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정일문’호가 이끄는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에서 전체 증권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순이익 규모도 1조원대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취임 이후 추진해온 수익구조 다각화와 리스크 관리 등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2019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해 올해 3연임에 성공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출처=한국투자증권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출처=한국투자증권

3연임 기간 역대 최대 실적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순이익 ‘1조 클럽’에 올랐다. 카카오뱅크 기업공개(IPO)로 수천억원의 지분법 이익을 거둔데다 IB(투자은행)과 WM(자산관리) 부문의 호조가 실적을 견인했다.

정일문 사장의 경영체제 하에서 한국투자증권의 순이익 규모는 2019년 6,844억원에서 올해는 누적 3분기 만에 1조2,043억원으로 두 배 가량 커졌다. 취임 당시 경영목표로 삼았던 3년 내 연간 순이익 1조원 달성에도 성공한 것이다.

정일문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동원증권에 1988년 입사해 주식자본시장(ECM)부 상무, 투자은행(IB) 본부장, 기업금융본부 및 퇴직연금 본부장, 개인고객그룹장(부사장) 등을 거쳤다. 특히 IB부문에서만 27년 이상 근무한 IB전문가다. 대표이사 취임 후에는 디지털금융과 해외사업 경쟁력 강화 등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 리더…미니스탁 등 혁신금융 박차

디지털 금융은 정일문 사장이 추진해온 핵심사업 중 하나다. 지난 10월 이용자 100만명을 돌파한 미니스탁이 그 성공적인 사례다. 1주 단위로 매매해야만 했던 기존 매매 방식을 탈피해 해외주식을 소수 여섯 번째 자리까지 나눠 매수할 수 있도록 했다. 한 주당 300만원이 넘는 아마존 주식도 원화 기준 1,000원 어치부터 거래가 가능한 식이다. 올해부터는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도 1,000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혁신금융 서비스인 ‘온라인 금융상품권’은 주식이나 채권, 펀드, 발행어음 등 금융상품을 액면가만큼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지난 11월 ‘안면인식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가 3번째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 신규 지정됐다. 내년 5월 서비스 출시 예정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도 막바지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9월 마이데이터 본인가 획득 후 금융보안원 주관 기능적합성 심사까지 통과했으며 향후 보안취약점 점검과 신용정보원이 주관하는 비공개 베타테스트(CBT) 등을 거쳐 안정성 최종 점검 후, 내년 초 서비스 오픈 예정이다.

WM, 초고액자산가 서비스 ‘차별화’

자산관리 부문의 차별화도 진행 중이다. 정일문 사장의 진두지휘 하에 지난해 9월 3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GWM 전략담당’ 조직이 신설됐다. 이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은 개인 자산관리와 기업 자금운영‧가업승계를 위한 자산관리 솔루션, 차별화된 투자 기회와 관심 분야에 대한 콘텐츠 제공 등 초고액자산가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1월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와 업무협약 체결해 자산관리 부문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이후 ‘한국투자마이스터패밀리오피스랩’ 등 글로벌 비상장주식 사모펀드와 글로벌 부동산 사모펀드 등 주로 기관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유형의 상품을 초고액자산가 및 패밀리오피스에 맞춰 전용 상품으로 출시했다.

한국투자증권 GWM은 법무법인 바른·법무법인 원, 리얼티코리아, 가나아트갤러리, 에이트인스티튜트, 불가리코리아, 롤스로이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기관과의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엔 부동산 투자자문 서비스도 시작했다. 또 웹진 ‘Wealth & Succession’(웰스앤석세션)을 발간하고, 전용 앱 ‘VIP라운지’를 출시하는 등 초고액자산가 맞춤형 콘텐츠 및 서비스 개발을 통한 자산관리 분야 저변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영토 확장’…해외시장 개척 노력

IB 기반의 해외시장 개척 노력도 눈에 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뉴욕의 IB전담 법인(KIS US)이 워싱턴DC 소재 신축 오피스 인수금융 딜에 대표주관사로 참여해 자금조달을 성공적으로 주도했다. 2001년부터 뉴욕 현지법인을 운영해왔던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월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IB 전담 법인을 새로 설립했다. 이후 2억5,000만달러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 자기자본 확충했고, 기업 인수 금융 및 대체 투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빠르게 운용 데이터를 쌓아갈 계획이다.

홍콩현지법인은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 야후(Yahoo)의 대형 인수금융(M&A) 딜에 공동 주관사로 참여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서 입지 구축했다. 글로벌 사모펀드 아폴로가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보유한 미디어 사업 부문(야후, 아메리카온라인 포함)을 인수하는 거래에 국내 금융사 중 유일하게 선순위 공동 주관사로 참여했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KIS 인도네시아)은 지난 9월 인도네시아 BBKP 은행의 루피아화 표시 공모채권 발행의 대표 주관 수행했다. 국내 증권사가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 공모사채 발행의 대표주관을 수행한 첫 사례다. KIS베트남 역시 지난해 7월 현지 최초로 발행된 13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대표주관 업무를 수행하는 등 성과를 내고있다.

리스크 관리에 ‘방점’

정일문 사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리스크 관리의 일상화’를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꼽았다. 이는 취임한 첫 해인 2019년부터 꾸준히 강조해온 내용이다. 올해 부실 사모펀드 사태 때에는 관련 상품에 대한 전액보상안을 결정하며 고객 신뢰 회복과 내부 통제 강화를 최우선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6월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부실 사모펀드 10개 상품에 대한 투자 원금 전액 보상 결정했다. 회사의 내부 통제 기준을 강화하고 부실상품에 대한 명시적인 보상 기준 수립한 뒤 이 기준에 의거 판매사 책임이 있는 상품에 대한 전액 보상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총 보상규모는 1,584억원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4개월간의 조사를 통해 보상 기준을 명확하게 했다. 또 상품선정위원회의 기능과 책임 강화, 투자상품 사후관리 전담 조직 신설, 상품 판매 관련 교육과 감사의 확대, 관련 평가보상 시스템 개편 단행을 통해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한 영업 관행 개선안을 제시했다.

정일문 사장은 이와 관련해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보다 고객 신뢰회복이라는 대명제와 이를 토대로 한 장기적인 영업력 강화를 우선적으로 판단했다”면서 “금융상품에 대한 고객 신뢰회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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