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가 24일과 25일 계열사별 2022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2018년 구광모 대표 취임 이후 실시한 네 번의 임원 인사 가운데 최대 규모인 132명의 신임 상무를 대거 발탁해 젊은 피 수혈에 나섰다. 40대의 젊은 임원이 82명으로 62%를 차지했다. 전체 승진 규모도 179명으로 구 대표 취임 후 역대최대다.

공격적인 임원인사가 나왔지만 계열사 CEO는 대부분 유임됐다. 다만 몇몇 인물의 이동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권봉석 사장. 출처=LG
권봉석 사장. 출처=LG

권봉석 사장, 부회장 승진...지주사로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주)LG COO로 선임됐다.

권 사장의 승진으로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LG 내 부회장은 4명이 됐다. 

권 사장의 승진 및 지주사 이동은 이미 단행된 권영수 부회장의 LG에너지솔루션 이동으로 어느정도 예견됐다는 평가다. 구광모 대표 취임 초기 LG유플러스 CEO로 활동하던 권영수 부회장이 지주사로 올라와 LG 전체의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총괄한 후 LG엔솔로 이동한 상태다.

뒤를 이어 구 대표의 두 번째 파트너로 권봉석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지주사에 자리를 잡게 됐다. LG전자의 역대급 실적을 끌어낸 일등공신이라는 점도 그의 발탁을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다.

권봉석 신임 (주)LG COO는 주력 사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LG의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미래준비를 강화하는 등 지주회사 운영과 구광모 대표의 보좌 역할에 주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이고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는 등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실질적 실행력을 강화하는 역할도 맡았다.

권 사장이 지주사로 이동하며 재계에서는 LG의 공격적인 투자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주)LG는 단순한 지주사를 넘어 LG 전체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강력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권 사장이 지주사로 이동해 구 대표와 함께 계열사 투자 전반의 흐름을 조율하면서 AI를 바탕에 둔 신성장 동력 창출에 나설 것이라 본다. 이 과정에서 빅딜로 부를 수 있는 인수합병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주)LG CFO인 하범종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 (주)LG CFO 겸 경영지원부문장을 맡게됐다.

조주완 사장. 출처=LG
조주완 사장. 출처=LG

LG전자, 안정택하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지주사로 이동, 권영수 부회장이 맡던 구광모 대표의 보좌를 맡으면서 LG전자는 조주완 CSO 체제가 됐다.

조 사장은 북미지역대표 재임 당시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선제 대응하고 북미 가전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테네시(Tennessee) 클락스빌(Clarksville)에 지능형 자율공장 설립을 이끄는 결단력을 보여준 바 있다. 

휴대폰 사업부 철수, 전장사업 강화라는 변화의 바람이 LG전자를 강타한 가운데 최근 2년 동안 CSO를 맡으며 LG전자의 미래준비를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린 조 사장이 차기 LG전자'호' 선장에 낙점됐다는 평가다.

안정을 택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조 사장은 1987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했으며 C레벨 중 가장 연장자다.

한편 LG전자는 CS경영센터를 고객가치혁신부문으로 승격하고 고객가치혁신부문장은 (주)LG 전자팀장을 역임한 정연채 부사장이 맡게 됐다. CSO부문 산하의 고객가치혁신담당은 고객가치혁신사무국으로 명칭을 변경한 후 고객가치혁신부문으로 이관된다. M&A실은 M&A담당으로 격상한다.

H&A사업본부와 HE사업본부 산하의 고객경험혁신실을 고객경험혁신담당으로 격상시켰고 디자인경영센터 LSR(Life Soft Research)실을 LSR연구소로 격상했다. 올해 7월 신설한 CDO(Chief Digital Office)부문에서는 디지털전환 가속화를 위해 AI빅데이터실이 AI빅데이터담당으로 위상이 높아졌다.                  

본부 체제는 기존 4개 동일하다. BS사업본부장은 IT사업부장을 맡았던 익환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맡고 VS사업본부장은 VS스마트사업부장을 역임한 은석현 전무가 맡는다. B2C 핵심은 유임됐다. 류재철 H&A사업본부장, 박형세 HE사업본부장은 해당 본부를 계속 맡는다.

H&A사업본부 산하에 냉장고사업담당을 신설하고 베트남생산법인 내에 냉장고 생산라인을 새로 구축하고 생활가전 전반의 제조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 산하에 베트남생산담당을 둔다. HE사업본부는 TV사업운영센터를 신설하고 플랫폼사업담당 산하에 컨텐츠서비스담당을 신설한다.

LG전자 CTO는 미래기술센터장을 역임한 김병훈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맡고 미래기술센터는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기술센터로 명칭을 변경한다. 센터장은 김병훈 신임 CTO가 겸임한다. CTO부문 산하의 선행R&BD센터는 B2B선행기술센터로 명칭을 변경한다. CRO(Chief Risk Officer) 부문은 변화가 없다.

권영수 부회장. 출처=LG
권영수 부회장. 출처=LG

LG엔솔 권영수 부회장 체제 완성
정기인사 전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권영수 부회장은 LG엔솔의 새로운 사령탑이 됐다.

구광모 대표를 보좌하던 그가 LG엔솔 CEO로 이동한 것은 LG의 미래전략 중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 분야의 전략 포인트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권 부회장은 특유의 저돌적인 업무 스타일로 신규 사업 투자와 구조조정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9년 LG전자서 근무할 당시 네덜란드 필립스에서 16억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해 LG디스플레이의 전신인 LG필립스 LCD출범에 핵심 역할을 담당했으며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시절에는 해외시장 공략 측면에서 큰 공을 세웠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핵심 계열사를 두루 경험한데다 재무통의 특성을 살려 입체적인 전략 전술에도 능하다는 분석이다.

25일 인사를 통해 지주사에 있던 이방수 사장도 LG엔솔로 이동했다. 이방수 사장은 LG전자 홍보실, LG디스플레이 경영지원센터장, (주)LG CSR팀장을 거치며 최근까지 권 부회장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출처=LG
출처=LG

큰 틀의 분위기는?
LG디스플레이 및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 CEO는 대부분 유임됐지만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된 점이 이번 LG 인사의 특징이다. 전체 승진 규모는 크지만 계열사 CEO에 변함없는 믿음을 주면서 베테랑들을 일부 전진배치한 점이 핵심이다.

이 외에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대표인 정원석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존재감이 커졌다. 정 대표는 2019년 말 LG전자 VS사업본부 그린사업담당을 맡으며 전기차 파워트레인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등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글로벌 영업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는 김명규 모바일 사업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디스플레이 전략에 모바일 로드맵을 주입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LG이노텍은 부사장 1명 승진, 전무 1명 승진, 상무 7명 선임이 이뤄진 상태에서 문혁수 광학솔루션사업부장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외부수혈도 이뤄지고 있다. LG는 올 한해 LG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 온라인사업담당 전무로 데이비드강 전 스페이스브랜드 글로벌마케팅 부사장 등 총 28명의 외부 인재를 영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