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테슬라의 질주가 세계를 놀라게 만들고 있다. 폭스바겐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전기차 시장으로 진입하며 테슬라의 독보적인 전기차 시장 장악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막상 테슬라의 입지는 오히려 더욱 탄탄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테슬라를 둘러싼 일각의 우려도 있지만, 큰 틀에서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의 패권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다양한 동력이 엿보이는 가운데 위기 상황에 빛나는 소프트웨어와 수직계열화 전략에 시선이 집중된다.

1조달러, 천슬라
테슬라 주가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전일 대비 12.66% 상승한 1024.86달러로 장을 마치며 '천슬라' 고지를 밟았다. 시가총액은 1조100억달러를 기록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버티고 있는 1조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3분기 호실적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앞서 테슬라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은 전년 대비 57% 증가한 137억6,000만달러, 순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5배 늘어난 16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렌터카 업체 허츠발(發) 호재도 주가 상승에 힘을 더했다. 허츠가 전기차로 렌트 플랫폼을 더욱 채우겠다고 선언하며 테슬라 주가는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는 분석이다. 하츠는 전기차를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테슬라며, 11월 초부터 대리점에서 테슬라 모델3 렌트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허츠가 얼마나 테슬라 모델3를 구입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체 계약 금액이 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대형호재다.

테슬라의 '테크노킹' 일론 머스크는 돈방석에 앉을 전망이다. 그는 테슬라에서 따로 월급을 받는 대신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으며, 테슬라 주식 23%를 가진 상태다. 현재 개인 자산만 2,52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부자인 그는 이번 테슬라의 1조달러 클럽 가입으로 500억달러의 보너스를 추가로 챙길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테슬라의 시대, 왜?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했으나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았다. 다수의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속속 출시하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의 종말을 앞 둔 상태에서 전통의 강호들이 테슬라를 흔들기 시작한 셈이다.

테슬라가 최근까지 다소 부침을 겪은 이유다.

그럼에도 테슬라가 천슬라로 질주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역시 전기차 시장의 압도적인 점유율 덕분이다.

22%의 높은 점유율 방어에 성공하며 기초체력을 탄탄히 쌓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전기차 가격을 일괄 인상하기도 했으나 20%대 점유율은 여전하다. 대니얼 아이브스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산업에 많은 경쟁자가 등장했지만, 테슬라는 계속해서 시장 점유율을 지배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음 비결은 역시 위기에 빛난 전략적 선택을 꼽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와 수직계열화 전략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 테슬라의 승승장구는 라이벌 완성차들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있어 심각한 품귀난을 겪으며 주춤거리는 반사효과를 누렸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다수의 완성차들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내연기관차는 물론 전기차 전략의 스텝이 꼬였다.

테슬라도 타격을 받았지만 그 여파는 제한적이다.

사업 시작부터 전기차에 주목한 상태에서 자율주행을 목표로 둔 소프트웨어 중심의 설계를 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고가의 반도체가 들어가는 전기차 반도체를 적절히 구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먼저 만들었고, 여기에 반도체 수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후속조치를 취한 점은 글로벌 반도체 품귀 대란의 피해를 최소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수직계열화 전략이 연결된다. 테슬라는 시작부터 소프트웨어 설계를 먼저 했기 때문에 반도체를 단순히 수급받는 것을 넘어, 자체 반도체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심지어 기가팩토리에서 배터리 직접 생산까지 고려할 정도로 수직계열화에 집중하는 중이다. 

테슬라는 큰 틀에서 자동차를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자율주행 기술이 핵심이라는 것을 간파한 후 먼저 소프트웨어 설계를 했다. 여기에 맞게 반도체 및 배터리들을 재조립하고 이를 수직계열화로 묶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당연히 외부의 영향에 내부 시스템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테슬라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의 타격을 일시적으로 받고, 그 외 완성차 업체들은 타격을 크게 받은 이유다.

한편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행보를 두고 '테슬라의 경쟁자는 내연기관차에서 시작된 완성차 업체들이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를 플랫폼으로 인식한 상태에서 소프트웨어와 수직계열화를 적절히 구사하는 것은 ICT 전자 기업인 애플이나 구글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애플이나 구글 등이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와 모빌리티 전략을 통해 역량을 키운다면 테슬라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심지어 기존 ICT 전자 기업들은 이미 수직계열화 전략으로 선회하며 자체 생태계를 키우는 것에 특화된 곳이다. 테슬라에게 애플카나 구글의 모빌리티 전략이 소프트웨어 플랫폼 관점에서 위협인 이유다.

완성차 업체들의 반격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내연기관차에서 시작해 소프트웨어 사고방식에 익숙하지 않지만, 어차피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인식하며 거센 드라이브를 걸었다. 무엇보다 완성차들은 수직계열화에서 만큼은 테슬라보다 더 오래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테슬라의 행보를 두고 마냥 장밋빛 전망으로만 일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