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일본 상용차 브랜드 이스즈(ISUZU)가 한국에서 소형, 중형, 대형 등 전 차급의 상용차 모델을 출시하기로 결단내렸다. 현대자동차, 타타대우상용차 등 한국 업체 뿐 아니라 볼보, 만, 스카니아 등 쟁쟁한 수입차 업체들과 한판 겨뤄보겠다는 포부다.
이스즈 차량을 국내 수입·판매하고 있는 총판업체 큐로모터스의 김석주 대표는 이 같은 라인업 계획을 자신있게 설명했다. 김 대표가 보여준 자신감의 원천은 브랜드 차량의 우수한 상품성에 대한 신뢰감에 있다. 지난달 25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서울모빌리티쇼 현장의 이스즈 부스에서 김 대표를 만나 큐로모터스의 국내 사업에 대한 계획과 목표에 대해 들었다.
큐로모터스는 그간 서울모터쇼라는 이름으로 개최돼온 서울모빌리티쇼의 역사상 이례적으로 상용차 업체로서 참가했다. 큐로모터스는 이번 행사 부스에서 이스즈 브랜드를 내걸고 3.5톤 트럭 엘프(ELF)와 소형 픽업트럭 디맥스(D-MAX) 등 두 모델을 전시했다. 이 가운데 엘프는 큐로모터스의 실적을 견인하는 주력 모델로, 현대차 마이티의 아성에 도전한 차량으로써 상용차 업계에서 잘 알려져 있다.
큐로모터스는 엘프 뿐 아니라 국내 최초로 선보인 디맥스를 홍보하는데도 힘쓰고 있다. 디맥스는 앞서 일본, 동남아 등지의 픽업트럭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1위를 차지하는 등 상품성을 입증한 모델이다. 큐로모터스가 계획대로 내년 상반기말께 디맥스를 출시할 경우, 국내 상용차 업체 가운데 사실상 처음으로 소형 픽업트럭에 진출하는 업체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현재 국내 픽업트럭 시장엔 쌍용자동차와 지프, 포드 등 승용차 업체들만 진출한 상태다.
큐로모터스가 서울모빌리티쇼에 참석하기로 한데엔, 잘 알려진 엘프보다 디맥스를 홍보하려는 목적이 더 크게 반영됐다. 현대차, 기아 등 주요 승용차 브랜드의 전시 컨텐츠를 보러 올 방문객들이 디맥스에 대한 이스즈의 타깃 고객층과 겹치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글씨를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그려놓은 부스 인테리어 디자인을 도입한 것도 해당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큐로모터스는 디맥스를 출시함으로써 트럭에서 더 나아가 레저용 픽업트럭을 판매하는 업체로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또 디맥스를 구입할 젊은 세대들을 중형급 이상 트럭의 잠재고객으로 볼 때 고객망을 미리 확보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디맥스→이스즈→일본차…“엘프처럼 극복 가능할 것”
큐로모터스가 디맥스를 성공적으로 출시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은 일부 존재한다. 큐로모터스는 기존 영업망과 서비스망 등을 통해 디맥스 고객을 확보·관리할 계획이다. 다만 이는 그간 국내 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도전이다. 큐로모터스가 픽업트럭 시장의 경쟁사들과 달리 전시장이나 승용차 전용 서비스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디맥스를 사거나 차량을 점검·정비하기 위해서는 이스즈 중형 트럭인 '엘프 트럭' 고객과 같은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낯선 구매·서비스 환경에 금방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대표는 디맥스 고객을 위해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하되 디맥스 고객을 위한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대도시 주변에 소형 경정비 네트워크를 대리점 등 형태로 확장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재 인천에 한 곳 운영하고 있는 직영 서비스 시설을 추후 용인, 동탄, 수지 등 다른 지역에 추가 설립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
그는 “가상현실(VR) 스토어나 SNS 같은 온라인 소통 채널도 강화할 것”이라며 “가능하면 타 승용차 브랜드의 전시장에서 디맥스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협업하거나 온라인 판매방식을 도입하는 등 방식으로 고객 요구사항을 충족 시켜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품 정체성 측면에서 디맥스가 내포한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소신을 갖고 대응해나갈 방침이다. 디맥스는 일본 브랜드의 제품인데다 아시아 국가 중 한 곳인 태국에서 만들어진 차량이다. 이들은 반일 정서, 품질 등 측면에서 흥행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소다. 하지만 김 대표는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앞서 판매해온 엘프도 양호한 상품성으로 입소문을 타 점차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국내 사업 목표로 ‘중형트럭 시장 점유율 30%’을 수립한 큐로모터스는 엘프로 현재 10%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그는 “시장에선 디맥스의 정체성에 대해 큐로모터스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며 “큐로모터스는 차량의 상품성을 시장에 입증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데 있어 소비자들의 경험과 평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맥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상황에서, 대형 트럭과 친환경 트럭까지 출시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업계의 눈길을 사로잡을 심산이다. 큐로모터스는 앞서 지난해 말 이스즈가 볼보그룹으로부터 인수한 일본 상용차 브랜드 UD트럭의 제품을 향후 국내 수입할 계획이다. UD트럭의 중대형 라인업을 UD트럭이나 이스즈 등 두 브랜드 중 하나에 속한 제품으로 판매할 방침이다. 그에 따르면 올해 초 이스즈 본사에서 큐로모터스에 한국 대형트럭 시장에 대한 분석을 의뢰하기도 했다.
큐로모터스는 또 상용차 업계의 화두인 친환경차 라인업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스즈가 현재 개발한 뒤 테스트하고 있는 3.5톤급 순수전기트럭을 국내 시장 여건에 맞춰 들여올 예정이다. 큐로모터스는 전기트럭 상품을 들여와, 향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에서 더욱 활발히 공급될 배송용 전기 화물차의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비교적 충분히 확충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 이후 시기를 친환경 모델 출시 시점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석주 대표는 “현재 완성차 시장 트렌드인 친환경차가 많이 도입될 것이기 때문에 이스즈의 친환경 트럭 제품도 시장성이 있다고 본다”며 “향후 디젤, 하이브리드, 순수전기차 등 차종이 공존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