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패러다임이 바뀐다. 그동안 은행의 고유영역이었던 지급결제 기능이 증권사에도 허용돼 펀드, 주식 투자 뿐만 아니라 입출금, 이체 등은 물론 공과금, 아파트관리비 납부 등의 생활편의기능도 가능해진다. 거기에 하루만 넣어놔도 붙는 이자까지. 몸 안에 여러 가지 기능들을 탑재한 만능형사 가제트처럼 하나의 통장으로 모든 기능을 결합시킨 만능통장이 등장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으로 지급결제가 시행될 경우 단기자금 및 샐러리맨들의 급여통장 중 상당수가 증권사 CMA계좌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증권사 신용카드와의 시너지 효과로 인해 CMA 경쟁력이 한층 제고되는 등 CMA와 결합된 다양한 복합금융상품과 서비스가 선보여져 고객 편의성이 한층 증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7월3일 시행 예정인 동양종합금융증권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굿모닝신한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SK증권, 한화증권, 메리츠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그 뒤를 이어 7월3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김태용 삼성증권 마케팅파트장은 “증권계좌를 통해 사실상의 모든 거래가 가능해졌다”면서 “기존의 CMA상품은 소액결제 시스템에 맞게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증권사가 은행처럼 편리한 서비스와 저렴한 수수료를 제공해 동일한 기능은 평준화되고,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고 증식시킨다는 증권사 고유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며 “이제 금융시장이 재편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전망했다.

지주사와 결합, 복합상품으로 승부 건다

최근 증권사들은 지급결제 시행을 앞두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CMA계좌와 CMA신용카드를 앞세워 먼저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지주사에 속해 있는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굿모닝신한증권, KB투자증권 등은 계열사인 은행과 복합금융상품을 출시하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급결제 시행을 앞둔 7월 말을 목표로 리워드포인트를 개발하고 있다. 금융상품 투자를 통해 포인트가 발생하면 우리카드 포인트와 병행해 사용처를 확대해 서비스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우리금융그룹과의 연계를 통해 출금 및 이체수수료 무료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CMA상품인 ‘옥토 CMA’도 지급결제 맞춤형상품으로 한층 진화할 예정이다. 옥토CMA는 다양한 혜택과 재테크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상품이다. 자유로운 입출금, 자동납부 서비스, 대출 서비스 등이 제공되며 이체수수료도 면제이다. 하나의 계좌에서 주식, 채권, 펀드, 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 거래가 가능해 자산관리계좌의 효율성을 증대시켰다.

하나대투증권은 새로운 CMA서비스인 ‘surprice’를 선보이고 7월 말까지 가입하는 신규고객에게 2개월간 300만원 한도 내 연 4.1%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하나대투증권의 온라인 증권투자 서비스인 ‘멘토스’ 투자자문 서비스 2개월 무료이용, 모든 펀드자산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지속적으로 해주는 ‘펀드클리닉’ 서비스 무료이용 및 일임형 투자상품인 ‘빅트리맞춤랩’ 가입 시에도 수수료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한 개의 CMA계좌에서 하나대투증권의 수익증권·주식·채권투자가 가능하고 매월 급여이체 및 카드결제·보험료·공과금 등의 자동납부 및 결제가 가능하다.

굿모닝신한증권 ‘명품 CMA’는 은행 및 CD기를 통한 입출금과 급여·카드대금 결제, 공과금 이체가 가능하며, 주식 및 다양한 금융상품 거래까지 가능한 종합자산관리계좌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관계자는 “소액결제 시행 후 신한은행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수수료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지급결제를 신청하지는 않았지만 KB투자증권도 은행과의 강력한 시너지를 활용하고 있다. 첫 출시작은 ‘KB플러스타통장(KBplu star)’과 ‘KB플러스타세이브카드’. 특히 KB플러스타통장은 출시 3개월 만에 11만8000여개(5월25일 기준)의 계좌를 확보한 인기상품이다.

KB플러스타통장은 그동안 은행통장, 증권통장을 개별 관리해야 했던 불편함을 개선해, 별도의 증권계좌 개설 없이 은행 통장에서 바로 주식거래를 할 수 있고, 증권매수 증거금에 대해 증권매수 주문 업무처리일로부터 매수대금 출금일 전일까지 연 4%의 높은 우대이율을 제공하고 있다.

브랜드 슬로건 내세워 차별화 꾀해

국내에서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형성하고 있는 대형 증권사인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은 지급결제 시행을 앞두고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브랜드 슬로건을 ‘Create with you’로 정하고 경영 전 부분에 걸친 혁신운동에 나서고 있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은 고객과 함께 새로운 고객가치와 금융문화를 창조하겠다는 의지와 약속을 담고 있다”고 설명하고, “앞으로 상품, 서비스, 임직원의 사고와 행동 기준을 브랜드 경영에 맞춰 혁신해 나가고 타사와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브랜드파워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태용 삼성증권 마케팅파트장은 “삼성증권의 CMA계좌는 소액결제에 맞게 진화할 것”이라며 “부가혜택은 많아지고 금리는 올라가며 수수료는 내려가는 등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용카드 결제 계좌를 급여계좌로 지정하는 만큼, ‘CMA신용카드’ 출시를 계기로 은행권 자금이 본격적으로 증권사 쪽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슬로건을 ‘Building on principles’로 내걸고 기본을 지키는 투자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자산관리 CMA신용카드’를 출시해 고객의 편의성을 높였다. CMA 신용카드란 한 개의 CMA카드로 신용카드와 CMA 기능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통합카드다.

RP형(수익률 2.25%) MMW형(수익률 2.35%), 모두 CMA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하다. 또한 미래에셋증권은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펀드 캐시백’을 시행하고 있다. 펀드 캐시백 서비스는 사용금액에 따라 적립된 캐시백을 적립식 펀드 형태로 돌려주는 서비스다.

현대증권은 예전 ‘바이코리아’ 시절의 명성을 되살린다는 포부로 지급결제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현정은 회장의 ‘자신 있습니까’도 업계 1위였던 옛 명성을 되찾는다는 의미와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현대증권은 소액결제 금융인프라를 통해 현대CMAPro와 연계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CMA의 수익성과 저렴한 수수료 혜택도 얻을 수 있고, 주요 온라인쇼핑몰에서 CMA계좌로 편리하게 자금결제가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CMA점유율 5위권 증권사들 각축전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행 예정인 동양종금증권은 지난해부터 소액결제 시스템 도입에 따른 효과 등 다양한 대응전략을 검토해 왔다. 동양종금증권은 업계 최대 규모의 전국적인 지점망을 구축했고 대부분의 점포에 ATM기가 설치되어 있어 고객의 입출금 및 자금이체 등의 업무편의성을 높인다는 전략으로 다양한 고객 프로모션도 준비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CMA는 지로, 급여이체, CMS 등 신규 서비스 및 자금이체 서비스와 결합한 신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동양종금증권 측은 자금이체 서비스가 은행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수수료 인하 및 서비스 개선도 가능할 거라고 밝혔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향후 ATM기를 주요 거점 위주의 점외 부문까지 확대 도입할 예정”이라며 “은행에 버금가는 전국적인 ATM망 구축으로 고객접점 및 네트워크 확대가 용이해져 고객접근성 및 편의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우증권 CMA는 증권사 CMA 중 유일하게 CMA계좌에서 매월 아파트관리비 납부가 가능하다. 아파트관리비 납부서비스는 매번 은행창구나 관리사무소를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면서 CMA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제공하고 있다. 평소에 무심코 납기일을 넘겨 연체료를 부담하기도 했던 관리비까지 챙길 수 있어 맞벌이 부부에게 안성맞춤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부자아빠CMA는 높은 수익률과 부가서비스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단기상품 중 하나다. 특히 인터넷 오픈마켓인 G마켓과 CMA를 연계해 실시간 결제서비스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오는 8월부터는 전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CMA결제서비스를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부자아빠CMA는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서비스 내용을 다양화하여 선보일 예정이다. CMA를 통한 제휴 신용카드 출시로 그동안 증권회사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신용대출 서비스, 현금서비스, 후불 교통카드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되어 CMA의 높은 수익률과 한층 강화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윤성희 동양종금증권 마케팅 상무는 “금융은 신뢰이기 때문에 시행 초기단계에는 시스템상의 안정성이 중요해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본격적인 지급결제는 7월부터 시행하지만 6월1일부터 CMA신용카드가 발급되고 결제계좌가 CMA계좌로 지정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더 편리해졌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오희나 기자 hn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