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도다솔 기자] 설계와 제작, 발사까지 전 과정을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첫 로켓 누리호가 최종 목표인 위성의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지만 모든 비행 절차를 차례대로 이뤄내면서 국내 우주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003490)도 8년 전 나로호 개발 이후 중단했던 우주산업에 다시 뛰어들며 한국에도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발사에는 12년간 약 2조원이 투입됐으며 한화그룹 등 30개 주력 업체를 포함해 300여 곳의 국내 기업이 대거 참여로 이뤄졌다. 정부 역시 누리호 개발을 적극 지원하며 개발 초기부터 산·연 공동연구센터를 구축하고 기술 이전에 힘썼다.

누리호 개발의 핵심 기업은 한화그룹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엔진 총조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총조립은 KAI가 맡았다.

지난 2013년 누리호보다 앞서 한국 우주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나로호는 1,775억원의 예산을 들여 개발한 한국 최초의 발사체다. 나로호는 러시아 엔진 기술 도움을 받아 개발됐다. 나로호는 러시아에서 도입한 170톤급 액체엔진으로 이뤄진 1단 엔진과 7톤급 고체 엔진, 2단 엔진으로 구성됐다. 한국 최초 발사체이지만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된 로켓은 아니었던 셈이다. 나로호는 2009년 8월25일과 2010년 6월10일 두 차례 발사에 실패한 뒤 2013년 1월30일 마지막 도전 끝에 발사에 성공했다.

이 당시 대한항공은 나로호의 총조립을 맡은 핵심 기업이었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생전 4차례나 KAI 인수전에 적극 나서는 등 우주산업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14년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 사업 입찰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누리호 개발 과정에 불참했다. 항공우주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사실상 우주 개발 분야에서 사업 철수했다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였다. 나로호 개발 과정이 장기화되면서 경제적 이득을 보지 못한데다 당시 회사 경영 환경이 열악해진 탓이다.

이후 항공우주사업에서 무인기 위주의 사업을 펼쳐온 대한항공은 최근 민간주도의 우주개발 시대를 발맞춰 우주사업 영역 확대에 다시 뛰어든 모양새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스페이스파이오니어’ 사업 참여를 알렸다. 스페이스파이오니어 사업은 발사체와 인공위성에 적용되는 첨단 우주 부품의 국산화를 지원해 국내 우주 산업체의 기술 역량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2030년까지 총 2,115억원을 투입해 민간 기업의 부품 개발을 돕는다.

이 사업에서 대한항공은 2026년까지 320억원을 투입해 소형발사체용 공통격벽 추진제 탱크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엔디티엔지니어링, 한국항공대 등과 산학역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대한항공은 프로젝트에서 품질 보증 체계 관리와 인증을 위한 시험 평가 부문 총괄을 담당한다.

소형 발사체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확대가 예상된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엑스(SpaceX)는 현재 400kg급 위성 1,000여기를 발사했으며 향후 최대 1만2,000기를 추가로 발사할 예정이다.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들도 수백기의 중소형 위성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서울대와 함께 항공기에 우주발사체를 실어 공중에서 쏘아 올리는 공중발사체 개발에도 착수했다. 통상적으로 지면에서 수직으로 발사되는 발사체와는 다르게 공중에서 수평으로 발사되는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공중발사체는 항공기에 발사체를 실어 성층권 이상 고도에서 우주로 쏘아 올리는 방식이다. 지구 중력을 벗어나는 데 힘이 적게 들어 발사비용을 아낄 수 있다. 또 공중발사체는 약 12km 상공에서 발사하기 때문에 구름 등의 영향을 받지 않아 날씨의 제약도 없다.

앞서 5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한미 미사일지침이 종료되면서 한국도 공중발사체 운용이 가능해졌다. 이후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공중과 해상 발사체 플랫폼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소형 위성의 군집 운용 활용계획이 발표되고 있지만 국내에서 다수의 소형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환경은 아직 미흡하다”며 “해외 발사체를 이용할 경우에도 계약에서 발사까지 평균 2년 이상이 소요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의 오랜 항공기 운영 경험과 나로호 총조립 역량 등 항공우주사업의 전문성을 접목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춘 발사체 개발이 가능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