의 기업형 클럽 ‘이비원(EB1)’을 세운 엔터테인먼트그룹이 2004년 강남에 동명의 클럽을 개장한 것이 좋은 예다. 나이트클럽이 클럽문화의 전부였던 강남 지역에 등장한 ‘이비(EB)’는 새로운 문화형성의 도화선이 됐다. 2007년에는 강남지역 최초로 일렉트로닉 음악을 연주하는 대형클럽 ‘엠에스(MS)’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판도를 열었다. 클럽하면 ‘힙합’이라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2008년 12월, ‘이디(ED)’의 오픈은 강남 지역의 일렉트로닉 열풍을 확산시켰다. 라운지클럽의 등장도 강남 지역 클럽문화를 풍부하게 했다. 2005년 청담동의 ‘씨에이(CA)’, 2007년 ‘에스에스(SS)’, 2009년 ‘(씨엠)CM’ 등의 등장이 그것이다. 홍대, 이태원이 특정지역에 군집을 이루며 형성됐던 것과는 다르게 강남은 서초동, 청담동을 중심으로 논현동, 역삼동, 삼성동 등 여러 지역에 산재한다. 그런만큼 ‘클럽’의 유형과 형태도 다양하다.

강남지역은 ‘트렌디’하지만 배타적인 문화 형태를 갖는다. 화려한 인테리어, 초대형의 규모, 고가정책, 빠른 리모델링 주기(1~2년) 등은 새로운 것에 관심이 높고, 변화에 민감한 트렌드세터들을 모은다. 가수들의 신곡 쇼케이스, 영화 홍보, 신인배우 프로모션 등 연예 산업의 새로운 마케팅 장소로 각광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하지만 과시성 소비형태가 강하고,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경향도 강하다. 자신의 소비력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과 배타적인 문화를 소비한다. 이 때문에 문턱 높은 특급호텔의 바 등에 새로운 사교문화가 형성되는 ‘보보스(문화와 소비를 주도하는 신엘리트 계층)’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