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대장동 이슈도 넓게보면 실패한 부동산 정책의 산물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전세대출 중단으로 또 한 번 오락가락, 아마추어리즘의 전형을 보여줬으며 문재인 대통령도 임기 중 아쉬운 일로 부동산 정책을 미흡한 점으로 지목한 바 있다.

현 정부는 비록 호불호는 갈리지만 적폐청산, 코로나19에 대비한 방역정책, 외교, 글로벌 경제 쇼크에 대한 적절한 대비 등에 있어 상대적으로 '예전 정부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부동산 정책에 있어(물론 예전 정부도 대부분 실패했지만) 우직할 정도로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시장을 제어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버리지 못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선한 의도를 바탕으로 정부의 강력한 법과 원칙을 동원해 시장을 바꿀 수 있다는 설익은 믿음은 훨씬 아래 층위에서 몸을 바짝 낮춘 상태에서 광범위하게 뿌리를 내린 욕망과 탐욕의 그림자들에게 비웃음만 살 뿐이다.

그리고 비트코인 시장. 결론부터 말하면 부동산 시장과 비트코인 시장 모두 결은 다르지만 비슷한 구석이 많다.

선한 의지는 때로 위험하다
전 정부는 2014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완화를 중심으로 하는 9.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재건축 연한을 단축시키고 주택청약제의 간소화 등을 골자로 하는 2014년 9.1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대규모 주택 공급을 하지 않을 것이니 다가구 주택 보유자들을 포함해 모두가 집을 사라는 메시지다. 돈이 없다? 그렇다면 "빚을 내서라도 얼른 집을 사라"는 것이 당시 9.1 부동산 대책의 핵심이다. 2000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부동산 시장이 황폐화된 상태에서 당시 정부의 승부수는 나름의 당위성을 가졌다. 

문제는 가계부채 급증이다. 정부 주도의 모든 경제정책을 반대하는 이들이 읍조리는 마법의 주문인 "가계부채 급증 가능성"으로 당시 정책은 맹비난을 받았다. 당장 언론에서도 "고삐풀린 부동산 정책" "서민의 목줄을 죌 것"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지금은 어떨까. 정부의 2014년 9.1 대책을 우려하며 몸을 사렸던 이들은 영원한 무주택자의 무간지옥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무섭기는 하지만 승부를 걸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산 사람들은 인생의 승리자가 됐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정부의 기조가 변했다. "집을 사라"에서 "집을 사지 말라"는 쪽으로 극적인 선회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집값이 수직상승한 점이다. 공급을 늘려도, 어떠한 정책을 가동해도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파열음을 최대한으로 낮추기 위해 국토교통부 등 유관부처들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봤다. 집값을 잡아보려고 하고 다주택자들을 압박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한 발 물러섰지만 전세대출을 막는 초강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틀렸다. 부동산 정책을 바로잡겠다는 선한 의지만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으로 시장을 완전히 압도할 수 있다는 헛된 믿음, 또 게임의 규칙을 좌우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뿌리 깊은 욕망과 탐욕의 비웃음을 사며 명징한 '마이너스 행보'에 드라이브만 걸렸다. 

채널A에서 방영한 애로부부의 '모든게 집 사는 걸 반대한 남편 탓?'이라는 프로그램에는 한 무주택자 부부가 등장한다. 어느날 남편이 승진을 해 기쁜 얼굴로 귀가하지만, 술을 마시며 푸념을 늘어놓는 아내는 "그깟 승진이 대수야?"라며 "청하네 집 5억원 올랐어. 당신이 팔자고 우긴 아파트는 두 배나 올랐고. 당신이 승진해서 월급 꼴랑 몇십만원 더 오른거? 부질없어"라며 짜증을 낸다. 

남편은 현 정부의 '집을 사지 마라'는 부동산 정책에 순응하기로 했나보다. 그 결과 일을 열심히 해 승진을 해도 기쁘기는 커녕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게 됐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집권 초기 자유당 정권에서 횡행하던 퇴폐의 극치던 '요정'을 일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요정을 운영하던 이들은 억지로 문을 닫으면서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두고봐라, 저들도 권력자가 되면 곧 맛을 알고 우리를 찾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군사정권 시절 요정정치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요정은 제2의 전성기를 넘어 그 이상의 영광을 누렸다. 슬프지만 욕망과 탐욕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그리고 더 슬프지만 이를 인위적으로 꺾으려고 하면 비웃음만 산다.

그리고, 비트코인
비트코인 시세가 폭등하고 있다. 17일 현재 6만달러를 돌파한 상태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 소식까지 들린다. 전통적으로 10월이 비트코인 상승장이지만 이 정도 '불장'이 펼쳐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코로나 팩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가 공급망 붕괴, 증시 하락의 폭풍속으로 빠졌지만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 시장은 탄탄대로다.

비트코인 상승의 원인은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조지 소로스 편드를 비롯한 거인들의 비트코인 진출, 나아가 "비트코인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미 주요 당국자들의 전향적인 발언들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한 발 더 들어가면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채택과 여전히 암호화폐 전반의 메시아로 불리기를 원하는 일론 머스크, 그리고 조용하지만 우직하게 비트코인의 사업성을 타진하고 있는 잭 도시 트위터 CEO와 노비 프로젝트의 페이스북 등이 튼튼히 뒤를 받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중국의 강력한 규제를 별로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탄탄해진 '미국발 기초체력' 향상과 NFT 시장이 보여주는 기대이상의 활약상, 여기에 토큰 이코노미와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를 지목할 수 있다.

다만 고상한 시장의 비전과 미래를 논하지 말고 순수하게 돈, 즉 시세 이야기만 하면 새로운 시사점을 만날 수 있다.

가정해보자. 당신이 비트코인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으며 투자의향도 있다고 가정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우선 정보를 모을 것이다. 누추하지만 다른 언론사보다 상당히 먼저 블록체인 기술 등에 대해 취재를 해온 <이코노믹리뷰> 심층기사와 같은 양질의 정보를 확보하면서 기회비용 등을 따져볼 것이다.

그 다음 동원할 수 있는 자금과 기타 투자방식 등을 정한 후 정보를 모으던 단계에서 알게된 규제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울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실체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에 당국의 규제에 암호화폐 시세 등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온 당신이 2018년 1월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의 멘트를 들었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당시는 비트코인 열풍이 광범위하게 불 때. 이에 따른 생활경제 파탄을 우려한 박 전 장관은 "거래소를 폐쇄할 수 있다"면서 거래소 폐쇄 후 투자 자체를 금지시키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소위 박상기의 난이다.

당신은 법무부 장관의 강경한 발언을 듣고도 비트코인을 투자할 수 있을까? 이어 터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트코인 사기' 발언을 듣고 뚝뚝 떨어지는 시세를 감당할 수 있었을까? 심지어 올해 4월에는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이 또 한 번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바람에 김치 프리미엄(국내 암호화폐 거래가격이 해외 거래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이 급격히 축소되기도 했다. 감당할 수 있었을까?

대부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당시 발언들이 나오며 시세가 뚝뚝 떨어졌기 때문에 더욱 더 투자를 시도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법무부 장관, 유력 정치인, 금융위원장의 말을 듣고 몸을 사린 이들은 오늘도 뚝뚝 떨어지는 주식에 한숨을 내쉬는 무간지옥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무섭기는 하지만 승부를 걸어 '빚을 내서라도' 비트코인을 산 사람들은 인생의 승리자가 됐다. (몇몇 알트코인의 경우 박상기의 난 당시 구매했다면 최대 100배 수입이 난 것도 수두룩하다)

언젠가 채널A에서 방영하는 애로부부의 '모든게 코인 사는 걸 반대한 남편 탓?'이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할 수 있다. 어느날 남편이 승진을 해 기쁜 얼굴로 귀가하지만, 술을 마시며 푸념을 늘어놓는 아내는 "그깟 승진이 대수야?"라며 "청하네 코인이 5억원 올랐어. 당신이 팔자고 우긴 비트코인은 두 배나 올랐고. 당신이 승진해서 월급 꼴랑 몇십만원 더 오른거? 부질없어"라며 짜증을 내는 장면이 전파를 탈지 모르는 일이다.

시장은 공사할 수 없다
한 때 "빚을 내 집을 사라"고 말했으나 지금은 "집을 사지 마라"고 강조하는 정부. 여기서 빚을 내서라도 집을 샀어야 했다며 가슴을 치는 투자자들.

"코인은 투자하지 마라"고 말한 정부. 여기서 빚을 내서라도 코인을 샀어야 한다며 가슴을 치는 투자자들.

이 둘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정부가 시장을 인위적으로 '공사'할 수 있다고 믿은 것.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로 기울어진 이유와, 현 정부의 규제와는 반대로 가는 암호화폐 시장의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선한 의도가 깔렸다. 부동산 정책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그리고 아직 투자의 가이드 라인도 미흡한 상태에서 코인 거래를 통한 파국을 막기 위해라는 지극히 당연한 정서가 깔렸다는 뜻이다.

그 자체는 존중받아야 하며, 또 언젠가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지금의 투자 상황, 또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면밀히 따져보는 '정책의 과정'은 필수적인 것이 아닐까. 무조건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차분히 미래성장동력을 고려해 규제의 가능성을 시사해야 한다. 

거대한 강물처럼 흐르는 시장의 물결을 콘크리트로 채운 댐 몇 개로 막으려 말고, 때로는 흐름의 간격을 살피며 더 비옥한 농토를 마련할 수 있는 현명함도 필요하다. 규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규제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믿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