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세종 윤국열 기자]카이스트 박용근 교수(현재 최고기술책임자 CTO)는 창업이 너무 하고 싶어 무작정 블루포인트 파트너스 이용관 대표를 찾아갔다. 당시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뒤 광학계 연구를 하던 미래가 촉망되는 젊은 과학자였다. 오랜 창업 꿈을 실현하고 싶은 뜨거운 열정은 누구도 막질 못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반응은 냉랭했다. 기술이 어렵다는 이유로 박교수의 창업 제안은 결국 수포로 끝나는 듯 싶었다. 그런데 때마침 귀인이 나타났다. 토모큐브 본사에서 홍기현 대표를 만나 박용근 교수와 창업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어기술 보유 박교수와 홍 대표의 만남

홍기현 대표 출처=토모큐브
홍기현 대표 출처=토모큐브

현 홍기현 대표를 만나면서 물거품이 될뻔한 창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당시 블루포인트 파트너스에서 파트너로 근무중이었던 홍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산업경영학을 전공하고 검사장비 제조업체를 설립한뒤 국내는 물론 해외에 두 번이나 회사를 매각한 성공 경험이 있었다.드디어 코어기술을 보유한 박 교수를 만나면서 사업화에 유능한 홍 대표와 의기투합에 나섰다. 1년동안 기술검증에 나섰고 결국, 지난 2015년 현미경 시제품을 완성한뒤 그해 8월 토모큐브의 창업스토리는 시작됐다.

3차원 홀로그래피 현미경 제조 ‘토모큐브’

대전 신성동에 본사를 둔 토모큐브는 독일과 일본 기술이 장악해온 생명과학 현미경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전 처리과정 없이 세포를 실시간 관찰할 수 있는 3차원(3D) 홀로그래피 현미경 기술과 인공지능(AI)를 이용한 바이오 영상 분석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융합해 AI 현미경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글로벌 감각으로 선도하고 있다.

과거 2~3일이 걸리는 실험이 전 처리 과정없이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이용하면 현장에서 수 초 이내에 바로 세포를 이미징하고 정량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특히 AI 분석을 통해 세포의 종류와 상태 뿐만 아니라 분자 정보까지 추출이 가능하다. 이를 이용하면 세포를 관찰하는 연구와 진단 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이 가능하다.

살아있는 세포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3D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개발한 토모큐브는 총 45명이 재직중인 가운데 카이스트를 비롯해 포항공대, 서울대 등 출신이 20%를 넘는데다 전체 직원수의 70%는 연구개발 인력인 만큼 기술력은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서울사무소를 별도로 두고 세포 데이터를 활용한 AI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토모큐브의 주력은 'HT' 제품이다. 작동 원리는 컴퓨터단층촬영(CT)와 비슷하다. 다만 CT는 인체 내부를 엑스선으로 여러 장을 찍어 결합한다. 하지만 엑스선 대신 레이저를 사용하는 ‘HT’제품은 세포의 기관과 성분에 따라 굴절률이 달라 레이저 흡수비율이 서로 달라진다. 즉 염색없이 조직확인이 가능하다.결국 살아있는 세포에 대한 관측이 정확해진다.

AI 접목한 ‘분석 소프트웨어’ 내달 출시

AI 탑재한 분석 소포트웨어.출처=토모큐브.

3차원 홀로그래피 현미경 제조업체인 토모큐브는 오는 11월에 새로운 분석 소프트웨어 (TomoAnalysis)를 출시할 예정이다. 토모큐브는 세계 최초로 3차원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상용화했다. 이 현미경은 사용을 위한 전 처리과정이 필요 없고 수 초 이내 세포의 이미지를 획득하고 정량 분석이 가능하다. 토모큐브는 기술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오래 전부터 AI 인력과 기술개발에 투자해 왔다. 특히 현미경에서 얻어낸 세포 이미지 데이터에 AI를 접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번에 출시될 분석 소프트웨어는 토모큐브 제품으로는 최초로 상용 AI 툴을 탑재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현미경으로부터 획득한 3차원 세포의 이미지에서 세포의 소기관을 자동으로 분할(AI Segmentation)해 보여준다. 또 대량의 세포 이미지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기능(Batch processing)도 탑재했다. 이를 통해 현미경 이용 고객들은 더욱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3차원 세포 이미지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AI 엔진은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성능을 개선할 계획인 가운데 다양한 셀 라인(cell line)에서도 높은 정확도를 확보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신규 광학계 개발을 통한 신기술ㆍ신제품 연구

박용근 CTO 출처=토모큐브
박용근 CTO 출처=토모큐브

토모큐브는 추가로 신기술 및 신제품 연구와 개발에도 한창이다.

현재 현미경에 적용된 광학계보다 더욱 안정된 광학계를 개발 중에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존 레이저 광학계를 개선해 외부 진동 등 환경에 안정적인 신규 광학계를 개발하는 것이다.

현미경 신제품과 관련해서는 신규 광학계가 탑재된 범용성 높은 현미경을 출시할 예정이다.이번 신제품은 신규 광학계를 적용해 세포 이미지 품질을 개선하고 상용 세포 배양 용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다 다중 실험을 지원하는 범용 현미경이다.

특히 기반 기술과 AI를 접목한 진단 사업에도 진출한다는 향후 구상이다.신규 광학계를 활용해 혈구 세포 등을 관찰하는 프로토콜에 적합한 진단 의료기기 개발에도착수했다.

212억원 규모 시리즈C 추가 투자유치

최근 3차원 홀로그래피 현미경 기술을 상업화한 토모큐브가 시리즈C로 212억원 규모의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금번 시리즈C 투자에는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SKS프라이빗에쿼티, 데일리파트너스, 유경PSG자산운용 리딩에이스캐피탈, 타임폴리오자산운용, IBK투자증권, IBK캐피탈 등 총 8개 투자기관이 참여했다. 특히, 기존 투자기관인 데일리파트너스와 유경PSG자산운용 등 2개 기관은 후속투자를 단행했다.

이번 투자자금 유치로 토모큐브는 지난 2016년 3월 한미사이언스와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30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 4월 소프트뱅크벤처스, 인터베스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로부터 50억원, 2019년 8월 인터베스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데일리파트너스로부터 150억원을 포함해 총 442억원의 투자자금을 확보했다.

토모큐브는 이번에 유치한 투자자금을 현재 개발중인 의료용 체외 진단장비 임상 및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목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홍기현 대표는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 현재 개발중인 혈액분석기의 국내외 임상을 진행하고 패혈증을 비롯한 감염질환 진단을 위한 세균 분류와 동정을 2시간안에 수행 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18개국 140여곳에 제품공급

토모큐브의 해외진출도 활발한 편이다. 현재 18개국 140여개 연구기관을 비롯해 병원과 대학 등에서 현미경을 설치하고 현재 사용하고 있다. 특히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을 포함해 MIT 공대, 하버드 의대 등 유수의 대학과 MD앤더슨 암연구소 등 기관에서 모토튜브의 제품이 사용중에 있다. 토모큐브의 기술력을 일찌감치 인정받은 셈이다.

현재 글로벌 판매망은 총 27개국에 걸쳐 36개 대리점을 확보했다.

국내 판매경로는 대학을 비롯해 병원과 연구기관 등 다양한 편이다.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분당서울대병원에 공급을 이미 마쳤다.서 울대를 포함해 고려대 ,카이스트, 전북대 등 대학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등 연구기관에도 토모큐브의 HT제품이 공급됐다.

홍 대표는 “토모큐브는 기존 장비가 줄 수 없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차별화된 기술력이 있다”면서 “특히 세포에 대한 정량정보를 제공할뿐만 아니라 완벽하게 구현된 3차원 세포형상을 제공하는 유일한 장비기업”이라고 밝혔다.

내년도 4분기 상장 심사청구 계획

장비사진(HT-2H).출처=토모큐브.

금년 예상 매출액은 20억원으로 내년도는 50~6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있는 추세다. 현재 매출현황을 보면 해외와 내수의 비중이 각각 50%씩 나타난 가운데 향후 해외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지난 2019년에 설립한 Tomocube USA를 통해 연구개발에 힘쓰는 한편 글로벌 매출확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IPO와 관련해서는 내년도 4분기에 상장심사 청구를 위해 준비 중이다. 본격적인 상장은 오는 2023년쯤 예상되며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이미 정했다.

홍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복잡한 시약 사용과 오랜 샘플 준비 시간을 요구하는 바이오 분석 분야에서 AI 현미경을 이용한 데이터 기반 정밀 고속 분석과 진단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이를 통해 앞으로 다양한 질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글로벌 체외진단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