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본점. 출처=우리은행
우리은행 본점. 출처=우리은행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우리은행이 자체 사설인증서 개발을 추진한다. 당초 금융결제원과 손잡고 공인인증서의 빈 자리를 채우려던 전략에서 자체 전자서명 인증솔루션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경쟁사들이 전자서명인증사업자로 인정받으며 마이데이터 인증시장 공략에 나서자 위기감이 고조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전자서명인증사업자, 금융플랫폼 도약 '두 마리 토끼' 잡는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인정 획득을 목적으로 사설인증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2일 관련 입찰 공고를 내고 제한경쟁입찰 절차를 밟고 있다. 개발비는 70억원 규모며, 개발기간은 9개월이다. 내년 하반기 우리은행의 새로운 사설인증서 이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향후 새로운 사설인증서를 우리금융그룹의 대표 인증서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외부 확장성은 물론 그룹사 플랫폼에 적용 가능한 방식으로 인증 솔루션을 설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독립적인 자체 브랜드로 구축하고,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인정 기관의 자격을 획득해 종합생활금융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위해 추진하는 전략 사업”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현재 금융결제원의 ‘금융인증서’를 우리은행 모바일뱅킹앱 환경에 맞게 변형한 ‘WON금융인증서’를 활용 중이다. 타 시중은행들이 지난해부터 자체 전자서명 인증솔루션을 개발하고 고도화 해왔다. 반면 우리은행은 금융결제원과 선제적으로 손을 잡으며 범용성과 안전성을 택했다.

금융결제원은 공인인증서 역사와 궤를 같이하며 지난 21년간 인증업계에서 노하우와 지위를 인정받은 기관이다. 금융인증서는 공인인증서 폐지에 앞선 지난해 11월 금융결제원이 새롭게 개발한 인증서다. 금융인증서는 홈택스나 정보24, 국민신문고 등에서 사용 가능하다.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 등 타업권에도 빠르게 확대하는 추세다.

이에 더해 클라우드 기반인 금융인증서는 네트워크 환경만 갖춰져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인증서를 이용할 수 있다. 가상공간인 금융결제원 클라우드에 저장돼 보안성도 높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금융권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 인증서인 WON금융인증서를 내놓을 수 있던 배경이다.

마이데이터, 인증 사업 '시너지'…"신규 고객 유치 효과 기대"

출처=우리금융

다만 타 시중은행들이 인증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마이데이터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우리은행에도 자체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이 나왔다.

신한은행은 지난 9월 은행권 최초로 인증서비스 '신한Sign'을 앞세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자격을 획득했다. 국민은행도 지난달 'KB모바일인증서'를 통해 전자서명인증사업자에 이름을 올렸다.

전자서명인증사업자로 선정된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직접 인증서를 발급할 수 있으며, 신한Sign과 KB모바일인증서는 공인인증서와 같은 법적 지위를 가진다.

또한 다음달부터 마이데이터 시장이 순차적으로 열리면 전자서명인증사업자는 추가적인 사업 확장이 예상된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사설인증서를 최소 1개 이상 의무 적용해야 한다. 즉 46곳의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자체 플랫폼에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전자서명인증사업자의 사설인증서 중 하나를 고객의 로그인 선택지로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설인증시스템을 도입해 인증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사용 가능한 공공기관 확대를 추진해 고객 편의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설인증서 도입 시 마이데이터 사업을 비롯한 정부의 신제도 도입에 신속히 대응 가능하며, 금융 당국의 디지털 유니버셜 뱅크 지원 정책에 부응해 뱅킹(Banking, 은행) 영역과 논뱅킹(Non-Banking, 비은행) 영역에 확장 적용하는 방안으로 생활 편의 서비스를 확대해 신규 고객 유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새 사설인증서 도입해 WON금융인증서와 동시 운영체제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설인증서 도입 초기에는 두 인증서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향후 사용기관 확대 및 생활편의서비스 확대를 통해 이용 고객을 집중 유치해 (새 사설인증서로의) 이주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결국 전자서명인증사업자의 인증서를 이용하기 위해 신한은행이든 국민은행이든 전자서명인증사업자의 플랫폼으로 들어오게 되고, 이는 고객 접점을 넓히는 채널로 활용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은행업의 경쟁은 결국 파이 싸움(점유율 경쟁)이며, 우리은행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하면서 인증사업과의 시너지 크기를 체감하면서 사설인증서 개발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