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상훈 기자] 연 매출 1,000억원~3,000억원 규모의 중소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정부의 규제정책까지 겹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복제의약품(제네릭)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진 중소 기업들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감기 등 호흡기질환 환자감소 영향탓이다. 여기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 ‘1+3 제한’과 복제약 약가 규제로 인한 추가 타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주요 중소형 제약바이오기업 10곳의 최근 3년간 매출 추이를 살펴본 결과, 이들 10개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2019년 대비 4.94% 감소했다. 2018년 대비로는 4.64%의 감소폭을 보였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었던 만큼, 감소폭이 조금 더 컸다.

지난해 매출 감소폭이 가장 큰 기업은 명문제약과 동화약품, 삼천당제약이었다. 3개 기업 모두 10% 이상의 매출 감소세를 기록하는 부진한 한해를 보냈다. 명문제약은 최근 극심한 경영난에 빠져있는 상황이고 동화약품은 상품 매출이 빠지면서 매출이 크게 감소한 케이스다. 삼천당제약은 주력 사업부문인 안과용제 시장 경쟁 심화와 약가인하에 덜미를 잡혔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된 올 상반기 현재까지도 이들 10개 기업 대부분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0개 기업 평균 매출 성장률은 1.92%에 그쳤다.

서로가 먹이감 되는 이전투구 경쟁의 장

사실 그동안 중소 기업 위기론은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중소 기업 위기론은 복제약 중심의 사업 한계성에서 출발한다. 중소 기업은 상위 제약기업 대비 신약개발 투자 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발 기간이 짧고 투자 비용이 적은 복제약 시장 진출이 유일한 성장동력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공동생물학적동등성시험 및 생산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면서 발생했다. 일명 돈이되는 복제약 시장에 너나 할 것이 경쟁에 뛰어 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시장이 히알루론산 인공누액 등 안과용제 시장이다. 2010년 중반까지만해도 히알루론산 인공누액 시장은 태준제약, 삼일제약, 한림제약, 삼천당제약 등 중소 기업이 주도해왔다. 상위 기업 가운데서는 한미약품이 유일하게 경쟁하는 정도였다. 다만 한미약품이 경우는 성분이 다른 제품이다.

하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인공누액 시장 파이를 키워왔던 ‘1회용 점안제’ 시장에 수십여 제약사들이 뛰어 들면서다. 여기서 시장 경쟁을 부추긴 것은 '위탁생산(CMO)' 사업이었다. 

1회용 점안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원조 위치에 있던 기업들은 경쟁사 대상 위탁생산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기 시작했다. ‘경쟁사 출현에 따른 매출감소’를 ‘경쟁사 제품 위탁생산 사업에서 보완’하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덕분에 후발 1회용 점안제 주자들은 수백억대 시설 투자없이 비교적 손쉽게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인공누액을 비롯 1회용 점안제 시장 CMO업체는 현재 10여 곳이다. 대표적은 업체는 휴온스, 대우제약, 유니메드제약, 한림제약, 삼천당제약 등이다. 이들 5개 기업 모두 10개 이상의 이름만 다른 동일한 제품을, 동일한 생산라인에서 찍어내고 있다. 

물론 이는 1회용 점안제 시장 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임상유용성 재평가 실패 시 건강보험 처방액 반환에 대한 '환수협상' 논란이 있었던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도 독특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복제약 개발을 위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기준이 되는 대조의약품 마저 위탁제조되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대조약은 종근당의 ‘종근당 글리아티린연질캡슐’이다. 종근당과 함께 해당 시장 처방액 1~2위를 다투고 있는 대웅바이오(글리아타민) 역시 자사제조가 아닌 위탁제조를 택하고 있다. 종근당 글리아티린과 글리아타민의 연 원외처방 규모는 무려 2,000억원 규모다.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위탁생산 업체는 5개 기업이다. 동구바이오가 가장 많은 57개 품목을, 서흥캅셀이 23개, 한국프라임이 26개의 쌍둥이 약을 제조하고 있다. 제뉴원사이언스, 제뉴파마 위탁생산 품목 수는 각각 5개, 3개다. 

국내 전체 복제약 시장을 살펴봐도 이름만 다른 쌍둥이 복제약은 1만여 품목을 훌쩍 넘어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위탁제조되는 복제약은 전체 복제약 2만4885개(2020년 7월 기준) 가운데 62.6%인 1만5572개로 나타났다. 자사 제조는 37.4%(9313개)에 그쳤다. 

'1+3·계단식 약가인하' 규제에 코로나19까지

이같은 복제약 난립은 결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이어졌다. 복제약 약가 통제와 1+3 제한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복제약 난립을 막기 위해 2019년 계단식 약가제도를 부활시켰다. 2012년 모든 복제약의 약가를 오리지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일원화했던 것을 허가 순서에 따라 차등을 주겠다는게 핵심이다. 예를들어 첫번째 복제약부터 스무번째 복제약까지는 약가가 동일하지만, 스물두번째 복제약부터는 약가가 크게 떨어지는 시스템이다.  

중소 기업을 더욱 곤경으로 몰아 넣은 제도는 1+3제한이다. 국회보건복지위는 공동생산과 개발(생동시험 포함)을 1+3으로 제한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위탁업체 1곳당 수탁업체를 최대 3개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복제약 성공 여부를 떠나 묻지마 출시를 강행했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성공가능성이 높은 제품 등에 선별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 역시 대내외적 환경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중소기업에 '전문화를 통한 차별화'를 제안했다.

협회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은 그동안 다품목 소량생산 시스템에서 복제의약품이 난립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약개발, 개량신약, 고품질의 복제약 등을 개발해 경쟁업체와 차별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이어 "일부 중소형 제약기업들은 자신들 만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축했다. 이처럼 일부 특정 질환에 집중하는거나, M&A를 통해 규모의 영세성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