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집단감염을 우려한 기업들은 속속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이러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위드 코로나시대에도 이어질까. 예단할 수 없지만,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위드 코로나라는 통과의례를 지나며 하이브리드(hybrid)라는 키워드로 설명될 수 있다. 

재택 활성화 및 생활반경 축소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트렌드는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공장, 사무실에 출근해 일하던 광경은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됐다. ICT 기술의 발전으로 원격근무가 가능해지자 집에서 일하는 현상이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변화가 생겼다.

먼저 일과 일상의 결합, 혹은 간섭 현상이다. "일이 너무 힘들어 얼른 퇴근하고 싶은데 벌써 집에 있어 슬펐다"는 한 재택근무자의 애교섞인 하소연처럼 재택근무 트렌드는 일상과 업무의 경계를 붕괴시켜 한 때 유행하던 워라밸(일과 업무의 균형)이라는 개념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며 건강 이상증세를 느끼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1년 이상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의 비율은 전체의 30%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재택근무 시스템은 생산성 측면에서 높은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그와 비례해 일과 일상의 결합 측면에서 다소 복합적인 면모를 자랑한다. 결국 호불호가 갈린다는 뜻이다.

또 다른 변화는 '슬세권'의 고도화다. 슬리퍼를 신고 다닐 수 있을 정도의 경제권이라는 뜻의 슬세권은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며 동네상권의 새로운 변화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 하나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소비 행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이 시작된 후 일반 음식점 매출은 감소세가 뚜렷했지만 정육점의 매출은 늘어났다. 한식은 –32%, 중식은 –38%의 매출 하락세를 보였으나 정육점은 오히려 3% 올랐다. 농산물 매장도 10% 매출이 늘어났다. 재택근무를 하며 회사에 나가지 않다 보니 동네에서 슬리퍼를 신고 식자재를 구입해 집에서 요리하는 홈쿡족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러한 흐름이 포스트 코로나, 즉 코로나19의 종식 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기점으로 재택근무의 활성화 및 기타 직장인 생활반경 축소에 따른 또 다른 상권변화가 포스트 코로나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의 일하는 방식은 어떨까. 포스트 코로나 단계의 전망이 여전히 유효할까? 

일하는 방식의 변화 1단계, '방역완화'

위드 코로나는 방역과 치명률 관리를 전제로 코로나19 자체를 인정하는 시대다.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장출근을 결정하기 어렵지만 셧다운 조치를 취하지는 않기에 마냥 재택근무를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이유로 하이브리드 일하는 방식이 위드 코로나의 가장 유력한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일단 위드 코로나의 초기는 방역지침 완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재계 맏형 삼성전자가 제일 먼저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내는 중이다. 당장 삼성전자는 지난 7일부터 사내 방역지침을 완화했으며 이를 통해 국내외 출장이 원만하게 재개된 상태다. 특히 해외 출장의 경우 제한된 경우 경영지원실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했지만 이제는 사업부 자체 판단으로 승인하도록 그 기준이 낮아졌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사람도 별도 격리기간 없이 입국한 다음 1일, 혹은 2일이 지나면 음성일 경우 바로 출근이 가능하다. 또 대면 방식의 회의도 가능하다. 인원제한 대면회의, 혹은 비대면 회의만 가능했으나 이제는 직접 얼굴을 보고 회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사내 방역지침이 완화되는 현상이 다른 기업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이러한 방역지침 완화가 코로나19 예전의 일하는 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하이브리드 일하는 방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전초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 2단계, '대중화'

각 기업의 방역지침 완화에 따른 오프라인 일하는 방식은 조금씩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협업툴 잔디를 운영하는 토스랩의 김대현 대표는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래를 단언하기 어렵지만 코로나19로 모두가 새로운 경험을 한 상태에서 일하는 방식은 달라질 것"이라며 "재택과 오프라인 근무가 합쳐지는 일하는 방식의 하이브리드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가 14일 발표한 ‘2021 한국 오피스 임차인 설문 조사’ 보고서도 비슷한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팬데믹 이후 오피스 기반 근무와 원격 근무 옵션을 함께 허용하는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을 폭넓게 채택할 비중이 58%에 이른다.

시스코 시스템즈가 발표한 하이브리드 근무 동향 지표(Hybrid Work Index)도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 64%는 기업의 하이브리드 근무 여부가 근속 및 퇴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 동의했으며 응답자 대다수는 미래의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으로 이동하는 데 있어 유연한 근무와 더불어 개인의 건강과 웰니스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여기에는 팬데믹 기간에도 재택근무를 할 수 없었던 현장 기반의 제조기업들이 가진 기억도 큰 영향을 미친다. 

팬데믹 기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SK하이닉스 등 현장 기반 제조기업들은 공장 라인을 멈출 수 없어 재택근무를 경험하지 않았다. 이러한 흐름이 팬데믹 이후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일하는 방식에 있어 무조건적인 포스트 코로나의 조건, 즉 완전한 재택근무 가능성을 배제시킨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그 중간단계인 일하는 방식에 집중된다. 

팬데믹 기간 비대면 회의방식의 비효율성도 짚고 넘어갈 문제다. 매달 6,100만 건 이상의 미팅이 시스코 웹엑스를 통해 진행되지만, 그중 단 48%의 참가자만이 미팅에서 발언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역시 하이브리드 일하는 방식의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나아가 응답자 82%는 연결성이 팬데믹으로부터의 회복과 평등한 직업, 교육, 의료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어 필수적 요소라고 답했다. 연결성 향상에 따라 사람들은 전 세계 어느 기업에서 근무할 수 있으며, 기업은 지역과 상관없이 우수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 3단계, '효율성'

그 하이브리드는 단순하게 '1+1=2'가 아니다. 코로나19로 물리적으로 떨어져 일하는 트렌드와, 기존 오프라인 중심 일하는 방식이 더해져 전혀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반의 일하는 방식이 유기적으로 더해지며 각자의 일하는 방식의 장점만 취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는 뜻이다.

척 로빈스(Chuck Robbins) 시스코 회장 겸 CEO는 “우리는 근무 환경을 재정의할 수 있는 시기에 있다”라며, “전 세계 모든 직원들은 개인의 업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원한다. 이 같은 직원들의 요구 사항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근무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고 실천해나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상황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이 아니다. 재택근무와 현장출근을 적절히 배합해 최선의 효율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는 뜻이다.

한 발더 나아가 각 기업들의 '각성'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많은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에 돌입했으나 의외로 ICT 기술의 발달로 재택근무가 훌륭한 대안이라는 점을 발견한다. 재택근무에 들어가면 생산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403개사를 대상으로 '재택근무 확대 필요성'을 조사한 결과 72%가 산업 전반에서 '재택근무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다.

심지어 재택근무가 직원들의 회사 소속감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데이터도 나왔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9월 발표한 신규 업무동향지표(Work Trend Index)에 따르면 직원의 90%는 재택근무가 이어져도 회사에 대한 소속감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 온택트 트렌드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전통 제조업들이 재택근무 트렌드를 통해 등장한 원격근무의 효율성에도 눈을 뜨기 시작한 점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최근 토스랩 잔디를 사용하기 시작한 넥센타이어, 신성이엔지 등 제조업 기업들은 오히려 코로나19를 통해 자신들에게 맞는 일하는 방식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대현 대표는 "코로나19 전부터 제조업 기업들은 본사와 공장, 지역 매장 등 서로 거리가 떨어진 장소에서 일하는 방식에 익숙했다. 어쩌면 이들이야말로 잔디와 같은 협업툴이 필요했던 기업들"이라면서 "코로나19가 시작되며 협업툴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전통 제조업 기업들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일하는 방식의 하이브리드 전략을 적극 구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하는 방식의 하이브리드 전략은 각각의 상황과 전략에 맞게 세밀한 영점조정이 있을 전망이다.

토스랩의 사례는 일반 제조업 기업의 하이브리드 전략을 전제하지만, 사실 모든 제조업 기업이 재택근무와 현장출근을 적절하게 배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일하는 방식은 업의 '상황'에 따라 카테고리별로 세분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인우 GGP 경영연구소 대표는 "위드 코로나 시대의 가장 큰 성과는 이들이 재택근무 과정에서 ICT 기술을 통한 원격근무의 강점을 인지했다는 점"이라며 "일부 ICT 기업들만 누리던 업무 효율성이 전체 기업들에게 퍼져가는 것이 위드 코로나 시대의 일하는 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T 스마트오피스. 출처=SKT
SKT 스마트오피스. 출처=SKT

일하는 방식의 변화 4단계, '거점오피스'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하이브리드로 구체화되며 생산성에 있어 1+1=10의 공식을 만들어 낸다면, 다음 전략은 구체적인 방식을 찾는 것이다.

거점 오피스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하는 방식의 하이브리드 전략이 가동되며 재택근무와 현장출근이 상황에 맞게 이뤄지는 한편, 현장출근의 방식도 거점 오피스를 중심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거점 오피스 전략을 구사하는 가운데 ICT 기술의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병행하는 곳은 SK텔레콤이다. 최근 공유오피스 기업 스파크플러스의 지분 29.7%를 인수하는 등 오프라인 거점 사업에 나서는 한편 프롭테크 전반에 대한 접근까지 시도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10~20분대로 단축해 효율, 근무만족도,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등을 모두 챙긴다는 목표다. 거점 오피스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얼굴 인식 시스템, 좌석 예약시스템, 모바일 PC, 화상회의 시스템 등으로 스마트한 근무 환경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기업만 거점 오피스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농업 스타트업인 그린랩스는 지난 9월 개발자를 위한 스마트오피스, 개발자센터를 강남에 오픈한 바 있다. 개개인의 일정에 따라 재택근무, 본사, 스마트오피스를 선택해 근무할 수 있다. 재택 업무환경 조성이 어렵거나, 외부미팅이 필요한 경우, 그리고 장거리 출퇴근이 힘든 경우 스마트오피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 일하는 방식의 하이브리드 전략을 가동하는 한편 양질의 인재까지 원만하게 확보할 수 있는 다중포석이다. 그린랩스 신상훈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임직원의 스마트한 근무환경 구축에 노력해온 그린랩스는 개발자 직무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보다 가시화되는 데이터농업 환경에서 개발자 채용을 강화하고자 개발자센터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 5단계, '완전한 디지털전환'

이러한 노력들은 자연스럽게 기업의 디지털 전환으로 이뤄진다. 특히 ICT 기술을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이 변하기에 클라우드 등의 신기술을 바탕으로 기업의 체질이 일변할 수 있는 기회다.

라즈 파이(Raj Pai) AWS EC2 제품 관리, EC2 코어 제품 관리 부사장은 지난 <이코노믹리뷰>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기업 디지털 전환은 이제 대세"라면서 "코로나로 기업의 일하는 문화가 변하는 것은 기업이 디지털 전환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회사 내 보안 인프라 및 다양한 협업 시스템의 강화 트렌드도 영향을 미친다. 시스코의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중소기업용 라우터 보다 원격 근무용 디바이스의 수가 2배 이상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팬데믹 기간(2020년 3월부터 2021년 5월까지) 동안 팬데믹 이전(2019년 10월부터 2020년 2월까지)과 비교해 원격 접근 시도가 2.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팬데믹이 서서히 끝나가는 상황에서 사무실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장비가 6개월 전에 비해 61% 증가했다는 데이터도 의미심장하다. 이제 하이브리드 일하는 방식에 따라 근무환경 자체가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중심에는 디지털 전환(DT)가 있다.

한편 업의 본질에 대한 고찰도 예상할 수 있는 미래의 변화다. 언제 어디서나 생산성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모이는 것이 바로 위드 코로나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제 일, 즉 업은 기업의 범주를 벗어나 우리에게 “왜 일을 하는가”라는 철학의 개념으로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ICT 인프라 ‘인재 육성과 영입’에 투자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일하는 방식은 하이브리드라는 개념으로, 역시 생산성을 더욱 극재화시킬 수 있는 목표를 지향할 전망이다. 그 최종 목적지는 기업의 완전한 디지털 전환이다.

문제는 양극화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일하는 방식의 하이브리드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소위 양극화 문제가 심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하이브리드 방식 자체가 별도의 ICT 인프라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리드 방식을 지원하지 못하는 기업은 인재 수급 과정에서 상당한 패널티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이는 훌륭한 인재를 영입할 수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업계 전체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