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영욱 기자] 보험업계가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이하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본허가를 획득해 사업 일정까지 수립한 곳부터 예비허가 또는 본허가 획득을 준비하는 업체까지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 진척도 면에서 각양각색의 모습을 나타내며 상용화 시점이 달라질 전망이다.
마이데이터 자격 획득 나선 보험사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마이데이터 자격 확보가 늘고 있다.
가장 최근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손에 넣은 곳은 KB손해보험이다. KB손보는 이달 1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했다. 지난 6월 24일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획득한지 142일만이다. KB손보는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첫 번째, 전체 보험사를 기준으로는 두 번째로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품에 안았다.
KB손보에 앞서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확보한 곳은 교보생명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7월 보험업계 최초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했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지난 19일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획득을 밝혔다. 해당 업체는 올해 상반기부터 전사 태스크포스(이하 TF)를 구성,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위한 서비스를 기획하는 등의 준비를 진행해왔다. 미래에셋생명은 오는 2022년 상반기 본허가 신청을 목표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시스템 구축 등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본허가 신청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은 신한라이프는 내년 1분기 본허가 신청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메리츠화재는 올해 상반기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신청을 진행했으며,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생명의 경우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메트라이프생명의 경우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신청 여부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인 단계다. 지난해 유관부서 간 협업이 용이하도록 애자일(Agile) 조직 형태의 워킹그룹을 새롭게 만드는 등 준비를 진행했으나, 아직 예비허가 신청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예비허가 신청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현재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빨라도 내년 2분기 정도는 돼야 예비허가 신청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고 전했다.
선발주자 마이데이터 개시 임박… 교보생명 내년 1월, KB손보 1분기 중
교보생명은 보험사 중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가장 발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본허가를 획득한데 이어 사업 구체화 면에서도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내년 1월 시장이 열리면 바로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라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사업 계획을 살펴보면 우선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로 통합자산조회 및 관리, 금융 가계부, 부동산‧자동차 시세 관리, 신용점수관리 및 올리기 등을 제공한다. 또 생애 기반의 건강관리 및 의료비 예측, 보장분석 등 보험 및 건강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금융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금융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유익하고 다양한 금융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으로 개인의 금융 스타일에 적합한 금융교육 콘텐츠를 최적화시켜 추천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교보생명은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와 함께 개인의 금융 이해도를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고객 맞춤형 금융교육특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고령층, 장애인 등 디지털 금융 취약계층 역시 금융정보에 용이한 접근이 가능토록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안내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KB손보의 경우 오는 2022년 1분기 중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작한다. KB손보 대표 앱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으로 ▲개인자산관리 서비스(PFM) ▲오픈 인슈어런스 ▲헬스케어 연계 등을 중심으로 세부 서비스를 구성할 예정이다. 특히 ▲전(全) 보험상품 통합 보장분석 ▲보험사 통합 보험금 청구 고도화 추진 등을 통해 손 안의 보험금융 비서 역할을 함으로써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보험사들이 마이데이터에 진출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신규 고객 창출에 있다. 마이데이터를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와 연계한 신규 고객 창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때문에 선발주자들의 출발 시점이 임박해지며 업계의 관심도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냐는 향후 마이데이터에 나서는 보험사 수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의 경우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게 타 금융권 대비 한정적”이라며 “예를 들어 카드사의 경우 고객의 라이프 자체를 알 수 있지만, 보험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건강과 금융을 융합할 수 있다는 보험만의 특징이 있어 건강과 보험 정보 융합을 통한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타 금융권에 비해 수월한 면도 있다”며 “이를 활용한 다른 곳에 없는 서비스 등을 통해 신규 고객 창출 등이 보험사들의 마이데이터 진출의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시장 선발주자로 나선 곳들이 어떤 성적을 거두냐에 따라 참가 보험사 수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며 “이들의 활동 결과에 따라 현재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보험사들이 참여하거나, 현재 자격 획득 준비하는 곳이 중단을 고려한다거나 하는 등의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