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도다솔 기자] 이달부터 본격적인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접어들며 경제 회복의 기대감이 커진 것도 잠시, 요소수 품귀 현상을 시작으로 산업계 전반이 공급망 쇼크에 요동치고 있다. 정부는 다양한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호주·중국·베트남 등에서 요소를 긴급 확보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사태를 잠재우기에는 요소수가 부족해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해운 병목현상으로 해상 물류대란이 몇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요소수 품귀 사태로 화물차 등의 운행이 제한되면서 해상에 이어 육상 물류대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당장 시급한 건 차량용 요소수다. 현재는 차량용 요소수에 한해 문제가 발생했지만 향후 선박용·산업용·농업용 요소수까지 부족해지면 사태는 더 악화될 수 있다.

17일 업계·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10리터당 1만2,000원 이하로 구매할 수 있었던 요소수 가격은 최근 3만~4만원대까지 올랐다. 품귀현상이 심한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10만원까지도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품귀현상으로 요소수의 가격 급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물류비까지 오르는 등 2차 피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요소수는 화물차 등 디젤(경유) 차량은 내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가는 필수 품목이다. 요소수가 없으면 1급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이 과다 배출되고 운행을 할 수 없다.

또한 정유·철강업계에서도 요소수는 산업 설비나 폐기물 소각장에서 미세먼지를 저감하는데도 쓰이기 때문에 요소수가 부족하면 안 그래도 심각한 겨울철 미세먼지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요소수 사태 원인

중국의 요소 수출제한의 배경에는 호주와의 외교 갈등, 더 나아가 미중 경쟁 구도가 깔려 있다.

요소수 품귀 현상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달 11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요소 등 비료 품목 수출 검역 관리방식을 강화하면서부터다. 중국 당국이 사실상 수출 제한이나 다름없는 조치를 내리면서 국내 중국산 요소 수입량이 급감했고 요소 수입량의 3분의 2를 중국에 의존해 온 한국이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앞서 중국은 호주와의 갈등으로 호주산 석탄을 수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가 중국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참여 금지, 홍콩과 신장 위구르의 인권 탄압 등 중국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며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의 과감한 전랑외교(戰狼·늑대전사)에 호주는 소고기·와인·곡물류의 수출이 급감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결국 제 발등을 찍은 것은 중국이었다. 최근 세계적으로 위드 코로나 전환이 이뤄지면서 2년여 간 움츠렸던 글로벌 경제가 다시 활성화하자,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해 천연가스·석탄 등의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세계 최대 석탄수입국인 중국은 전기생산량의 70% 정도를 석탄 화력발전을 통해 얻는다. 이 중 60% 가량을 호주산 석탄에 의존해왔다.

외교적 자존심에 스스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제한한 중국은 내부 석탄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가정부터 상업시설, 공장까지 가동을 멈추는 사상 초유의 전력난이 빚어졌다. 중국은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요소의 수출을 제한하게 됐다. 요소 생산에 쓰일 전력을 아끼기 위해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얽히고설킨 국제관계에서 이 모든 게 비롯된 셈이다.

中에 끌려다니는 공급망의 민낯

이처럼 꼬일 대로 꼬인 중국·호주 관계를 고려해 정부는 중국에 대해 수출 제한조치 완화를 설득하는 한편 대체 공급망 확보에도 부랴부랴 나서고 있다.

지난 13일 정부는 호주에서 군 수송기를 동원해 요소수 2만7,000리터를 수입했으며 같은날 중국에서 요소 6,500톤을 들여왔다. 호주에서 들여온 요소수는 전국 구급차에 우선 공급 중이다. 이외에도 베트남·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부터 확보한 요소 3만9,000톤과 요소수 800만 리터를 추가 확보해 최대한 신속히 국내에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내 최대 요소수 생산업체인 롯데정밀화학(004000)은 베트남산 요소 8,000톤과 사우디산 2,000톤, 일본산 1,000톤, 러시아산 500톤을 확보했다. 이는 국내 전체 차량용 요소수 수요의 2~3개월분에 해당한다.

한편 이번 품귀 현상은 요소수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산업의 중국 공급망 의존도는 상상이상이다. 한국무역협회의 ‘주요 원자재 국가별 수입 의존도’ 조사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계 기준 한국이 수입한 품목 1만2,586개 중 3,941개, 31%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이었고 중국 수입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은 1,850개로 미국과 일본 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요소의 경우 한국은 중국의 요소 수출 대상국 2위 국가로, 대(對) 중국 수입액은 2억2,157만 달러로 전체 수입의 80%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자동차 차체·차량용 시트 프레임·항공기 등 부품 경량화 작업에 필요한 알루미늄 합금을 생산하는데 필수적인 원료인 마그네슘 잉곳(주괴)은 중국에 100% 의존하고 있는 처지다. 의료기기와 반도체 제조 시 필수로 쓰이는 산화텅스텐의 중국 의존도 또한 94.7%로 나타났으며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은 83.5%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 모두 잠재적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한국은 채굴 자원 부족과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산이 워낙 싸다보니 국내에서 생산하려 해도 수지 타산에 맞지 않는다는 것.

마그네슘의 경우 이미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불안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이 전력난과 탄소배출 규제로 생산을 줄이면서 마그네슘 가격은 지난 9월 기준 톤당 1만9,000위안(한화 약 351만원)에서 한때 7만 위안(한화 1,300만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알루미늄 역시 중국의 생산 통제에 놓이면서 지난달 톤당 3,000달러를 기록하는 등 1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은 원료 자원을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각별히 공을 들여야 한다. 취약물자 리스트를 사전에 파악하고 우리 현실에 맞춰 더 신뢰할 수 있는 해외 공급처를 확보하는 등 공급망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