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이 경쟁사 계열의 프로야구 감독에게서 경영 기법을 배우겠다는 의지를 밝혀 주목받고 있다.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를 연달아 제패했던 SK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이 그 대상이다.

이석채 회장은 지난 1일 통합 KT 출범식을 가진 뒤 기자간담회에서 김성근 SK와이번스 감독의 승리 비결을 화두로 꺼내며 이를 본받겠다고 말했다. 특히 KT는 한 때 프로야구단 인수를 사실상 확정지었다가 막판 비용 문제로 포기했던 아쉬움이 남아있는 터라 이날 이 회장의 발언은 더 파격적이다.

이 회장은 “얼마전에 SK 사람들을 만나 김성근 감독의 야구와 훈련 스타일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며 “강훈련 속에서도 선수들에게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고, 구단 역시 이런 감독에게 물질적 지원 외에는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석채 회장이 '적장'의 승승장구 비결을 언급한 이유는 자회사 경영 및 향후 인사 방침을 설명하기 위함. 그는 “KT도 자회사 CEO들에게 SK와이번스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 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는 임명한 자회사 CEO들이 소신을 가지고 최상의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모회사 KT와 자회사의 관계를 ‘갑과 을’이 아닌 평등한 ‘동반자’로 격상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인사 관행의 혁신 의지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사간에 인사 보수 제도의 변혁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며 "사내 인력의 배치를 놓고 시장 매커니즘의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인재가 양성되는 제도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acti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