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도다솔 기자] 누적된 적자에 유상증자로 재무개선에 나섰지만 저비용 항공사(LCC)업계의 부는 찬바람에 계속될 전망이다. 항공 화물운송 특수를 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는 달리 국내선 운항만 주력하고 있는 LCC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 해 전체 실적 전망이 어두운 데다 LCC끼리 경쟁 구도는 더 치열해 지는 등 앞으로의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12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과 더불어 9개의 LCC가 등록돼 있어 세계에서 LCC가 가장 많은 나라로 나타났다. 한국과 미국의 뒤를 이어 일본이 8개, 중국과 태국이 6개, 독일이 5개 순이었다.

미국은 인구수는 3억3,000만명으로 넘고 남한 면적 대비 100배나 커 항공기가 대중적인 교통수단으로 발달한 나라다. 영토와 인구면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이 미국과 LCC 숫자는 같아 LCC 하늘길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LCC업체는 제주항공(089590)·진에어(272450)·티웨이항공(091810)·에어부산(298690)·에어서울·플라이강원을 비롯해 현재 회생단계에 있는 이스타항공과 올해 4월 취항한 에어로케이항공과 지난 8월 취항한 에어프레미아 등이다.

여기에 2년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까지 LCC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실제로 LCC들의 수익구조는 악화일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3분기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은 3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손실 701억원, 492억원, 31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들 상장 LCC 3사는 직전 분기인 2분기에도 각각 712억원, 488억원, 3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사진=플라이강원
사진=플라이강원

신생 LCC 3사 중 취항 2년째를 맞은 플라이강원의 경우 현재 여객기를 한 대만 남기고 직원 3분의 2는 무급휴직에 있는 상태다. 최근 구주주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150억원을 조달하고 양양~대구 노선 등 일부노선도 재개했지만 국제선을 운영해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강원도에서 지급하는 운항장려금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신규 취항한 에어로케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본격적인 시장 진입에 들어섰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달 30일자로 김포-제주 간 국내선 운항을 종료하고 오는 12월 싱가포르 취항을 목표로 국제선 운항 채비에 착수했으며 에어로케이항공은 최근 신입 승무원 채용에 들어갔다.

LCC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2년 가까이 국제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입은 타격이 크다. 최근 일부 노선 운항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이전만큼 수요가 회복되고 완전한 경영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LCC가 이전보다 늘어나면서 수요가 많은 노선 중심으로 항공권 판매 외에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등 전략도 구상 중이다”이라고 말했다.

“M&A통한 업계 재편 온다” 전망

업계 안팎에서는 국제적인 ‘위드 코로나’ 추세에 힘입어 항공업이 회복하더라도 시장에 플레이어가 너무 많아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과거 미국 항공시장은 LCC 간 출혈 경쟁이 지속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거듭되며 경쟁력 저하를 초래했다. 결국 재무 부담에 시달리던 소형 LCC들은 몇몇 대형 항공사들에게 인수됐고 2000년대 중반 11개사에 달했던 미국 LCC들은 현재 9개로 재편된 상태다.

국내 LCC시장 역시 이 같은 전철을 답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에서의 경쟁은 원래 치열하기 때문에 과당 경쟁이라기보다는 LCC 업계가 급격히 성장하다보니 과도기적으로 공급이 초과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앞으로 LCC업계에도 재편이 일어날 것”이라며 “한 때는 국내에서 은행과 이동통신사가 많았지만 과점을 지나 현재는 손에 꼽을 만큼 남았듯이 LCC업계 또한 이 전 단계가 와있는 것이다. M&A는 산업경쟁력이 강화되는 순기능을 가졌다. 합쳐지면 더 강한 시너지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